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하나에 8,700만 원! 나도 NFT 팔 수 없을까?

Story/효성

 

최근 인터넷 밈(meme) 하나가 8,700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 밈의 제목은 ‘곁눈질하는 클로이(Side Eyeing Chloe)’인데요, 미국 유타주에 사는 케이티가 2013년에 자신의 딸 클로이 클렘을 촬영한 것입니다.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중 하나죠. 디즈니랜드를 가자는 부모님의 깜짝 선물에 ‘거길 가서 뭐하게?’라는 못마땅한 표정을 한 이 소녀의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이 밈을 사용합니다. 결국, 이 밈은 NFT로 만들어졌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음악 프로덕션 회사 3F 뮤직이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곁눈질하는 클로이(Side Eyeing Chloe) / 출처: Youtube @Lily & Chloe(youtu.be/NGhuLkjl4iI)

 

딱 여기까지만 보면 드는 생각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별것 아닌 영상은 나도 있는데, 이것도 팔 수 있을까?’ 아닌가요? 당연히 NFT로 만들 수도 있고, 팔 수도 있습니다. 클로이의 밈처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능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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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왜 비쌀까?

 

NFT가 뭔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자산이에요. 비트코인, 이더리움같이 화폐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코인은 아니고, JPG, GIF, 비디오 등의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것을 말합니다. 현실 속에서의 그림, 예술 작품,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것이죠.

 

이런 자산들의 특징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료비, 인건비, 유통비에 마진을 보태서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철저히 수요에 의해 가격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생성된다는 것, 없었던 가치가 생겨나는 겁니다. 예술 작품이 그렇듯 누군가 만들어 놓으면 그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모여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인터넷 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다만 가격 결정 방식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창작자가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고,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춰 소유자를 찾는 역경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즉 NFT로의 가치가 있으려면 많은 사람의 소유욕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최근 NFT로 판매된 <무한도전>의 '무야호' / 출처: Youtube @MBCentertainment(youtu.be/V-Xf7vg2A9I)

 

클로이의 밈엔 2,000만 건의 조회수와 밈을 즐겨 쓰는 수천만의 대중이 있겠죠. 또 얼마 전 MBC의 디지털 자산으로 판매가 된 ‘무야호’ 밈처럼 13년 동안 계속된 대표 프로그램 중 짧은 몇 초의 순간이지만 8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재조명될 만큼 강력한 기억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비싼 값을 지불할 사람을 찾기 힘들죠.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유니크함, 컬렉션으로의 가치, 스토리텔링 등의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결국은 플렉스로 연결되는데요, 작품의 가치보다 작품을 소유했다는 사실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리셀테크로 유명한 한정판 에어조던, 유명 아티스트와 콜래버레이션한 베어브릭, 매 시즌마다 나오는 한정판 스타벅스 굿즈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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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콘텐츠도 NFT로 만들 수 있을까?

 

당연히 만들 수 있죠.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에서 기록할 수만 있다면 유형자산, 무형자산 모두 NFT로 만들 수 있어요. 취미 삼아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일러스트 작업물,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만들어진 독특한 결과물 모두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엔 그냥 흘려봤을 내 것들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생겼습니다.

 

만약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영상을 편집하거나 음원을 만든다면 말한 것도 없고, 취미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 꽤 쌓여 있다면 NFT로 만들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처음엔 한 번 해보는 거예요.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작품의 필요성을 결정짓는 건 대중이고, 대중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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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만들까?

 

메타마스크(metamask.io)의 디지털 지갑

 

NFT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일단 디지털 지갑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통은 메타마스크(MetaMask)라는 크롬 브라우저용 플러그인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그 외에 다른 디지털 지갑을 사용해도 괜찮아요. 하나만 있으면 다른 거래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거든요. 디지털 지갑을 만들고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손쉽게 작품을 업로드해 NFT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단, 판매가 되면 서비스 수수료(보통 2.5%)가 발생하니 가격을 결정하는데 조금 더 신중해야 합니다.

 

크립토펑크 / 출처: 크립토펑크스(larvalabs.com/cryptopunks)

 

대표적인 NFT 거래소에는 OpenSea, Rarible, Zora, SuperRare, NiftyGateway 등이 있는데요, 거래소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오픈씨(OpenSea)는 거의 모든 종류의 NFT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이고, 라리블(Rarible)은 오픈씨와 같이 여러 NFT를 거래할 수 있는 곳이지만 NFT 발행에 약간의 비용이 든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크립토펑크(픽셀로 찍어낸 그림)만을 거래하는 크립토펑크스(Cryptopunks)라는 거래소도 있고, 단일 에디션 디지털 아트만 사고파는 거래소인 슈퍼레어(SuperRare)도 있어요. 슈퍼레어는 지원 후 내부심사를 통과하거나 초대 받은 작가만이 NFT 작품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비플이라는 NFT 예술가의 작품이 자주 거래되는 나이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는 슈퍼레어처럼 심사를 통해 작가를 선정합니다.

 

NFT 작품 <Something New>, KIM&KAZEPARK / 출처: 메타갤럭시아

 

최근엔 국내에도 다양한 거래소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효성의 계열사인 갤럭시아메타버스에서 만든 ‘메타갤럭시아(metagalaxia.com)입니다. 메타갤럭시아는 다른 NFT 거래소와는 조금 특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오픈과 동시에 마라톤 황제 이봉주 선수와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를 주제로 만든 디지털 아트 작품을 선보였어요. 현재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올라와 있는데요, 매주 화•금요일에 다양한 스타•럭셔리 분야의 NFT 작품이 소개됩니다. 사진작가 임채욱, 아티스트그룹 ManeCrew(메인크루), 어도비가 선택한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CJroBlue(최정현), 동양화 프로젝트 그룹 오색빛닮과 그래픽 아티스트 &(박준식)작가의 작품 등이 있죠.

 

메타갤럭시아에서 작품을 판매하려면 일단 크리에이터 신청을 해야 합니다. 작품을 심사해 판매 여부를 결정하죠. 메타갤럭시아는 큐레이션 기반으로 등록과 판매, 콘텐츠의 품질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폭넓은 분야에서 양질의 디지털 자산들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거든요. 사실 모든 걸 다 파는 대형 쇼핑몰에 가면 뭐든 구경할 순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게 괜찮은 물건인지 또 투자 가치가 있는지는 알기 힘들어요. 그러니 새로 생긴 NFT 시장에서 분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큐레이션이라는 도움이 절실한 것이죠.

 

NFT 작품 <Worry Less, Live More>, manecrew / 출처: 메타갤럭시아

 

우린 오랜 기간 동안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디지털 작업물을 판매할 때 복제라는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어요. 누군가 새로운 콘텐츠로 인기를 끌면 여지없이 정교한 복제품이 나왔고, 최악의 경우 진품이 복제품에 밀려나기도 했어요. 어차피 팔아 봤자 남 좋은 일만 시키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요.

 

저작권과 소유권에 예민한 여러 영역에서 NFT가 활용된다면 어떨까요?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의 형식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지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작업물에 원본증명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 더 안전하게 내 콘텐츠가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NFT로의 전환을 망설이지 마세요. 소중한 것의 사진을 찍어 보관하듯 일상을 NFT로 만들게 저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