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 남는 방 빌려주고 돈 버는 시대
우리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정부가 지난 1월 공유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유 숙박’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도심에서 공유 숙박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무슨 소리! 지금도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구한 적 있다’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만 ‘도시’에서 공유 숙박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내국인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만 공유 숙박이 가능했던 것. 이에 최근 내국인들도 도시에서 공유 숙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고, 정부는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모두 도시에서도 공유 숙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말은 누구나 집에 남는 방이 있다면,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빌려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제약이 있긴 합니다. 본인이 거주하는 자택만 공유 숙박으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는데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 이외에 별도의 주택을 구입해 전문적인 숙박 업체처럼 손님을 받는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죠. 또 빈방을 공유 숙박으로 내놓을 수 있는 영업일은 연간 180일을 넘을 수 없습니다. 물론 공유 숙박의 수요가 주말이나 연휴, 여행 성수기 등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제약 사항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제한은 있는 셈입니다.
공유 숙박이 몰고올 나비 효과는?
그동안 ‘내 집’을 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전세나 월세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까다로운 규제를 받아야 하고, 계약도 2년 단위로 해야 하죠. 하지만 공유 숙박을 이용하면 손쉽게 방을 빌려줄 수 있는데요. 만약 1박에 6만 원씩 받고 방을 빌려준다고 가정하면 열흘이면 60만 원입니다. 60만 원짜리 월세를 준 금액과 같아지는 셈이죠. 180일 영업일을 모두 채우면 1,080만 원.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공유 숙박이라는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공유 숙박을 염두에 두고 교통편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인테리어에도 좀 더 신경을 쓸 것이기에 유관 산업은 물론 부동산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제는 빈방만 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공간이든 남는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이 가능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죠. ‘아워플레이스(hourplace.co.kr)’ 플랫폼은 촬영 장소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리 집이나 우리 가게에 낮 시간에는 늘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공간을 드라마나 영상 촬영 장소로 대여해줄 수 있는 편리한 길이 생긴 것입니다. 인기 있는 장소는 한 달에 400만 원씩 대여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상황. 낮에 사용하지 않는 주차공간을 다른 차량에게 빌려주는 앱 서비스(모두의 주차장)도 나왔습니다. 우리 집 주차장이 공공 주차장이 되는 셈이죠.
잘 생각해보면 공유 경제는 틈새를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 장소라도 시간을 쪼개서 활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무엇이든 효율성이 높아져야 경제도 발전하게 마련. 공유 경제가 활발해지면 우리 경제의 효율성 역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글. 안승찬(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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