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특별기획: 브랜딩 인스피레이션 ①] ‘글자’로 기업 브랜딩을 한다고?!
낯섦 혹은 참신함
국내 기업의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타이포브랜딩(typography-branding)’
첫 번째 인스피레이션
위메이드 브랜드 리뉴얼(2019)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branding)을 합니다. 그만큼 브랜딩 사례도 다양하죠. 브랜딩이란 요컨대 ‘우리의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활동’입니다. 모든 브랜딩 전략은 ‘우리의 브랜드를 어떻게 대중에게 각인시킬 것인가’라는 간단명료한 질문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말은 참 쉽지•••’ 하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한데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지구상(?)의 무수한 브랜딩 사례들 전부가 성공한 건 아니기 때문이죠. 담당자들의 가열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때때로 브랜딩은 초라한 퍼포먼스만 남긴 채 대중의 기억에서 잊히곤 합니다. 고생고생 발표한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딩 전 느낌이 훨씬 낫다’라는 피드백으로 얻어맞기도 하고요.
기업의 여느 사업들처럼 브랜딩 또한 그 첫 단추는 ‘아이디어’입니다. 브랜딩 아이디어는 ‘디자인’ 요소를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요. 브랜딩 작업은 어쨌든 시각 산출물(이를테면 BI/CI 및 각종 슬로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일이니까요. 다채로운 시각 자료를 최대한 풍부하게 참고한다면 보다 유의미한 아이데이션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번 포스트를 포함해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다소 낯선 브랜딩 사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 포스트는 게임 기업 ‘위메이드’, 두 번째 포스트는 교통 결제 서비스 기업 ‘티머니’를 살펴볼 건데요. 두 사례 모두 글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모든 브랜딩 시스템을 구축한다, 라는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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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중심 브랜딩’이 모험인 이유
기업 전용서체에 대해서는 아마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전용서체 개발은 브랜딩 프로젝트의 한 분과로서가 아니라 별개의 사업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브랜딩의 연관 사업으로 전용서체 개발을 추진하는 경우라도, 개발사 선정(계약)은 보통 ‘브랜딩 업체’ 따로 ‘서체 업체’ 따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두 업체가 전체적인 브랜딩 방향성은 공유하겠지만, 작업 자체는 투 트랙으로 이루어지는 셈이죠. 예를 들면 브랜딩 업체가 BI/CI•사원증•인쇄물 디자인을 담당하고, 서체 업체는 딱 서체만 만드는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설정합니다.
타이포브랜딩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글자를 그래픽 요소로써 다루는 것)와 브랜딩이 합쳐진 말입니다.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몇몇 기업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현업 용어예요. 앞서 설명했듯 타이포브랜딩은 ‘글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모든 브랜딩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념이죠. BI/CI•사원증•인쇄물 같은 브랜딩 요소들 일체가 글자로부터 파생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투 트랙 R&R을 통합하여 실무를 진행할 수 있죠. 글자라는 절대 기준 하에 원 트랙으로 모든 브랜딩 요소들을 개발하기 때문에 각 요소 간 통일성/논리성 구축에도 용이합니다.(문장으로만 접해서는 잘 와 닿지 않으실 텐데요. 다음 단락에서 국내 기업의 실제 사례를 보시면 ‘아~ 이거구나’ 하실 거예요.)
그런데 이러한 작업 체계는 다소 모험적이라 할 수 있어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기존의 브랜딩 실무와는 판이한 방식이므로 관계자 전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요. 둘째, ‘글자도 브랜딩 요소가 될 수 있다’라는 개념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낯설게 받아들여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 이 두 이유(혹은 리스크)의 영향력은 얼마간 축소된 듯합니다. 확실한 사례가 생겼으니까요. 이제 그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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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와 10여 개 계열사들을 ‘통일’시킨 하나의 글자, 하나의 아이덴티티
위메이드(Wemade)는 우리나라의 게임 기업입니다. 기존 이름이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였다가 2019년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새로운 CI와 전용서체 ‘인피니티 산스’, 지금의 사명을 선보였습니다. 위메이드는 10여 개 계열사(관계사)를 거느린 그룹형 기업이에요. 그룹사가 전사적인 브랜딩을 기획할 경우,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될 텐데요.
“계열사들은 담당 사업도 다르고, 슬로건 디자인도 다르고, 심지어 사용하는 문서 양식도 다르다. 이러한 ‘다름’을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통일시킬 수는 없을까?”
이 문제의식은 그룹사 브랜딩의 핵심 과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라는 기업이 타이포브랜딩을 채택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우선 아래 이미지를 함께 보실까요?
이미지 ①은 위메이드의 CI, 이미지 ②는 위메이드 전용서체 ‘인피니티 산스’로 쓴 텍스트예요.(공식 사이트에서 체험판 폰트를 다운로드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우선은 영어 문장만 유심히 한 번 봐주세요. 이미지 ①과 ②의 알파벳(라틴 알파벳) 디자인이 동일하다는 점, 발견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위메이드의 CI를 이루는 W, E, M, A, D, E 여섯 글자는 모두 ‘인피니트 산스’의 알파벳 낱자들이에요. 기업 전용서체로부터 CI를 파생시킨 것입니다.
CI뿐 아니라 고객 대상으로 발신하는 주요 메시지, 사내에서 활용하는 각종 문서 양식, 임직원 아이덴티티 카드 등의 디자인 콘셉트 모두가 위메이드의 ‘글자’로부터 파생된 요소들인데요. 계열사들 또한 대외 홍보물 및 사내 굿즈에 ‘인피니티 산스’를 활용함으로써 손쉽게 그룹사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통일성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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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참신함은 한 끗 차이
글자를 중심으로 기업의 브랜딩 요소를 파생시킨다, 라는 다소 낯선 ‘타이포브랜딩’의 개념. 국내 기업 위메이드의 사례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위메이드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는 2018년 시작해 작업 기간 약 1년을 거쳐 이듬해 완료 및 발표되었습니다. 그해 이 프로젝트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19)’에서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낯선 것이 인정받으면 참신한 것이 되기 마련인데, 이번 포스트에서 알아본 타이포브랜딩 또한 이제는 참신함의 영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포스트 [효성 특별기획: 브랜딩 인스피레이션 ②] 알파벳 ‘I’를 바람에 날리니, 그것은 브랜딩이 되었다에서는 또 하나의 타이포브랜딩 사례를 알아볼 텐데요. 서두에 예고해드린 대로 국내 기업 ‘티머니’의 2019년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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