[재능을 부탁해] 춤바람 났다고요? 이게 제 활력소인걸요! 스윙댄스 홀릭 최소정 사원

People



“처음에 저희 엄마가 저보고 ‘춤바람 났다’ 그러셨어요. 제가 스윙댄스를 꾸준히 하는 것을 보고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시지만요.”


올해로 5년째 스윙댄스를 춘다는 효성기술원 최소정 사원. 그는 마치 스윙댄스를 온 국민에게 홍보해야 한다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당신의 재능을 부탁해’에 지원한 것 같았습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스윙댄스에 대한 무한 열정이 엿보였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최 사원은 이미 동호회 내에서 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는데요, 최 사원이 스윙댄스에 푹 빠진 이유,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녀, 스윙댄스에 빠지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한 <VJ 특공대>가 이렇게 깊은 영향을 미칠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막연히 사회인 동호회를 찾던 중에 발견한 스윙댄스 동호회는 최 사원에게 심마니의 산삼과도 같았습니다. 그 후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스윙바(Swing bar)로 달려가 몸을 풀곤 한다는데요, 인터뷰 내내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갔던 최 사원의 활력의 원천이 이 ‘스윙댄스’에서 나온 것인가 봅니다.



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효성기술원 Enpla alloy 연구팀에서 폴리케톤과 다른 플라스틱 소재의 Alloy 연구를 담당하는 최소정 연구원입니다. 재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스윙댄스를 취미 삼아 하고 있습니다.


Q. 스윙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은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A. 스윙댄스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VJ 특공대>와 같은 프로그램에서였어요. (정확한 프로그램 명은 기억에 나지 않지만요.) 그때는 ‘아, 이런 게 있구나’하고 넘어갔었죠. 그러던 중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스윙바를 지나게 됐어요. 일찍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나서 새로운 것을 하고 싶던 차였거든요.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 보니 몇 년 전에 봤던 TV 프로그램 내용이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집도 가까운데 한 번 해보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저희가 스윙댄스 동호회를 흔히 ‘다단계’라고 표현을 해요. 보통 누군가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지,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드물거든요. 저는 조금 드문 케이스였죠.


 공연 중인 최소정 사원(가운데)


Q. 꽤 오랜 기간동안 스윙댄스를 해오셨는데요, 최 사원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는지요?

A. 스윙댄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드리면, 스윙댄스의 동호회 강습 단계는 대체로 ‘입문-초급-초중급-중급-중고급’으로 나뉩니다. 각 과정을 모두 배우는 데는 8~10개월 정도가 소요되죠. 강습 기간이 끝나면 졸업공연을 하고 ‘졸업생’ 신분이 되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졸업공연을 포함하여 내부 공연을 14회, 외부 공연을 2회정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입문, 초급과정을 마치고 초중급반에서 강사 활동을 하고 있죠. 물론 스윙댄스 분야에서 잘 알려진 고수들이 많지만, 저 역시 제가 속한 동호회 내에서는 꽤 오래 활동한 편이에요.


Q. 스윙댄스의 여러 장르 중, 주로 추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 스윙댄스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추는 춤이 린디합(lindy hop)이에요. 신체 접촉이 적어서 가볍게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린디합을 가장 오래 췄고요. 또, 따로 구분은 잘 하지 않지만 린디합에 잘 녹아 들어 섞어서 추는 춤 중에 찰스턴(Charleston)이라는 장르가 있어요. 대부분의 스윙댄스가 두 명이 커플이 되어 추지만, 찰스턴은 혼자서도 출 수 있어서 공연할 때 많이 추게 되죠. 요즘은 블루스(Blues)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신체 접촉이 많은 탓에 차마 엄두도 못 냈다가, 요즘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죠.


스윙댄스 용어, 짚고 넘어가세요

린디합(lindy hop): 1923~1928년 무렵 흑인들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한 춤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사교 재즈 댄스. 찰스턴(Charleston)의 스텝이 변형되어 만들어졌으며, 대서양 무착륙 횡단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명칭이 고안되었음

찰스턴(Charleston): 4박자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양 무릎을 붙인 채 좌우로 발을 번갈아 뛰며 춤을 추는 방식. 흑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일종의 폭스트롯(fox trot)으로 1927년 무렵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감



Q. 흔히 ‘춤을 춘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하잖아요, 스윙댄스를 추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해명(?)을 해주신다면요.

A. 아무래도 커플 댄스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춤을 출 때에는 상대가 전혀 보이지 않아요. 부부끼리 같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자녀들에게 권유하는 경우도 봤어요. 오죽하면 “엄마가 공부는 강요 안 하는데 춤은 강요하더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ㅎㅎ 그 정도로 건전하고, 운동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Q. 스윙댄스를 추는 것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이제 춤을 춘지 너무 오래돼서 다들 무덤덤한 편이에요. 처음에는 극과 극 반응이었죠. 어떤 친구들은 제 졸업공연을 보고 재미있어 보인다며 같이 시작하기도 한 반면, 어떤 친구들은 편견을 갖고 바라보기도 했어요. 매주 일요일에 스윙댄스를 추러 가다 보니, 약속을 잡을 때도 이제는 친구들이 일요일은 알아서 피하더라고요.ㅎㅎ



 춤 추던 그녀, 이렇게 변했다


여가시간에 혼신을 다해 춤을 추다 보면, 회사에서는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최소정 사원. 연구원에게 스윙댄스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업무 맞춤형’ 재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 처음 스윙댄스를 배웠던 날이 기억나시나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A. 그날 입은 복장이 아직도 기억에 나요. 빨간 안경에 노란 후드티를 입고 스윙바 문을 처음 열었는데, 다들 나이가 너무 많은 거예요. (스윙댄스 동호인의 평균 연령은 대체로 20대 후반~30대 중반 사이). 그런데 저는 첫날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 번 시작해보고 재미 없으면 안 하려고 했는데, 그 후로도 계속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지요.


Q,. 스윙댄스의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커플댄스의 큰 매력은 상대와의 교감이에요. 그 중에도 스윙은 가라앉거나 끈적거리지 않고, 트럼펫 등 빅밴드 악기에 맞춰 추는 춤이다 보니 흥겨운 느낌이 있습니다. 지루해질 틈이 없죠.

스윙댄스는 보기에 멋있는 춤은 아니에요. 여성스러운 라인을 이용하지도 않고, 댄스스포츠처럼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지도 않아요. 하지만 추면 출수록 즐거운 춤이죠. 동작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아서 음악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스윙댄스를 추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나요?

A.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는 제가 어떤 유명한 강사님께 스윙댄스를 배운 적이 있거든요. 가르칠 때는 아무 말씀 없으셨다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늘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기뻤죠.

두 번째는 강사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실력이 발전하는 모습을 봤을 때예요. 강사로 활동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졸업공연을 심사할 때가 있거든요. 다른 강사들이 제 학생들을 좋게 평가하면 ‘내가 이 사람들을 이만큼 가르쳤구나’하는 뿌듯함을 느껴요.


Q. 오랫동안 스윙댄스를 추면서 변한 점이 있으신지요.

A. 제가 원래 외향적인 편은 아니었어요. 학교 다닐 때 남들 앞에 나설 일은 많았지만, 그게 적극적이어서는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조용하게 백업해주는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스윙댄스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먼저 다가갈 줄도 알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연구직으로 온 것도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어렵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은 영업 업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대회에 참가했던 최소정 사원. 스윙댄스를 시작한 덕에 성격 또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Q. 스윙댄스에 몰입하는 것이 업무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A. 오래 전 다른 취미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업무에 방해될 때가 많았어요. 한창 손글씨를 배울 때만 해도,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고는 했었거든요. 하지만 스윙댄스는 전혀 그럴 수가 없는 게, 파트너가 있어야 출 수 있는 춤이니까요. 오히려 업무 시간과 춤추는 시간이 확연히 분리가 되더라고요. 특히 금요일에는 ‘일을 빨리 끝내야 춤추러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목표 의식이 생겨서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Q. 업무 특성상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필요로 할 텐데, 일을 하는 동안 끼를 어떻게 억누르고 지내시나요?

A. 춤을 처음 배웠을 때에는 양치를 하면서 혼자 스텝을 밟는다거나 들썩거릴 때도 있었어요. 머릿 속에 춤 동작만 생각났죠.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그런 시기는 지나간 것 같아요. 입사 전에 이미 끝났죠. 하하



 그녀, 재능을 더 갈고 닦다


춤을 추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는 최소정 사원. 앞으로도 ‘많이 추고, 열심히 출’ 계획이라는데요.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춤을 추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거짓된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Q. 혹시 스윙댄스계에서 배우고 싶거나 존경하는 인물이 있으신지요

A. 스윙댄스는 유래가 힙합과 비슷해요. 음악이 나오면 흑인들이 즉흥적으로 추던 춤이거든요. 처음 시작한 사람이 프랭키 매닝(Frankie Manning)이라고 해요. 스윙댄스라는 한 장르를 정립한 인물이다 보니, 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Q. 스윙댄스를 추천하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요?

A. 입사 동기인 최지수 대리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흥이 많고 몸 움직임이 좋거든요. 평소에 운동도 많이 하니, 스윙댄스를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스윙댄스를 배우는 데 개인차가 크다고 들었는데요, 그럼에도 빨리 배울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A. 무조건 한 가지예요. ‘출빠’(스윙바에 춤추러 가는 행위를 의미)를 많이 다녀야 하죠. 일단 많이 추고,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뭐든 빨리 익힐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스윙댄스를 처음 배울 때는 ‘생각을 하고 추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춤 추고 있는지를 많이 생각하고, ‘내가 너무 힘을 주고 있지는 않는지’ 등 동작 하나하나를 되새기다 보면 많은 성장이 있을 거예요.


Q.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A.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요즘 막 블루스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동작이 크고 몸을 많이 쓰는 린디합은 나이가 들고 무릎이 아프면 추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블루스는 스윙댄스 중에서도 음악이 느리고 동작이 작은 편이니,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오랫동안 춤을 추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Q.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나에게 스윙이란?

A. 생활의 일부이자 스트레스의 배출구예요. 힘든 일이 있었던 날에도 춤을 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제가 있는 연구개발직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연구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술을 마시면 그 때뿐이지, 다음 날에는 다시 힘들어지기 마련이잖아요. 반면 스윙댄스는 스트레스를 건설적으로 풀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제작한 물병을 들고 환하게 웃는 최소정 사원


최 사원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만 시간의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한 가지 일에 정통하려면 1만 시간의 연습과 훈련이 차곡차곡 쌓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누구보다 꾸준히, 열심히 취미생활에 몰두해온 것이 재능의 비결이 아닐까 하네요. 재미 있는 것을 찾아서 하다 보니 잘 하기까지에 이른 최소정 사원. 오랜 시간 묵묵히 갈고 닦아 온 그의 재능이 나날이 발전하기를 응원합니다.



'당신의 재능을 부탁해' 다시 보기

효성의 소문난 축가 가수, 서동일 과장

아이디어 시각화의 달인, 박태영 대리가 말하는 PPT 작성의 노하우

연구원이 발차기 왕으로 거듭난 사연, 효성기술원 배진성 대리

▶ 내 꿈은 오케스트라, 효성의 트럼펫 1인자 김석우 부장

단전에 힘을 모으고! 반전 보컬리스트, 김석우 과장

작사, 작곡, 드럼까지 만능 엔터테이너, 황호빈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