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언어로 만드는 함께 사는 사회: 2020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

Story/효성


글. 신경화

사진. 잠실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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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성장의 동반자가 되다


지난 7월 15일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 결과 공유회’가 방역 수칙을 엄수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굿모닝 스튜디오>는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의 성장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인데요. 잠실창작스튜디오는 매년 정기 공모를 통해 장애 예술인에게 개인 작업실을 제공하며 일대일 전문가 매칭, 협업 예술가와의 워크숍, 기획 전시 등으로 그들의 예술적 성장을 돕는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효성은 2018년부터 잠실창작스튜디오를 후원하며 입주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유회에는 12명의 입주 작가를 비롯해 워크숍을 기획한 ‘다단조’와 ‘다이애나밴드’, 최윤석과 홍세인 등 협력 예술가, 잠실창작스튜디오 매니저 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먼저 기획자들이 워크숍 기획 의도 및 과정을 발표한 후, 협력 예술가들의 프로그램 과정 소개와 프로그램별 아카이빙 영상이 방영됐죠. 영상 자료 속 입주 작가들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숙함이 배어 나왔고, 마치 글과 소리의 한계를 넘어 ‘예술’이라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참여 소감도 짧게 이어졌습니다. 회화·일러스트·사진 등 그동안 시각예술에 머물렀던 입주 작가들은 워크숍을 통해 평면 작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체를 통한 작업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총 9주 동안의 과정에서 서로의 감각을 깨우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장애 예술가의 예술적 성장’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워크숍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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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 창작 영역을 확장한 워크숍


<굿모닝 스튜디오> 워크숍은 소리를 통해 디자인과 미디어아트를 실험하는 다이애나밴드와의 사운드 랩(Lab)으로 5월 6일 첫발을 뗀 후 무빙 랩, 프린팅 랩 등 총 3개의 랩이 각 3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각 랩에서는 다른 매체와의 협업·접속·응용 등 작업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과정으로 구성됐죠.



먼저 사운드 랩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환경·도구·관계적 측면을 탐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윤석 작가의 무빙 랩은 평면을 벗어나 움직임·소리·조각·그림·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예술적 표현을 경험하는 자리였으며, 홍세인 작가가 진행한 프린팅 랩은 리소 프린팅의 고유한 감각·인쇄 기법·인쇄 공정 등에 따라 결과물이 어떻게 변환되고 확장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매주 1회 총 9주의 여정 동안 입주 작가들은 그간 해왔던 작업의 연속성 안에서 다른 장치나 매체를 경험하고 영역을 확장했으며, 그 과정에서 각자 다른 감각을 주고받으며 창작 활동을 견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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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잇는 가치’를 향한 또 다른 시작


워크숍 작품 중 일부는 다가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비장애인의 공존을 지향하는 ‘같이 잇는 가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입주 작가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공동 창작 워크숍 전시 및 문화 예술 포럼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는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 조성과 장애 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는 창작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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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정체성을 찾은 절호의 기회 - 이우주(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제 작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해온 시간이 꽤 오래됐는데 이번 워크숍을 통해 찾은 기분이에요. 청각장애로 인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사운드 랩에서 처음 만난 칼림바(아프리카 민속 악기)는 저만이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어요. 소리와 파동에 대해 동료 작가들과 작업을 공유하면서 많은 공부가 됐죠. 지난 7월 효성그룹 사보 표지 그림도 그렇게 탄생했고요.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저만의 몽환적인 멜로디가 들렸고 그것을 이미지로 떠올려 그릴 수 있었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제가 느끼는 모든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예술을 통해 깨달은 공존의 의미 - 김다은(워크숍 기획자 그룹 다단조)



“이전에는 장애 예술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했어요. 기획에 담아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핑계고 적극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제안이 반가운 한편 부담이 컸어요. 타인 또는 사회가 규정하는 신체적 한계와 여러 질문을 던지며 기획안의 초점을 찾아갔고, 결국은 예술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했지요. 우리는 예술을 매개로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예술 활동으로서 워크숍을 즐겼어요. 또 예술이라는 언어로 대화하며 예술이라는 도구로 가까운 관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협업이 가능한 열두 분의 작가님을 만난 것도 기획자로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관계 속에서 또렷해진 울림 - 여혜진(워크숍 기획자 그룹 다단조)



“말과 글이 아닌 함께 있는 소소한 순간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이선근 작가의 아름다운 사운드 악보를 보며, 서은정 작가의 섬세한 손동작에서, 귀갓길을 담은 박찬별 작가의 먹먹한 영상에서, 큰 손으로 빚은 전동민 작가의 섬세한 얼굴 점토가, 정은혜 작가의 유머 감각이, 김환 작가의 선선한 말투에도, 정도운 작가의 거침없는 드로잉이, 김현하 작가의 경쾌한 배려가, 한승민 작가의 다채로운 표정이, 느릿느릿 첼로 연주를 선으로 긋던 김기정 작가에게서, 이우주 작가의 다정함이, 나무의 심장을 사진으로 담은 듯한 이민희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말이죠. 이번 행사에 참여한 모두에게도 이러한 감동이 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