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감성 입은 K-POP, 픽셀 아트로 감각 확장: 픽셀 아티스트 정훈남

Story/효성

 

글. 이미선

 

 

8비트로 편곡한 음악, 픽셀로 재현된 아이돌.

K-POP에 추억과 캐릭터를 접목해

다중감각을 깨우는 정훈남의 세계다.

 

 

K-POP을 즐겨 듣는 이라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정훈남 JHN STUDIO’ 채널의 동영상을 접해봤을 것이다. 어떤 작업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K-POP을 8비트(전자오락 스타일)로 편곡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전 게임 스타일을 접목한 뮤직비디오인 ‘픽셀 뮤비’를 만든다. 유튜브 채널 ‘정훈남 JHN STUDIO’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잠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것이 일이었고, 기존 가요의 MR을 만들어보는 것도 취미 중 하나였다. 우연히 ‘가요를 고전 게임 음악처럼 편곡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 삼아 모모랜드의 ‘뿜뿜’을 8비트로 제작해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가 날마다 콘텐츠를 쏟아내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주목받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비결이 무엇인가.

 

이전에는 노래만 편곡해 제작한 커버 곡 콘텐츠가 많았는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아마 듣는 재미는 있지만 보는 재미가 떨어져 그랬을 것이다. 듣는 재미와 더불어 보는 재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동작을 추가했다. K-POP 하면 댄스를 떼어 생각할 수 없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캐릭터에 동작을 넣고, 실재감을 살리기 위해 배경 역시 뮤직비디오와 유사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캐릭터별 특징을 살리는 소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듣기로는 장인 정신으로 한 픽셀 한 픽셀 찍어 캐릭터를 완성한다고 하던데, K-POP을 고전 게임화하는 제작 과정을 소개해달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먼저 음악은 큐베이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8비트로 편곡한다. 그리고 캐릭터를 제작하는 픽셀 아트, 일명 도트를 찍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써와 손에 익은 어도비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한다. 캐릭터에 모션을 줄 때 사용하는 건 포토샵이다. 모든 소스가 만들어지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베가스를 이용해 완성한다.

 

 

공식 뮤직비디오보다 음질이 떨어지고 스타의 얼굴도 나오지 않지만 팬덤이 열광하는 이유는 픽셀 아트만의 실재감에 있는 듯하다.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캐릭터마다의 특징을 캐치해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픽셀로 완성된 캐릭터는 눈을 제외하면 코와 입이 없고 단순하기 때문에 옷의 컬러나 액세서리 등을 강조해 캐릭터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배경은 캐릭터보다 디테일하게 신경 쓰는 편이다. 공식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배경과 소품 등을 최대한 반영해 표현하고자 한다.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결과물들이 시각적 재미는 물론 추억 여행 등 사용자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며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크리에이터에게 최고의 칭찬이다. 픽셀 아트 최고의 매력은 노스탤지어다. 2000년대 이전에는 없던 걸 그룹의 노래와 영상이 마치 내가 어릴 때 즐겼던 추억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말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그 시대를 지나온 각자의 추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초기에는 30~40대를 타깃으로 정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기자기한 영상에 빠진 10~20대가 먼저 반응했다. 게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게임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힘이 있다. 사실 픽셀 댄스 영상은 해외 반응이 더 뜨거운 편이다. 거의 모든 세대와 인종이 즐기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확장성이 좋아 보인다. 게임을 출시하거나 메타버스 내에 뮤직비디오 상영관을 만들고 NFT 아트로 발행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좋은 아이디어다. NFT 아트의 조상님이라 불리는 라바랩스의 ‘크립토펑크(Cryptopunk)’ 프로젝트도 표현 방법은 픽셀 아트니까. 하지만 픽셀 아트라는 장르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픽셀 아트와 더불어 뉴트로 콘텐츠를 사랑하고 즐기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픽셀 콘텐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다.

 

 

"실재감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에 동작을 넣고,

배경 역시 뮤직비디오와 유사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