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새롭게, 밈 현상: 우리가 직접 ‘PICK’ 하는 세상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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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깡 했나요?”
“1일 1깡으로는 부족합니다. 적어도 1일 3깡은 해야죠.” 최근 유행처럼 번진 ‘깡’ 신드롬에 대해 당사자인 가수 비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일 1깡’이란 하루에 한 번씩 비의 노래 ‘깡’ 뮤직비디오를 봐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깡’은 최근 곡이 아닙니다. 무려 3년 전 노래로 당시에는 다소 과한 춤과 뮤직비디오 연출이 혹평을 넘어 조롱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여고생이 올린 ‘깡’ 패러디 영상은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버린 ‘깡’에 다시 불씨를 당겼습니다. 패러디 영상이 무려 487만 회(7월 29일 현재) 조회 수를 넘겼고, ‘깡’ 뮤직비디오는 1,760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16만 건이 넘게 붙은 댓글 창은 ‘깡’ 신드롬의 진원지가 됐죠. 일종의 놀이 공간이 되어 비에게 각종 금지 항목을 조언하는 재기발랄한 글들이 올라왔고, 이 댓글 놀이가 만든 신드롬으로 ‘깡’이 다시 3년 만에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깡’ 뮤직비디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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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것들이 ‘힙’ 해진다, 밈 현상
‘깡’ 신드롬과 함께 떠오른 말이 ‘밈 현상’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해석하면서 등장한 밈(Meme)은 사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따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방식을 설명하는 용어로 활용됐습니다. 기존의 콘텐츠, 심지어 실패한 콘텐츠까지 소비자들이 재해석하고 재생산함으로써 생기는 소비 현상이 그것이죠.
밈 현상은 이제 대중문화에서는 흔하게 나타나는 징후가 됐습니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탑골 GD’라 불리면서 무려 30년이 지난 현재로 다시 소환된 옛 가수 양준일 신드롬이 그렇고, 이른바 ‘짤방’이라는 형태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을 하며 “사딸라!”를 외쳤던 배우 김영철과 영화 <타짜>에서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로 화제가 됐던 김응수가 맞이한 새로운 전성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과거에서 소비자들의 밈을 통해 다시 현재로 소환된 이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밈의 영향력을 실감한 기업들은 서둘러 이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버거킹’ 광고 캡처
밈 현상이 말해주는 건 소비자 파워입니다. 과거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흐르던 일방향적인 흐름은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더니 이제는 아예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죠.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 같은 쌍방향 미디어의 출현입니다. 매스미디어 시대 속에서 거대 미디어에 의해 주도됐던 미디어 권력은 인터넷과 모바일 같은 개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해체됐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세상은 소비자들이 의견을 더하는 공간이면서 디지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과 재창조가 가능한 공간이 됐습니다. 미멤(Mimeme:그리스어로 모방이라는 뜻)에서 온 밈이라는 용어는 인터넷과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었죠. 그래서 지금의 밈 현상을 ‘인터넷 밈’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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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않는 유쾌함으로
밈 현상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 년 전 지나간 것들까지 현재의 트렌드로 바꿔놓기도 합니다. 또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공익적인 성격이 붙었을 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엄청난 여파는 그래서 부정적인 이슈로 확산될 때 그만큼 폐해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댓글 창을 통한 조롱 그 이상의 혐오들이 밈 현상처럼 번지면 자칫 감당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이 같은 영향력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픈 욕망 역시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밈 현상으로 화제가 된 인물들이 그로 인해 광고 모델이 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해도, 아예 밈을 만들려는 마케팅의 과잉된 상업적 욕망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죠. 결국 밈 현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소비자 파워 중심의 세상이지만, 그 영향력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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