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진 사원의 '그림으로 보는 독후감' ②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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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이 없어” 혹은 “젊은이가 이 나라의 희망이다”와 같이 젊은이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응원하는 이야기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요새 젊은이들은 참 불쌍해”라는 말이 곳곳에서 자주 들립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시작해 연애, 결혼, 출산, 취업, 주택을 포기한 ‘5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급기야 이제는 인간관계와 희망마저 없다고 보는 ‘7포 세대’라는 용어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 바로 이 시점,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젊은이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글을 읽기 전 현재의 청년 세대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보고 가면 좋을 것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생존주의 :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낙오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부류

- 공존주의 : 다양한 사회 운동이나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부류

- 독존주의 : 부모의 도움으로 생존경쟁에서 면제되었거나 승리한, 강한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가지는 부류

- 탈존주의 : 삶과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로 생존의 꿈을 포기하고 체념하는 부류 

(김홍중,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 세대 : 마음의 사회학의 관점에서」, 2015)





그럼 본격적으로 청년 세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우리 예상과 달리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불안감’은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생활 만족’이나 ‘행복도’ 수치는 심지어 지난 4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데요.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젊은이들이 컨서머토리(consummatory)화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자기 충족적, 즉 미래보다는 ‘지금 여기’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혹시 일본의 사회적 상황이 우리나라보다 좋아서 그런 걸까요? 그런 건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일본 역시 그대로 겪어왔습니다.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사회보장부담금 증가, 안정성 없는 고용 유연화라는 문제들이 넘쳐나서, “고령자에게는 유럽 수준의 혜택, 현역 세대에게는 미비한 보장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p.278)”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림으로 보는 독후감▲신유진 사원 일러스트,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와 현실을 달관한 채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



그런데도 그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85년생, 이 31살의 젊은 사회학자는 안타까운 대답을 내놓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아래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의 한 구절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p.136)

그러나 그의 책은 이 무서운 이야기를 아주 덤덤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그려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찬 미래는 없지만, 돌아가고 싶은 과거, 그때 그 시절도 없습니다. 아무리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수두룩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습니다. 우린 지금 경제적으로 풍요롭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나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가족이 있고 사회적으로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SNS가 있고, 원한다면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소규모 공동체를 만들기도 쉽다는 겁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도 그럴까? 일본 젊은이들처럼 왠지 불안하지만 행복할까? 얼마 전 조선일보가 특집 기사로 다룬 ‘달관 세대가 사는 법’ 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요.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직 달관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의 경제적 차이(아르바이트생과 정규직의 월급 차이, 과도한 학벌주의 등)를 언급하며 한국 젊은이들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2-30대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 기사를 보고 크게 아래 두 가지 분류로 나눠졌습니다.

-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달관했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외치는 사람
- ‘달관 세대’라는 용어에 씁쓸하게 동의를 하면서도 이건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달관이 아닌 체념, 절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한국 사회의 젊은이인 우리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끝없이 경쟁하며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나, 체념, 절망, 달관(어떤 용어를 사용하든)하는 모습이나 둘 다 안타깝긴 마찬가집니다. 이 책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만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나 혼자 행복한 것을 넘어서서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