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특별기획: 브랜딩 인스피레이션 ②] 알파벳 ‘I’를 바람에 날리니, 그것은 브랜딩이 되었다

Story/효성

 

낯섦 혹은 참신함

국내 기업의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타이포브랜딩(typography-branding)’

 

두 번째 인스피레이션

티머니 브랜드 리뉴얼(2019)

 

효성 블로그가 특별기획으로 준비한 [브랜딩 인스피레이션]. 지난 포스트 「‘글자’로 기업 브랜딩을 한다고?!」에서는 타이포브랜딩(typo-branding)이라는 신개념 브랜딩 전략, 그리고 구체적 사례로 게임 기업 위메이드의 브랜드 리뉴얼(2019) 결과물을 살펴봤습니다. 두 번째 포스트에서도 또 하나의 타이포브랜딩 사례를 소개해드릴 텐데요. 교통 결제 서비스 기업 티머니의 브랜드 리뉴얼(2019)입니다.

 

※ 해당 포스트의 모든 이미지는 ㈜윤디자인그룹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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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타입을 전용서체로,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현재 티머니의 전신은 ‘한국스마트카드’입니다. 본래 티머니는 이 한국스마트카드의 여러 브랜드들 중 하나였어요. 사명을 ‘티머니’로 변경하면서 통합 브랜딩을 전개했고, 2019년 리뉴얼된 기업 브랜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티머니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통합 브랜딩 당시에도 로고타입(logotype)을 브랜드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로고타입이란 말 그대로 ‘글자(type)로 이루어진 로고(logo)’를 뜻합니다. 티머니의 로고타입은 한글 ‘티머니’, 알파벳 ‘Tmoney’였죠.

 

기존 티머니 로고타입

 

현재 티머니 로고타입

 

‘티머니의 기존 브랜드 상징, 즉 로고타입을 토대로 통합 브랜딩 시스템을 설계한다’라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작업 과정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눠볼 수 있어요.

 

 

①, ②, ③ 전 과정을 관통하는 요소가 바로 ‘글자’입니다. 한마디로 글자로 시작해 글자로 완결되는 기업 브랜딩 제작 구조인 셈이죠. 각 단계별로 어떤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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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① ‘T for All’

 

티머니 전용서체 개발 과정을 짧은 문구로 요약하면 ‘T for All’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로고타입의 대문자 T를 디자인 모티프 삼아서 전용서체의 한글과 알파벳을 제작한 것이죠. 단,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었습니다. 글자가 통합 브랜딩의 핵(core)인 프로젝트인 만큼, 글꼴이 그래픽적인 시각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었죠. ‘글자로만 읽고 쓰기 위한 글자’가 아니라, ‘그래픽 요소로 활용 가능한 글자’를 만든다는 목표인 셈입니다.

 

티머니 전용서체 ‘티머니 둥근바람’으로 쓴 글자들

 

티머니의 ‘T’는 획 끝이 둥글게 다듬어져 있죠. 직각으로 마감된 글자에 비해 시각적으로 좀더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자아냅니다. 이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용서체의 한글과 알파벳에 옮겨졌는데, 여기에 디테일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기존의 알파벳 로고타입은 T, m, o, n, e, y 등 여섯 글자(대문자 1개 + 소문자 5개)가 조합된 형태가 아니라, ‘Tmoney’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덩어리였어요. 이를 한 자 한 자 분리하여 서체로 만드는 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소문자 디자인입니다. 이미지 덩어리 그대로 글자를 만들 경우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용서체에서는 기존 로고타입보다 소문자의 크기가 조금씩 축소되었고, 몇몇 알파벳의 형태도 가독성에 알맞게 조정이 되었습니다.

 

가독성을 고려하여 소문자의 크기와 형태가 조정된 모습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티머니의 전용서체의 이름은 최종 네이밍 단계에서 ‘티머니 둥근바람’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곡선 디자인을 부각한 네이밍인데, 갑자기 ‘바람’은 왜 등장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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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② & ③ 브랜드에 이야기의 ‘바람’을 불어넣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너무도 유명한 곡, 가수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첫 소절입니다. 이 노랫말의 느낌처럼, 티머니는 ‘고객의 일상 속으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점차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갔죠.

 

 

이런 생각의 발전을 통하여 ‘바람’이라는 키워드가 도출된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난다면 뭔가 부족하죠. ‘티머니’라는 기업과 ‘바람’을 결속해줄 적절한 그래픽 요소와 카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마치 연흔(漣痕, 바람이 불어 생긴 물결 모양의 흔적)과도 같은 위 이미지. 다름 아닌 ‘티머니 둥근바람’의 대문자 ‘I’를 활용한 그래픽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I’들의 그래픽을 티머니는 ‘티머니 윈드’라 명명하여 통합 브랜딩 요소로 적용했습니다. 바람개비 동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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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구축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타이포브랜딩

 

이러한 일련의 단계를 통해 티머니는 ‘바람’이라는 통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새단장을 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글자’를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진행했고요. 읽고 쓰는 글자에서 보고 즐기는 그래픽적 글자로의 발상 전환이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브랜딩 인스피레이션]이라는 특별기획으로 국내 두 기업의 ‘타이포브랜딩’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들 하지만, 새롭지 않은 것들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는 있겠죠. 오케스트라 편성에 따라 전혀 다른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처럼요. 브랜딩을 고민하는 분들께 효성 블로그의 콘텐츠가 ‘인스피레이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