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부탁해] “오케스트라는 실현되는 꿈이죠” 효성의 베토벤, 김석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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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너무 어렵네요. 제가 트럼펫 전공자도 아니고…”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 나눌수록 트럼펫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준 중공업PG 김석우 팀장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처음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어느덧 여섯 차례의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을 펼친 준전문가이기도 한데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리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는 그에게서 트럼펫과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팀장님, 베토벤이 되다


김석우 팀장님이 처음 트럼펫을 접하게 된 것은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특유의 추진력이 이럴 때도 발휘되어 무턱대고 트럼펫부터 사고 봤다는데요, ‘이 힘든 걸 내가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여러 번. 하지만 차근차근 배우고 연주해 나가도 보니 어느덧 8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Q. 안녕하세요, 팀장님. 우선 트럼펫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트럼펫을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때문이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문득 ‘내가 저런 무대에 서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용돈을 털어 악기부터 사기로 했죠. (웃음) 뭘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네 입술을 보니까 트럼펫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트럼펫은 악기에 입술을 딱 밀착시켜 숨을 불어넣은 후 입술의 떨림을 증폭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입술이 얇을수록 유리한 면이 있음) 마침 드라마의 주인공이 트럼펫을 연주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바로 트럼펫을 시작했죠. 일단 악기부터 사고, 3개월 정도 음악 전공하는 대학생에게 레슨도 받았습니다.



Q. 그 계기로 꽤 오랫동안 트럼펫을 연주하고 계신데, 팀장님이 생각하는 트럼펫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처음 불었을 때에는 ‘이 힘든 걸 왜 하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럼펫은 밸브가 3개밖에 없기 때문에 음의 높낮이를 입술의 크기와 바람의 속도만으로 조절하거든요.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고음으로 갈수록 입술은 작게 벌려야 하고, 그러려면 입술 근처에 근육이 발달해야 하는데 훈련은 안 돼있고.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소리가 맑다는 점이 매력 있어요. 곧게 뻗어 나가는 트럼펫의 소리는 안 들어본 사람은 몰라요. 또 다른 매력은 몇몇 악기가 솔로로는 쓰일 수 없다는 점과는 달리, 솔로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재즈에 쓰이기도 하고요.


Q. 지금까지 많은 곡을 연주해오셨잖아요. 가장 자신 있는 곡이 있으신가요?

A. 캐리비안의 해적 OST인 ‘He’s a Pirate’라는 곡이 가장 자신 있어요.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 앞에서 공연을 할 경우, 누구나 다 아는 곡을 연주하면 가장 호응이 커요. 그러다 보니, ‘He’s a Pirate’는 매 공연 때마다 한 번쯤은 연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꾸준히 연습해오던 곡이니 제일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죠. 이 밖에 제일 많이 부른 곡으로는 ‘아침이슬’과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나팔수의 휴일’ 정도가 있겠네요.


김석우 팀장(맨 뒤 우측에서 다섯째)의 ‘캐리비안의 해적 OST - He’s a Pirate’ 연주 모습



Q. 몇 곡이나 연주할 수 있으세요?

A. 악보 없이 외워서 할 수 있는 곡은 5곡정도 되는데, 악보를 보면 웬만한 곡은 다 하죠. 대신, 악보가 있는 곡 중에도 고음은 아직 조금 어려워요.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조수미의 ‘밤의 아리아’를 불러보라는 것과 비슷한 셈이죠. 연주법은 알아도 아직 음이 거기까지 올라가지는 않으니까요. 하하



  팀장님의 오케스트라


이렇게 트럼펫을 조금씩 알아가다가 오케스트라 활동까지 시작하게 된 김석우 팀장님. 악기 다룰 줄 모르는 왕초보들이 모여 차츰차츰 화음을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했다는데요, 특히 처음 공연하던 날, 그리고 꿈에 그리던 곡을 연주하던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Q.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대학생 친구에게 트럼펫 레슨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그게 2009년 2월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도 기간이 오래된 곳이나 유명한 곳은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어요. 파트 별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오케스트라에 참여했습니다. 오케스트라 찾는 데만 두 달이 걸렸네요. 처음에는 악보를 볼 줄도 몰랐는데, 배우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개인 실력 향상회’를 열어 동호회 내부에서 합주도 해보고, 나중에는 공연까지 하게 되었죠. 세어 보니 지금까지 여섯 번을 무대에 섰네요.


트럼펫을 연주하는 김석우 팀장(우측 첫번째)


트럼펫을 연주하는 김석우 팀장(맨 마지막줄 우측)


Q. 처음 공연하던 날이 기억에 나시는지요.

A. 2009년 8월 26일이었어요. 무대에 나가서 관객석을 보는데 떨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악보도 잘 안 보이고. 끝나고 나니 뭘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1년 동안 연습해온 게 한 순간에 끝나버리니 허탈하기도 하고요. 물론 실수도 많았죠. 심지어 지휘자도 실수를 했으니까요. 지휘자가 한참 지휘하다가 지휘봉을 날려버렸다니까요?(웃음) 연주자들이 날아가는 지휘봉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죠. 아직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Q.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요?

A. 처음에는 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볼 때 기쁘더라고요. 무대에 올랐을 때 느끼는 행복을 사람들과 같이 느낀다는 게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베토벤교향곡 7번을 연주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베토벤교향곡 7번은 오케스트라 곡 중 연주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함). 처음 트럼펫을 배울 때 ‘죽기 전에 베토벤교향곡 7번을 연주해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력이 조금씩 늘다 보니 이 곡을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연주하는 날이 오더라고요. 물론 실수도 있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가장 크게 실수하신 적도 있나요?

A. 곡을 시작하는데 소리가 아예 안 난 적이 있어요. 너무 긴장을 하다 보니 입술이 굳어버린 거죠. 옆에 있던 친구가 ‘형님, 긴장 풀고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잠깐 숨을 고르고 나니 소리가 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Q. 오케스트라 연습을 위해 시간은 어느 정도 들이시나요?

A. 주말에 3시간 정도 투자하고요, 평일에도 하루 30분 정도 연습해요. 연습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입술 근육이 굳어서 소리가 잘 안 나거든요. 그런데 사실 트럼펫이 소리가 커서 마땅히 연습할 만한 데가 없어요. 그래서 퇴근하고 지하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불죠. 가끔 사람들이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쳐다볼 때도 있어요. ㅎㅎ 가끔 시간이 없어서 연습이 어려울 때는 입술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트럼펫 마우스피스를 입술로 물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마우스피스가 꽤 무거워서 5분 정도만 물고 있어도 입술에 마비가 오기도 하죠.


Q. 공연을 직접 관람한 동료나 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첫공연부터 매 해 공연이 있을 때마다 보러 온 동료가 있습니다. 엉망진창이던 초보 수준을 기억해서인지, 공연이 거듭되면 될수록 수준이 올라가고 실수도 줄어드니까 많이 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단원들의 연주를 지도하는 김석우 팀장(왼쪽 사진 중앙 / 오른쪽 사진 우측)



Q. 오케스트라 활동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요?

A.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제가 들어가야 할 부분을 알기 위함이기도 하고, 다른 파트의 소리를 잘 들어야 균형 잡힌 소리가 나오거든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저희 팀 업무의 특성상 물건을 하나 만들려고 하면 19개의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각 공정마다 특징이 다 다른데, 어느 한 군데에서 불협화음이 나면 공정이 제대로 흘러가지를 않거든요. 저는 이 부서의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니까, 불협화음을 하나로 화합시키거나 지시도 해야 하죠.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들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아요. 워낙 개성이 특이한 연주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 점들을 본받으려고 해요. 일하다 화 나는 일이 있어도 화를 먼저 내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조율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 단원들에게 손해 안 끼치게 하고 감싸주는 것, 그런 것들도 많이 배우려고 하죠.


김석우 팀장은 오케스트라와 회사 조직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Q. 트럼펫 외에 꼭 한 가지 연주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사실 지금 호른도 배우고 있어요. 트럼펫과는 호흡하는 법도 다르고 운지법도 달라서 두 개를 같이 하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트럼펫만 하고, 공연이 끝난 직후 3개월 동안은 호른 연습을 하는 식이에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아 본 적은 없고, 오케스트라에 있는 호른 연주자에게 조금씩 배우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조만간 호른도 제대로 한 번 배워보려고 합니다. 그 외 다른 악기를 한다면 바순을 한 번 불어보고 싶어요. 소리가 들으면 들을수록 웅장하더라고요. 바순이랑 비슷한 오보에도 한 번 배워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도전은 못 해봤네요.



  베토벤, 세계 무대를 꿈꾸다


트럼펫을 연주한 지 어느덧 8년. 훌쩍 지난 시간만큼 실력도 조금씩 늘어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꼭 이뤄야 할 꿈이 있다고 해요. 앞으로의 시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그의 꿈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에게 트럼펫은 어떤 의미일까요?



Q. 팀장님의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A. 좀 급한 편이에요.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급하다고 봐야겠네요. 하지만 늘 급할 수는 없는 게, 트럼펫 연주자로서는 먼저 치고 나가고 싶은데 지휘자 입장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늘 고치고 조율하려고 하죠.


Q. 오케스트라 활동에 빗대, 팀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악기가 있는지요

A.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들에게는 비올라나 첼로 같이 뒤에서 받쳐주는 악기를 권하고 싶어요. 반면 능력은 있는데 자기 주장이 약하고 늘 한 발 뒤로 빠져있는 친구들에게는 솔로 연주가 가능한 오보에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기 성격과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악기를 권해보고 싶네요.



Q. 그렇게 바라던 베토벤교향곡 7번을 연주하는 데 성공하셨는데요, 앞으로 또 연주해보고 싶은 곡이 있으신가요?

A. 사람만 모인다면 베토벤교향곡 9번을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합창교향곡인데, 합창단도 필요하고 성악가도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추어 합창단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아마추어 성악가가 모여서 한 번 공연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 마지막 꿈이죠.


Q. 존경하는 연주자가 있다면요?

A. KBS 교향악단 수석을 역임하시고, 추계예술대학 교수로 계신 안희찬 선생님이요. 우리나라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예요. 예전에는 그분 공연도 자주 보러 갔었어요. 지금은 창원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공연 보기가 조금은 어려워졌지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팀장님께 트럼펫이란?

A. 실현되는 꿈. 이것 때문에 무대에도 올라가봤고, 기립박수도 받아봤고, 보통 사람으로서 생각지도 못했던 조명도 받아봤으니 실현되는 꿈이라고 봐야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와요. 오케스트라를 그만 두겠다며 ‘그건 그냥 꿈으로 남겨두겠다’는 장근석에게 김명민이 ‘그게 어떻게 네 꿈이냐, 움직이지를 않는데’ 라고 말해요. 국 꿈을 이루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거죠. 트럼펫 연주를 실행에 옮겼고,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공연도 해보고 무대에도 서봤으니 실현된 꿈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트럼펫은 실현되는 꿈’이라던 팀장님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요, 자신이 가진 재능을 꾸준히 갈고 닦았을 때만이 비로소 ‘실현되는 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쩌면 우리는 자신만의 재능을 썩히면서 평범한 인생을 아쉬워하던 것은 아닐까요? 김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유 모를 호기심이 생긴다면, 지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재능을 갈고 닦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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