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설날의 추억
시대는 변했어도 세대는 기억합니다. 세월은 지났어도 설렘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면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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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설날
눈 덮인 시골길, 엄마 옆에서 주워 먹었던 전, 한 상 가득했던 음식과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온 가족. 기쁨도 잠시, 결국엔 엄마 주머니로 들어갔던 세뱃돈과 시끌벅적했던 윷놀이 대결, 한눈에 사랑에 빠진 시고르자브종 복슬이. 어린 시절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설날의 추억입니다. 코로나로 이젠 더더욱 추억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쉽고 그리운 그 시절인데요, 잠시나마 그때를 추억하며 다가오는 설날을 맞이해봐요.
전쟁 같았던 귀성길과 귀경길
지금도 물론 차가 많이 막히지만, 피크타임을 잘 피하면 거북이걸음은 아닌 것 같아요. 주5일제도 아니었고 대체공휴일도 없었던 그 시절에는 설 연휴도 그리 길지 않았죠. 짧은 연휴 동안 전국 곳곳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니, 귀성길과 귀경길은 그야말로 전쟁 같았어요. 아버지는 운전이라도 하지,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하는 우리가 더 힘들었다고요.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하면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북적이던 인파 속에서 얻은 통감자와 버터오징어는 꿀맛이었죠. 화장실을 안 간다고 엄마와 실랑이를 하다가, 고속도로 위에서 난리 났던 적은 기억하진 못해도 누구나 다 있었을 거예요.
설 기차표 예매가 시작되면 서울역에 줄 선 사람들이 뉴스에 출연했어요. 지금은 클릭과 터치로 대결하는 ‘피켓팅’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요. KTX가 없던 시절에는 기차라고 빠르지도 않았지만, 김밥도 먹고 삶은 달걀과 사이다도 먹으면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이제는 정말 추억이 된 기차여행이 그립네요.
우리의 명절 설인데, 왜 특선영화는 다 중국영화였을까?
리모컨을 쥐고 안 놓던 큰아버지 덕분에 성룡이 한국인인 줄 알았어요. 우리의 명절 설인데, 특선영화는 대부분 성룡, 이연걸이 출연하던 중국 무협 영화였죠. <취권>을 보고 따라 해보지 않은 어린이는 없었을걸요? <황비홍>은 또 어떻고요. 시리즈로 연달아서 해주는 바람에, 보다 보니 빠져서 하루가 다 지나갔던 것 같아요.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물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어른들에게 중국 무협 영화가 있었다면, 어린이들에겐 설 특선만화였죠.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설까치’(이름부터 설 특선을 노린 것?)라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야구부에서 활약하는 만화에요. 제목이 <떠돌이 까치>였습니다. 만화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과 비슷한데요, 주인공 ‘오혜성’의 소년만화 버전이 ‘설까치’라고 보시면 돼요. <떠돌이 까치> 역시 이현세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아버지와 떠돌이로 살던 까치가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가고 새로운 친구들과 가족을 만나는 성장 이야기죠. 유튜브에서 전편과 후속편까지 볼 수 있으니, 이번 설에 추억 속으로 정주행 어떠세요?
실제로 연을 날려본 적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가만히 오래 못 있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의 어린이였잖아요? 그래서 밖으로 뛰어나가 놀았습니다. 설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놀이들이 있죠. 대표적인 것이 연날리기, 쥐불놀이, 자치기, 민속 팽이 그리고 실내에서 하는 윷놀이 등인데요, 아무리 어린 시절이라지만 실제로 설에 이런 놀이를 다 해본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해봤자 윷놀이 정도죠.
그리고 그보다 더 남녀노소 좋아하던 화투가 빠질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배운 덕분에 화투를 아는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여전히 띠와 열끗은 헷갈리긴 하지만요. 옆에서 화투를 치는 걸 보고 있으면, 돈을 딴 어른들이 용돈도 주셨어요. 그 재미로 구경하기도 했고요. 해보고 싶었지만, 애들은 하는 거 아니라기에, 크고 난 다음에 처음 쳐보았던 그 손맛이 더 짜릿했습니다.
송편 아니고 떡국
떡국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먹는다길래,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서 두세 그릇 더 먹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면 나이를 안 먹을 수 있다면, 아예 한 그릇도 안 먹을 텐데 말이죠. 설날 아침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었던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노란 지단과 소고기 고명도 빠지면 섭섭하고요. 꼬치전과 동그랑땡, 그리고 무엇보다 숱하게 떠다 마셨던 식혜의 달콤함을 우린 무척 좋아했죠. 부담스러운 칼로리도, 이 많은 음식을 하는 노고도 이젠 잘 알기에, 설날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지금은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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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설날을 좋아합니다
이제는 이해합니다. 왜 엄마가 세뱃돈을 가져가셨는지, 그 세뱃돈이 대체 어디로 갔는지 말이죠. 결국, 자식을 위해 쓰셨겠지만, 진짜 세뱃돈을 받아야 할 건 연휴 내내 고생하시던 엄마였어요. 그래도 이제는 세상이 좀 변해서, 꼭 며느리만 일해야 하는 명절 문화가 바뀌기도 했어요. 고향으로 내려가는 대신, 가족들을 만나는 대신, 푹 쉬거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코로나 때문에 명절다움이 사라지기도 했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설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린 설날을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빨간 날이 반갑기만 하고요. 가끔 먹어야 맛있는 음식들과 북적이진 않아도 반가운 만남이 있어요. 그리고 새해 복은 여전히 많이 받고 싶으니까요.
여러분이 좋아했던 그 시절 설날의 추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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