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횻츠업] 자원의 업사이클링과 효성의 폴리케톤

Story/효성


우리가 알고 있는 업사이클은 세상에 한 번 나온 제품을 격조 높은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라이탁이 있죠. 트럭에 실은 짐들을 가려주는 가림천을 잘라 가방을 만들었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에 우리는 윤리적 소비를 지속해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방식, 즉 버려진 제품에 쓸모를 불어넣어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전혀 재활용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지는 자원을 활용해 전혀 다른 새로운 자원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산화탄소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고 있죠. 그런데 이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바로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Hybrid Na-Co, system)인데요,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동시에 전기에너지와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반응 원리는 크게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어요. 우선 물(H₂O)에 이산화탄소(CO₂)를 불어넣으면 ① 수소 이온, 즉 양성자(H⁺)와 탄산수소 이온(HCO₃⁻)이 만들어집니다. 양성자가 많아져 산성으로 변한 물은 ② 나트륨 금속에 있던 전자(e⁻)들을 도선을 통해 끌어당기면서 전자의 흐름, 즉 전기를 만들고, ③ 수소 이온(H⁺)은 전자를 만나 수소 기체(H₂)로 변합니다. 마지막으로 음극에서 전자를 잃은 나트륨 이온(Na⁺)은 분리막을 통과해 탄산수소염(HCO₃⁻)과 반응해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이 됩니다.

 

출처: UNIST 울산과학기술원



-
플라스틱 쓰레기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로도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영국 체스터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을 5cm 길이로 자른 뒤에 1,000℃의 뜨거운 가마에 녹일 때 가스가 발생하는데요, 이 가스를 정제해 변환해서 전기에너지나 수소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자동차나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라는 것, 그리고 플라스틱 내부가 이미 오염되어 있어도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미 상용화 직전의 단계까지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이 기술을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출처: NIGERIA ELECTRICITY



-
플라스틱 쓰레기로 로켓 원료를 만드는 기술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사례가 하나 더 있는데요, 영국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 제조사인 스카이로라는 매립지에 묻히거나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등유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원료의 이름은 에코신(Ecosene)이라고 하는데요, 스카이로라는 폐플라스틱 1,000kg으로 약 600kg의 에코신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원료를 이용해 로켓 엔진을 작동시킬 경우, 전통적인 로켓 원료인 일반 등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소시킬 수 있고, 극저온 냉동을 할 필요도 없고, 장기간 탱크에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도 합니다.


출처: Youtube Skyrora Limited



-
폐기물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벽돌을 만드는 기술


우리가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부터 건물에 이르기까지 벽돌은 외관뿐 아니라 인테리어용으로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런 벽돌을 폐기물로 만든다면 어떨까요? 인도에 본사를 둔 라이노머신즈(Rhino machines)라는 회사는 주조 공장의 먼지와 모래 폐기물 80%와 플라스틱 쓰레기 20%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벽돌인 실리카 플라스틱 블록(SPB, slica-plastic block)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SPB는 인도의 건설 환경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먼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건축 회사 R+D Studio와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특히 일반 황토 벽돌보다 2.5배 더 강하고, 천연자원도 80%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도 지키면서 더 튼튼한 건물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YANKO DESIGN



-
일산화탄소로 친환경 소재 폴리케톤을 만드는 기술


이산화탄소 못지않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바로 일산화탄소입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데요, 흡입할 경우 건강에도 치명적입니다만, 이런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신소재, 폴리케톤(Polyketone)를 만들기도 합니다.



2013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효성의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루어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플라스틱의 대체재입니다. 각종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태워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 중에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효성은 이런 일산화탄소를 포집해 새로운 자원을 만드는 데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이죠.


현재는 기존 산업소재 대비 내충격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 물성이 우수해 건축자재뿐 아니라 자동차의 연료 계통, 난연성이 중요한 전기・전자 분야, 고강도 섬유 부분에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최근엔 식판, 골프티 등 일상 속 생활용품, 레저용품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환경을 살리는 업사이클링 기술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사실 이보다 훨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더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우리의 환경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업사이클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쓸모없는 것들을 다시 쓸모 있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쓸모없는 것들을 꼭 필요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요. 더 많은 업사이클 기술들이 개발되어 지구를,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