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기업들 ⑩ 장아찌, 중•일 수교의 가교가 되다! 류비쥐(六必居)

Story/효성

 

글•사진. 홍하상(전국경제인연합회 교수, 작가)

 

베이징의 가장 번화가인 왕푸징. 바로 그 왕푸징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에 ‘전문대가’ 거리가 있습니다. 전문대가 거리 안에 오래된 장아찌 가게인 ‘류비쥐’가 있는데 맛이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죠. 류비쥐의 창업은 1530년으로 4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베이징의 ‘라오즈하오(老字號)’, 즉 가장 오래된 전통 가게 중에서도 대표 선수입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이런 경영 방침이 쓰여 있는데요, ‘6필’, 이는 여섯 가지의 필수 조건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서도필제(黍稻必齊), 좋은 원료

국얼필실(.蘖必實), 충분한 자재

담치필결(湛熾必潔), 청결한 공정

도자필량(陶瓷必良), 좋은 설비

화후필득(火候必得), 정확한 가공

수천필향(水泉必香), 깨끗한 물 사용

 

베이징의 채소 반찬 업체는 수없이 많습니다. 장아찌 역시 마찬가지죠. 그중에서 중국을 대표할 만한 장아찌 업체는 바로 류비쥐입니다. 사실 이곳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부르주아로 몰려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싶었는데, 1972년 9월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중•일 수교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죠.

 

중국과 일본의 문호개방 협상은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습니다. 남경학살과 2차 세계대전으로 중국 국민이 일본군에 의해 너무 많이 죽었기 때문이죠. 급기야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하지만 다나카 총리는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에게 일제 카메라를 선물했고 그는 “바로 이런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중국에 세우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만찬, 다나카 총리가 “아직도 류비쥐 가게는 잘 있습니까?”라며 “젊은 날 베이징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물 만 밥에 류비쥐의 장아찌를 먹었더니 그 맛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온 김에 그 가게의 장아찌를 먹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그 말을 듣자 즉시 류비쥐의 장아찌를 가져오도록 지시했고 다나카 총리는 젊은 시절 추억의 맛을 바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을 아시는군요. 중•일 수교 협상을 다시 합시다.” 저우언라이 총리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중국과 일본은 중•일 수교 협상에 합의했습니다. 일제 카메라 선물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중국의 맛을 알고 사랑하는 다나카 총리의 협상력이 통한 것입니다. 1972년 9월 29일의 일이죠. 이후 중국에는 일본의 하이테크 공업 단지가 전국에 들어섰고 중국도 일본도 윈-윈하고 있습니다.

 

저우언라이는 얼마 후 이런 지시를 했습니다. “류비쥐의 간판을 다시 걸라.” 그렇게 류비쥐도 살아났죠. 멋진 거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