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 사원의 조명이야기] ③잉고 마우러에게서 위트와 기능주의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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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사랑하는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조명 예술가, 잉고 마우러는 현존하는 조명 디자이너 중 가장 예술적인 기질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말이에요.



“너무 많은 계획은 사람 눈을 막고, 감각을 닫아버린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 인생을 즐기기 위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위에 적은 문장은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인용문인데요, 그의 작업 스타일을 참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조명을 만드는 조명 디자이너이지만 예술가로 칭송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에 위트와 기능성, 그리고 감동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작품을 소개하기 전에 잉고 마우러를 조금 더 알게 되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자니 제가 꼭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네요. ㅎㅎ



Campari Light 아래의 잉고 마우러

출처/ designdb.com



잉고 마우러는 독일 ‘라이헤나우’라는 섬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요, 독일과 스위스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독일이라는 나라가 참 실용적이잖아요. 그의 바탕에는 기능주의 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을 예술의 세계로 날려보내고 싶었을 때 나온 작품이 바로 날개 달린 전구, 루첼리노(Lucellino)랍니다. 


루첼리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잉고 마우러는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앞으로 볼 그의 작품들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점은 조명이 가지는 실용적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떤 예술적 영감을 섞었는지 하는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잉고 마우러는 디자인이 예술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을 잠식시킨 디자이너거든요. 자신의 작업과 작품을 통해서 디자인은 예술이 될 수 있고, 예술적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점도 생각하면서 감상해주세요. 그럼 지금 시작합니다! 




 Lucellino , 1992


날개 달린 전구, 루첼리노(Lucellino), 1992

출처/ 잉고 마우러 홈페이지



잉고 마우러의 수많은 조명들 중에서, 가장 많은 이목을 끈 조명입니다. 특별할 거 하나 없는 백열전구에 날개를 달아 마치 빛이 하늘로 달아오르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조명에 예술을 입힌 작품입니다.




 Porca Miseria!, 1994


출처/ 잉고 마우라 홈페이지



한정판으로 제작된 ‘Porca Miseria!’ 조명은 도자기나 주전자를 떨어트리거나 망치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분쇄한 뒤, 조명에 고정한 디자인입니다. 도자기가 깨트려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조명에 도자기를 고정하는 작업만 5일이 소요되었다니, 그의 정성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깨진 도자기가 중앙의 빛을 사방으로 산란시켜 특이한 빛의 무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Delight, 1980



   


유리 섬유로 만들어진 ‘Delight’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이자, 처음으로 잉고 마우러를 알게 된 디자인이기도 해요. 조명이라기보다 부드러운 헝겊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180℃의 온도에서 연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답니다. 동그란 백열전구가 상상되는 조명의 모습을 완전히 깨트려 버리고 조명의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디자인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Bulb, 1966


출처/ 잉고 마우러 홈페이지



1966년에 디자인된 ‘Bulb’는 전구 안에 또 다른 전구가 있는 형태의 테이블 램프입니다. 이 디자인 역시 우리가 상상하는 조명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명입니다.




 Wo bist du, Edison, ...?, 1997


출처/ 잉고 마우러 홈페이지



아크릴, 유리, 알루미늄 그리고 홀로그램으로 구성된 이 조명은 백열전구를 최초로 발명한 에디슨에 대한 경의를 나타낸 작품입니다.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램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인데, 내부는 텅 비어있지만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도 형상화된 백열전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요.




 J. B. Schmetterling, 2011


출처/ 잉고 마우러 홈페이지



‘Schmetterling’은 독일어로 나비라는 뜻입니다. 보시는 듯이 나비와 곤충들이 향기 나는 꽃을 맴돌듯 조명을 에워싼 디자인입니다. 흰색과 빨간색 플라스틱 링으로 감싸진 조명과 수작업을 통해 탄생된 곤충의 모습이 굉장히 정교하죠? 나무와 정원이 있는 야외에 설치되면 더욱 멋진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있을 것 같아요.




 What We Do Counts, 2015


출처/ 잉고 마우러 홈페이지



올해 선보인 ‘What We Do Counts’는 만화 속의 말풍선의 모습을 한 조명입니다. 알루미늄, 철, LED로 구성된 이 조명은 360° 회전이 가능하다고 해요. 잉고 마우러는 우리 삶에 있어 만화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만화가 주는 재치 있고 명랑하고 밝은 에너지를 자신의 작품에 적용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작품들 외에도, 그는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조명이 단지 빛을 비추는 기계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고 환상을 가져다주는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 어떤 것을 통해 의미를 더하고 공유한다는 그의 방식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집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보며 조명에 빠져들었던 만큼, 효성 블로그 가족들도 잉고 마우러가 조명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에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