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꽃으로 싸운다. 게릴라 가드닝을 아시나요?

Story/효성




성큼 봄이 피었습니다. 팝콘처럼 활짝 핀 벚꽃과 다들 마주치셨나요? 일상은 똑같이 굴러가지만 만개한 꽃을 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설레죠. 서서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한껏 담아보기도 하고요. 작정하고 꽃놀이를 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형형색색의 눈부신 꽃들과 흐드러지는 벚꽃비는 오직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식목일 또한 봄에 있나 봅니다. 나무가 자라기 딱 좋은 시기잖아요~!


그런데, 식목일에 나무를 심어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나무 심을 계획인 사람은요? ‘나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에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집은 변변한 마당도 없는데 산으로 가자니 귀찮기도 하죠. 나무를 심어야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갖기도 힘들고요. 그런 분들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게릴라 가드닝’을 눈여겨 보세요.



뜻은 깊고, 부담은 없는 식목일을 위해 게릴라 가드닝을 소개합니다



꽃을 들고 활동하는 게릴라 가드닝


 

게릴라 가드닝을 들어보셨나요? ‘게릴라’는 유격대라는 뜻으로 일정한 제복을 착용하지 않고 몰래 기습하는 사람을 뜻하며, ‘가드닝’은 식물로 정원을 꾸미는 것을 뜻하는데요. ‘게릴라 가드닝’은 이 두 단어를 합성한 것으로 허가 받지 않은 공간, 버려진 공간에 남몰래 식물을 심는 일을 말해요. ‘총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것이 모토인데, 땅에 작물을 심거나 그 구역을 아름답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그냥 땅을 가꾸는 건데 왜 ‘게릴라’라는 말을 쓰냐고요? 그건 ‘게릴라 가드닝’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습니다.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용어는 미국 뉴욕에서 Liz Christy와 그의 동료들이 빈 공터를 정원으로 가꾸면서부터 사용되었고, Richard Reynolds에 의해 더 유명해졌다고 해요. 

 


게릴라 가드닝은 비밀스럽게 땅을 가꾸는 일종의 놀이이며, 도시에 대한 저항이다



2004년 어느 날 밤, 영국 런던에 사는 Richard Reynolds는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찬 메마른 도시 풍경에 염증을 느낍니다. 온통 콘크리트 투성이인 풍경이 너무나 삭막했던 거죠. 그러다 쓸모 없는 땅을 보면서 문득, ‘저 곳이 내 꽃밭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고, 집 앞에 버려진 남의 화단에 몰래 꽃나무를 심은 뒤 사라집니다. 


그는 그날 이후 밤마다 도시의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그 땅을 관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어 몰래 몰래 비밀스럽게 행동하던 그는 본인의 블로그에 활동 후기를 올렸고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일에 동참해 점점 활동이 커져나갔다고 합니다. 


그에 의하면 ‘게릴라 가드닝’은 비밀스럽게 땅을 가꾸는 일종의 놀이이며, 도시에 대한 저항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게릴라 가드닝’에는 몇 가지 수칙이 있습니다. 



게릴라 가드닝 수칙



첫째, 게릴라에게 금지된 공간은 없다!


게릴라 가드너는 꽃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든 심습니다. 허가 받지 않은 장소도 굴하지 않아요. 버려진 화단은 물론, 도로변, 아스팔트 틈, 쓰레기통과 재떨이 옆 같은 공간들은 가드너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둘째, 비밀리에 수행하도록!


앞서 말씀 드렸듯이 Richard Reynolds는 누군가에게 이 일을 들키기 싫어했는데요. ‘게릴라 가드닝’을 홍보하며 행동하기 보다는 기습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셋째, 제일 좋은 방법은 씨앗폭탄을 던지는 것!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쉽게 할 수 있는 건 꽃씨를 뿌리는 일입니다. 매일 매일 한 움큼 던진 씨앗으로 데이지 꽃밭이 된 히더 그린 기차역이 바로 그 예인데, 꽃씨라고 또 아무 꽃씨를 쓰진 않아요! 번식력이 뛰어난 외래종은 자칫 토종 식물의 서식을 막을 수 있거든요. 가급적이면 그 지방에서 자라는 야생화씨앗이나 주민들이 먹을 수 있는 채소씨앗을 사용하여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두죠. 



넷째, 치명적인 무기 사용!


화려한 색상, 위협적인 크기, 강렬한 향기의 식물 심기! 이러한 식물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더욱 끌 테니까요. 



garden of eden

 <Adam Purple이 뉴욕 맨하탄 Lower East Side의 공터에 만든 가든, 출처 : 위키백과>



한국에서도 계속되는 ‘착한 게릴라’ 활동

 


게릴라 가드닝은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릴라 가드닝’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체 비~밀리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서울 숲 습지생태원 주차장에서는 매일 저녁 6시 아줌마 삼총사 게릴라 가드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숲 습지생태원 주차 공간 사이에는 원래 화단이 있었는데요. 처음엔 야무지게 화단을 꾸며봤으나 공원 측의 관리 소홀로 화단은 잡초더미만 키우게 됐죠. 때때로 그곳엔 잡초를 짓밟고 누군가 주차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버려졌던 공간에 어느 날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첫 번째 화단에서 피어나더니 조금씩 다른 화단으로 꽃이 퍼져 다섯 개 화단 모두에 꽃봉오리가 터진 거죠. 관리도 하지 않았는데, 마법처럼 꽃이 피어난 걸까요?


바로 아줌마 삼총사가 이루어냈습니다. 주차장을 통해 서울 숲 공원으로 운동을 다니던 아줌마1은 처음엔 재미로 꽃을 심었다가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자 친구인 아줌마2와 함께 ‘게릴라 가드닝’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줌마3은 꽃구경하다가 같이 참여하게 됐고요.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 인연까지 만들게 된 거죠.



게릴라 가드닝은 여럿이 함께 할 때 의미가 더 깊어진다


 

‘게릴라 가드닝’, 혼자 하기엔 뻘쭘하고 용기도 안 난다고요? 그럴 때는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죠! ‘게릴라 가드닝’에 관심이 있고 또 꾸준하게 활동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네이버 카페 ‘게릴라 가드닝’입니다.


게릴라 가드닝이 감성적이면서도 사회적인 활동인 만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자신의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공유하기도 해요. 자신의 화단 가꾸는 방법을 공개하기도 하고요.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은 힘을 합쳤을 때 쉽게 이루어지곤 하죠!


게릴라 가드닝은 단지 꽃만 심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화단 시설을 복구하기도 하고, 꽃을 심기 전에 더렵혀진 주변을 청소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도 함께 포함합니다. 그런 활동들을 사진과 함께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훈훈해 진답니다.



네이버 게릴라 가드닝 카페


세계 게릴라 가드닝 포럼 홈페이지


세계 게릴라 가드닝 포럼 페이스북



 ‘게릴라 가드닝’의 최종 목적은 이 활동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라고 해요. 이번 식목일에는 ‘게릴라 가드닝’ 어떠신가요? 일탈하고픈 출근길에 화려한 꽃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면, 정말로 황홀한 출근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