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어느 직장인의 일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02.01 12:02




 새해 복 많이 받는 직장인 되길


2월 4일 월요일부터 6일 수요일까지 3일간의 설 연휴. 주말까지 5일이고, 연차를 붙여 쓰면 최대 9일간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나는 왜 진작 항공권을 예매해두지 않았을까. 남들보다 빠르게 6개월 전부터 계획을 해뒀으면 참 좋을 걸. 옆 자리 김대리님이 부럽다. 나에겐 일을 맡겨놓고 해외여행을 떠나신다니, 선물이라도 사다 주시(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시)겠지?


그래,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건 시작부터 지옥일 거야. 남들도 다 가니까 붐비는 공항에서 진이 다 빠질 거야. 그렇게 나를 위로해보고, 한국에 남아 명절을 행복하게 보낼 생각을 해보자. 일단, 집에는 내려가야겠지. 안 그러면 더 많은 잔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 친척 어르신들이 ‘결혼은 안 하냐’, ‘승진은 언제냐’, ‘연봉은 올랐냐’는 애정 어린 관심인 척하지만 사실은 무심할 뿐인 간섭으로부터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럴 땐 어떻게 받아 쳐야 할지 누가 좀 알려주면 참 좋겠는데..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중에서 -



나이를 먹으니 명절이 또 부담스러운 건 해마다 하나 둘 늘어나는 조카들에게 줘야 하는 세뱃돈. (나도 세배 잘하는데.. 친척 어른들은 이제 내게 세뱃돈 말고 덕담인 듯 덕담 아닌 잔소리를 주시지.) 조카들이 늘어갈수록 조카들의 나이가 늘어갈수록 세뱃돈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내 연봉이 오르는 것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니, 이것 참 불공평하네. 그래도 안 줄 수는 없으니까, 남들만큼만 적당히 줘야겠는데, 보통 얼마씩 줘야 하는 걸까? 결혼식 축의금만큼 고민 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또 걱정되는 것은 역시 음식. 올해 새해목표가 다이어트인데, 시작부터 위기다. 내려가고 올라오는 길에 휴게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고, 나이는 한 살 먹어도 결코 한 그릇만 먹을 수 없는 떡국부터 하나, 둘 집어 먹다 보면 돼지 꼴을 못 면한다는 전. 고기는 또 어떠한가? 고기는 단백질이니 괜찮다는 자기암시로 나는 또 아가리어터의 진면목을 보이겠지. 설 음식 먹을 거면 다이어트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설 연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몸도 마음도 편히 쉴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도 맞이해야겠다. 연휴는 기니까,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해돋이를 보며 올해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지. 명절에는 오히려 더 한산한 서울 시내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맛집도 가고 예쁜 카페도 가고, 바쁘다고 못 했던 취미도 즐겨볼까? 요즘 뜨는 호캉스도 참 좋겠다.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읽고 싶었던 책도 있으면서 누구보다 알차게 연휴를 보내고 싶다. 이제 쉬면 또 언제 쉬겠어?





보면 또 투덕거리지만, 안 보면 또 보고 싶은 가족들.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미뤄왔던 친구들. 만나면 좋은 사람들이 있고, 무엇을 해도 좋은 시간을 앞두고, 이미 그 기대감으로 새해 복을 다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회사를 잘 다니는 것이 직장인으로서의 임무겠지만, 가끔 딴짓도 하고 딴 곳도 가면서 회사 밖에서도 잘 사는 것이 우리 직장인들의 바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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