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원격근무'를 바라보는 현실적 관점 <디지털 노마드>

즐기다/기획 특집 2017.07.25 10:17




2014년에 방영한 <실리콘밸리>라는 미국 드라마를 혹시 아시는지요. 제목처럼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주인공 리처드(토마스 미들디치 분)는 프로그래머로, 또래 동료들과 함께 IT 기업을 만들면서 점차 성장해나갑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게 되죠. 그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의 높은 인건비입니다. 역량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긴 했으나, 그들의 임금 조건을 맞춰주지 못해 리처드는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직원들이 속속 빠져나가면서 회사는 더 이상 프로그램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죠. 이때 리처드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대책이 있었으니, 이른바 ‘원격근무(Remote Work)’ 제도. 직원들 각자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여 일하도록 하는 것이죠. 사측은 그들로부터 업무 성과만 보고받는 겁니다. 출퇴근 자체를 없앴으므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가며 굳이 사무실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직원들은 워크 스테이션과 타임 테이블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습니다. 업무 효율이 향상될뿐더러, 여가 시간을 충실히 챙길 수 있으니 자연히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이 원격근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채택하려 하는 새로운 근무 제도로 인식되고 있답니다. 올해 6월 출간된 <디지털 노마드>(남해의 봄날)라는 책을 펼쳐보신다면 확실히 알게 되실 겁니다. 


 

사진: 알라딘



 ‘원격근무’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 


책의 제목이기도 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원격근무 제도 속에서 일하는 이들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네요. 저자 도유진 씨는 2015년부터 2년여 기간 동안, 원격근무를 시행 중인 세계 곳곳의 기업 및 경영자, 그리고 다양한 ‘유목민’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이라는 타이틀로 완성된 이 작품은 세계 여러 매체로부터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죠. (영화 스태프들과의 협업 또한 ‘원격’으로 진행됐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 <디지털 노마드>는 <원 에이 티켓>의 텍스트 버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원 웨이 티켓


Part 1. 시공간을 뛰어넘은 새로운 삶의 방식, 디지털 노마드


Part 2. 국경 없는 회사들, 경계 없는 사람들

- 그 기업은 왜 원격근무를 시작했을까?

- 혼자 또는 함께,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들 

- 디지털 노마드는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살아갈까


Part 3.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 환상 너머, 디지털 노마드의 회색지대 

- 에스토니아에서 미래를 엿보다 

- 한국, 변화의 시작



Part 1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 일컬어지는 현 글로벌 패러다임 속에서, 왜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있는지를 개괄한 도입부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Job, Work, Career)의 정의 자체가 변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직장에서 한 가지 일을 하며 몇십 년을 보내는 이전까지의 모델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요.”(런던 정치경제대학 칼슨 소렌슨 교수)와 같은 전문가 의견, 미국 전체 노동 인구 중 프리랜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기준으로 약 35퍼센트에 달한다(미국 프리랜서 노동조합 보고서)는 등의 관련 자료들이 예시되어 있습니다. 


Part 2는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취재한 ‘리모트 컴퍼니(Remote Company,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회사)’와 경영자들, 저마다의 이유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원격근무 시행과 안정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현실적 제약 등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롤모델 사례로서 에스토니아의 여러 대안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IBM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행 중인 원격근무 제도가, 왜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선 아직 도입되지 못하는지를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회사—직원 양쪽 목소리 들어보니 


앞서 소개해드렸다시피 <디지털 노마드>의 두 번째 파트는 저자 도유진 씨가 인터뷰한 리모트 컴퍼니 및 관계자, 그리고 직원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톱탤(Toptal)은 프리랜스 플랫폼 기반의 기업으로, 뛰어난 개발자들(책에는 “상위 3%의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이라 표현돼 있네요)을 발굴하여 고객사와 연결해주는 수익 모델을 취하는데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랜든 베네슈트(Breanden Beneschott)는 원격근무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작은 회사들은 그 몸값을 감당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이 모든 문제는, 회사가 직원을 출퇴근 가능한 한정된 지역에서만 채용한다는 발상을 전환하기만 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본문 73쪽



톱탤 COO의 말처럼, 원격근무는 사무실 운영비 등 비용 절감 측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유능한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실제로 많은 리모트 컴퍼니들이 면접과 입사 테스트 같은 채용 절차 전반을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죠. 


오픈소스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자 블로그 소프트웨어로도 잘 알려진 워드프레스(Wordpress)를 개발한 매트 뮬렌웨그(Matt Mullenweg)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5년 오토매틱(Automatic)을 설립한 이래, 10년이 넘도록 원격근무를 시행 중인데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기는 하지만, 맷 뮬렌웨그 자신을 포함해 400명이 넘는 직원들 모두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직원은 약 20명 정도라고 하네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보스턴이 아니더라도 멋진 인재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고 저는 이들과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인터넷이 이미 모든 곳에 보급되어 있으니, 원격근무를 통해 장소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사람들을 채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 본문 53쪽





리모트 컴퍼니의 직원들은 어떻게 업무 보고를 하고 의견을 교류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대부분의 소통은 구글 행아웃 혹은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채팅 프로그램으로 하고, 업무 성과물 제출 또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해결한다고 하네요. 정기적으로 팀 리트릿(Team Retreat)이라 불리는 워크숍을 통해 오프라인 만남을 갖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외국계 리모트 컴퍼니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내 경우는 보통 아침 출근길에 한국의 이용자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도록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에 세 시간 정도 일하고 나서 유동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 팀 미팅은 주로 화상 회의나 단체 채팅으로 진행하는데, 미국 시차에 맞춰서 새벽 2시에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 커뮤니케이션에는 힙챗(Hipchat)이라는 기업 전용 메신저를 주로 이용하고, 파일 공유는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한다. 협업 툴로는 에버노트와 이메일, 팀 회의에는 줌(Zoom)을 사용한다.” — 금빛누리(뉴스 콘텐츠 플랫폼 근무), 본문 95~96쪽


“얼마 전에 팀 리트릿으로 전 직원이 인도의 고아라는 유명한 휴양지에 모여서 다 같이 시간을 보냈다. 원격으로 소통하던 팀원들을 실제로 만나니 매우 즐거웠다. 부서별, 담당 고객사별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시간도 가지고, 팀워크를 다지고 신나게 파티도 했다.” — 서유리(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근무), 본문 94쪽



이들은 주로 집, 카페, 협업공간 등지에서 업무를 한다고 하는데요. 근무지가 어디든, 어쨌거나 결과물만 잘 만들어내면 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시간이 확보된다는 장점뿐 아니라 왠지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듯하죠? 물론 출퇴근직 사무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내 시간을 유동적으로 설계하고 스스로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좋지만, 동시에 그만큼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만 하는 부담도 있다. 정기적으로 국가별 성과를 보고하고, 철저히 성과 위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압박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언제, 어디에서 일하든 회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성과에는 매우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 금빛누리, 본문 96~97쪽


“출퇴근을 할 땐 사무실을 떠나면 딱 업무가 끝났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일과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업무 공간을 바꿔서, 집을 나서서 근처의 협업공간이나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 서유리, 본문 93~94쪽


 




 원격근무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원격근무라는 업무 방식은 일면 자유분방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줄 최적의 대안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디지털 노마드>의 저자는 원격근무를 좀 더 현실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당부하는 듯합니다. 



“원격근무 시행은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최첨단 업무 방식 혹은 복지 혜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 본문 74쪽



지금은 바야흐로 알파고가 유수 바둑기사들을 상대로 대국을 펼치는 시대가 되었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갈수록 발달하면서 향후 사라질 직업 목록이 가십거리처럼 인터넷상에 떠돌기도 합니다. 저자의 분석처럼 “앞으로 점점 더 빨리 현장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작업은 무인화될 것이고,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지식·서비스 산업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이런 급격한 패러다임을 관통해나가야 하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원격근무’라는 업무 형태를 고안해냈다는 게 저자의 관점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원격근무를 시행하고자 하는 회사, 리모트 컴퍼니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직원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또한, 기존의 익숙한 사고방식(근무제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변화의 흐름에서 도태될 수 있으리라는 암시도 주고 있죠. 곧 다가오는 여름휴가 시즌, 혹시 ‘독서바캉스’를 계획 중이시라면 일독을 권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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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효성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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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책책책을읽읍시다 2017.07.26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일을 안 하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