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Z] 포켓몬빵 잡으러 다니는 MZ세대
OMZ: Oh, This is MZ
궁금하죠? 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능하고, 좋고 싫음을 분명히 밝히는 세대라고 정의하는 MZ세대는 정말 남다른 뇌 구조를 가진 걸까요? 새롭게 선보이는 [OMZ: Oh, This is MZ]에서는 마케팅의 중요한 타깃이 되어버린 MZ세대의 관심사를 파헤쳐봅니다.
지난 2월 23일, SPC삼립이 포켓몬빵을 16년 만에 재출시했습니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죠? 편의점에서 파는 빵 종류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잖아요, 라고 생각하겠지만 MZ에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재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거든요. 물량도 충분치 않다 보니 오픈런은 기본이고 배달차를 사생하는 물류런까지, 포켓몬빵을 사냥하기 위해서 MZ는 새벽부터 편의점에서 줄을 섭니다. 빵 하나 먹자고 그러는 건 아니고요, 이게 다 포켓몬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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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쯤 되면 궁금하시죠? 아니, 포켓몬빵이 그렇게 맛있나, 띠부띠부씰은 또 뭔가 싶을 거예요. 포켓몬빵은 1999년에 처음 출시됐는데요, 맛은 평범해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방영되는 도중 출시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죠. 이 빵 안에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띠부씰(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는 스티커)이 있었거든요. 당시 초등학생들은 이 포켓몬 희귀템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그런데 초등학생이잖아요. 얼마 되지 않는 용돈 아껴서 사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하나 사고, 힘들게 모아야 했어요. SBS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의 에피소드로 구성될 만큼 그들에게는 13년 인생 최대의 아이템이었던 것이죠.
이제 그들은 빵 하나쯤은 허락받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생겼습니다. 엄마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돈을 버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1,500원으로 추억을 살 수 있는데 누가 그 돈을 아까워하겠어요. 다양한 매체에서 포켓몬빵 열풍의 원인을 ‘유행에서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소외 공포증(FOMO), 키덜트(kid+adult) 문화의 일환 등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사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요. 재미있기 때문이죠. 총 159종의 띠부띠부씰을 구하는 재미, 뽑기에 성공해 희귀템을 모으는 재미, 이 희귀템을 자랑하는 재미, 차곡차곡 포켓몬을 모아 붙여두고는 흐뭇하게 바라보는 재미,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 리셀하는 재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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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MZ세대가 대세가 되었다
과거에도 재출시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 꽤 있었어요. 오리온은 2016년 공장 화재로 생산 라인이 소실돼 단종됐던 '태양의 맛 썬'을 소비자 요청으로 2018년 4월 재출시해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고, 한국 맥도날드도 2005년 첫선을 보인 후 2018년 자취를 감췄던 '맥런치'를 지난해 재출시해 3주 만에 100만 개를 팔기도 했어요. 또 CU의 '최강 미니 바둑 초콜릿'은 단종된 지 10년 만인 2021년 1월 재출시했는데, 1월 한 달 동안 5만 개 이상 판매되고 매출 순위도 초콜릿 카테고리 내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밖에도 정말 많은 제품이 재출시되고 있는데요, 포켓몬빵 열풍은 기존에 있던 재출시 제품의 흥행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추억을 판다’ 또는 ‘추억을 산다’는 측면에서 보면, 포켓몬빵은 확실히 레트로 코드를 가지고 있긴 해요. 레트로라고 하면 기성세대에게는 추억, MZ세대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것’이잖아요. 최근 한정판으로 재출시된 델몬트 유리병 주스, 레트로팩 서울우유 한정판, 맥심 레트로 에디션만 봐도 딱 기성세대의 추억이라는 걸 느낄 수 있듯 말이에요.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의 레트로가 주로 3040세대 또는 그 이상 세대의 추억을 꺼내어 썼다면, 이번 포켓몬빵은 2030 소비층의 추억을 건드린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레트로 제품의 타깃은 소비주도층이기 마련인데, 확실히 소비주도층이 MZ세대로 옮겨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MZ 중에서도 중간 세대에 속하는 후기 밀레니엄 세대(1989년~1995년생), 즉 90년대생들이 확실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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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누가 기획했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MZ세대가 마케팅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의미도 가지지만, 그들이 시장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속속들이 기업에 흡수되고 있거든요. 특정 세대의 추억을 잘 상품화하면 충분히 성공적인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건 기성세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성공을 위한 아이템이 포켓몬빵이라는 걸 모르는 것뿐이죠. 이건 MZ세대만 아는 거니까요.
전문가들은 이번 포켓몬빵의 열기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거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그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거예요. 희귀성과 콜렉팅의 조화, 여기에 추억을 건드는 요소를 가진 제품은 언제나 인기였거든요. 제2의 포켓몬빵이 계속해서 나올 거란 말이죠.
Oh, This is MZ
추억은 기성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MZ도 추억을 꺼내어 먹습니다. 단지 추억의 기간이 짧을 뿐이고, 추억을 즐기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죠. 이 정도 설명을 했으면 ‘그 마음 다 알지’, 라고 납득이 되셨겠죠? 그런데 그 정도론 아직 부족해요. MZ를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면 지금 편의점으로 가셔야 합니다. 훤한 대낮에, 한 곳만 가서는 못 사는 거 아시죠? 오픈런도 하고 물류런도 해서 포켓몬빵을 사 모으세요. 그리고 띠부띠부씰의 포장을 긴장감 넘치게 뜯으세요. 마치 미달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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