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편] 레트로 시네마의 재해석, 리메이크로 재탄생한 ‘뉴트로’ 영화
턴테이블에 블루투스 축음기를 장착하거나, 옛 게임들을 디지털 리마스터링해 재출시하는 시도들이 최근 적잖습니다. 첨단화된 레트로(retro)라 할 수 있을 텐데요. ‘뉴트로(new-tro)’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영화에도 레트로가 있습니다. 다른 말로 ‘고전(classic)’이라고도 하죠. <카사블랑카>(1942),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블레이드 러너>(1982), <E. T.>(1982)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작품들은 요즘 ‘레트로 시네마’라고도 불린다죠. 이번 시간에는 고전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른바 뉴트로 영화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기 코끼리 <덤보>
1941년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덤보>, 2019년 실사판 <덤보> 포스터
덤보는 월트 디즈니의 수많은 동물 캐릭터들 중 하나입니다. 두 귀를 펄럭여 나는 코끼리죠. 1941년 장편 애니메이션 <덤보>를 통해 처음 소개됐습니다. 2019년판 <덤보>는 원작의 실사판 버전입니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찰리의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만든 팀 버튼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 감독의 작품들을 수식하는 말 하나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이 꾸밈말이 고스란히 <덤보>의 기대 요소이기도 하죠.
탈옥 영화 걸작 <빠삐용>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빠삐용>의 1973년판과 2017년판
1973년작 <빠삐용>은 할리우드 ‘탈옥 영화’의 고전이죠. 당대 최고 스타였던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먼의 전성기 시절 주연작이자, 할리우드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스파르타쿠스>, <로마의 휴일> 등 집필)가 출연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원작은 프랑스의 작가 앙리 샤리에르의 동명 소설입니다. 2017년판 <빠삐용>(국내에선 2019년 2월 개봉)은 엄밀히 말해 1973년판 리메이크라기보다, 원전의 또 다른 영화화 시도인데요. 그렇기는 해도, 걸작으로 정평 난 맥퀸·호프먼 버전과의 비교는 탈옥(?) 불가겠습니다.
아름다운 호러 <서스페리아>
무용 학교의 괴이한 사건을 다룬 호러물 <서스페리아>의 원작과 리메이크작
무서운데 아름다운 공포 영화들이 있죠. 보통 그런 작품들은 미술과 영상미가 인상적입니다. 대표적 한국영화로는 <기담>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1977년작 <서스페리아>는 ‘아름다운 호러’의 고전 격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한 소녀가 무용 학교에서 겪는 괴기스러운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주요 배경인 무용 학교가 상당히 기묘합니다. 중세 고딕소설에 나올 법한 고아함과 음산함을 동시에 발산하죠. <샤이닝>(1980)의 ‘오버룩 호텔’만큼이나, 공간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2018년판 <서스페리아>(국내에선 2019년 4월 개봉)에서도 시각적 완성도를 기대할 듯합니다. 77년판에서 주인공 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제시카 하퍼가 리메이크작에도 출연합니다.
리메이크만 네 번, 하지만 원작은 볼 수 없는 <만추>
1966년작 <만추>는 멜로 고전으로 자리 잡으며 네 번이나 리메이크(국내에서 세 번, 일본에서 한 번)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상단) 1966년 원작, 1975년 리메이크작 <육체의 약속>
(하단) 1981년판 <만추>, 2011년판 <만추>
출처: Daum영화 (각각 링크)
<만추>는 제목과 달리 겨울 끝자락(2011년 2월)에 개봉한 작품이죠. 동명 원작 영화의 네 번째 리메이크로도 유명합니다. 이만희 감독, 신성일·문정숙 주연인 1966년작 <만추>는 한국영화의 멜로 고전으로 남아 있는데요. 1975년 <육체의 약속>(김기영 감독, 김지미·이정길 주연)이라는 제목으로, 1981년엔 본래 제목 <만추>(김혜자·정동환 주연)로 각각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1972년에는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됐죠(<약속>, 사이토 고이치 감독, 키시 케이코, 하기와라 켄이치 주연). 그런데 정작 66년판 원작은 볼 수가 없습니다. 필름이 유실됐기 때문이죠. 언젠가 원본 필름이 발견되어 꼭 한국영상자료원에 소장되기를 바라봅니다.
OLD BUT COOL
“Old but cool.”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의 대사입니다. 주인공 랄프가 레트로를 정의한 말이죠. 이십 세기 초엽의 전축과 카메라, 팔구십 년대 콘솔게임기 및 컴퓨터, 고전 영화 등은 레트로의 범주에 속합니다. 수집가들도 많죠. ‘오래됐지만 쿨한’ 것들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레트로 시네마가 리메이크를 거쳐 뉴트로 영화로 재탄생하듯, 레트로의 가치(old but cool)는 시간을 뛰어넘어 영속되죠. 나의 일상, 나 자신 또한 레트로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오래됐지만 쿨한, 늙되 낡지는 않은 존재로서 말입니다.
✔ [한 달에 한 편] 영화 속 ‘극한(?)’ 직업의 세계
✔ [한 달에 한 편] 한 번쯤 살아 보고픈 영화 속 주인공
✔ [한 달에 한 편] ‘마음만은 따뜻하게’ 감동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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