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더 골

즐기다/기획 특집 2017.06.27 09:51




한 제조 공장이 폐쇄 위기에 처합니다. 납품 기한 지연, 탑이 돼가는 재고, 도통 흑칠 될 기미가 안 보이는 적자, ···. 이 공장을 소유한 제조사의 간부들이 공장장을 닦달하기 시작합니다. 납품기한을 맞추고, 재고를 처리하고,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공장 문을 닫겠다며 성마른 으름장을 놓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성과를 3개월 안에 내보이라는 비수까지 던집니다. 20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공장장은 요술이라도 부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장도, 직원들도, 그들의 삶도, 자신도, 자신의 아내와 아들도 힘들어질 테니. 공장장은 요술 대신 대학 시절 자신의 은사였던 한 물리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하기로 합니다. 아? 그런데 잠깐, 경영학도 경제학도 아닌 물리학이 웬 말이죠?



 사진: 알라딘



 소크라테스식 경영 해법의 진수 


<더 골(The Goal)>은 소설 형식의 경영서입니다. 공장 폐쇄를 막고자 분투하는 한 공장장의 이야기를 그린 책인데요. 경영 분야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제약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이라는 경영이론에 따라 어떻게 위기에 빠진 공장이 서서히 재기하는지를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보여줍니다. 


 



저자인 엘리 골드렛(Eliyahu M. Goldratt)이 바로 이 제약이론의 창시자입니다.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였던 그는 제약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경영이론을 고안해내며 세계 각국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했는데요. 그의 이론들은 여러 기업과 경제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골>의 주인공이 왜 ‘물리학 교수’에게 자문하는지 이해가 되네요. 



1막. 공장 폐쇄 명령을 받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2막.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자네 공장의 목표가 뭔가?”


3막. 새로운 운영 지표를 찾다

      “직원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회사는 과연 효율적일까?”


4막. 하이킹에서 수수께끼를 풀다

      “같은 속도로 걷는데 왜 대열은 점점 느려질까?”


5막. 병목 자원을 찾아 헤매다 

      “왜 수요와 공급이 최적화된 회사일수록 파산에 가까워질까?”


6막. 안개 숲에서 길을 잃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겨날까?”


7막. 성공의 첫걸음을 떼다 

      “지속적인 이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8막. 상식적인, 그러나 상식을 뛰어넘는 진리

      “내 안에 답이 있었는데 왜 그걸 보지 못했을까?”



차례를 보시는 것처럼 <더 골>은 총 8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막마다 질문 하나씩을 던지는데요. 소설 속 주인공의 의문이기도 하면서, 모든 기업가가 경영 과정에서 품을 법한 화두입니다. 또한, 성공적인 커리어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관심사이기도 하죠. 


 



‘공장 폐쇄 위기’라는 극적 상황이 8개 질문에 따라 해결되는 흐름인데, 이는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부각해줍니다.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자신만의 답(진리)에 도달하도록 하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소설 속 물리학 교수가 주인공에게 “정말 제대로 된 규칙을 만들려면 자네 스스로 깨달아야 하네”라고 말하는 맥락과도 같습니다. 




 ‘전체’의 ‘목표’라는 ‘본질’을 주목한 제약이론 


A, B, C 세 명이 모여 3인 4각 달리기(a four-legged race)를 하는 중입니다. 이들은 1분 안에 100m를 완주해야 합니다. 그런데 운동신경이 유독 무딘 C 때문에 속도가 더뎌지고 있네요. 


 

사진: WikimediaCommons



C는 지금 3인 4각 100m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제약(constraint)’을 주는 존재입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다른 선수를 C와 교체해주면 해결될까요?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누가 새로 투입되든, 다섯 명 중 가장 운동신경이 뒤떨어지는 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C와 팀일 때는 제약이 아니었던, A, B가 새로운 블랙홀(?)이 될 수도 있겠죠. 


이 상황을 통해 세 가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 운동신경이 가장 뒤처지는 한 사람이 팀 전체의 속도를 결정한다

✔ 따라서, 어느 한 명이 아무리 열심히 한들 소용이 없다 

✔ 그러나. 어느 한 명을 교체한들 제약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 세 가지가 성립되는 이유는 다섯 명의 목표가 ‘5인 4각으로 100m 완주’이기 때문이죠. 제약이론은 이처럼 ‘전체’의 ‘목표’라는 ‘본질’을 바탕으로, 목표에의 원활한 흐름을 마치 좁은 병목(bottleneck)처럼 제약하는 ‘병목자원(bottleneck resource)’을 찾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개선 대상을 병목 자원이라는 부분(개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죠. 요컨대, 병목 자원도 목표 달성에 제역할을 하도록 전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 방식을 <더 골>의 저자는 ‘경영과학’이라 부릅니다. 




 제약이론, ‘인생경영’에 도입해본다면?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참가한 단체 하이킹을 통해 비로소 제약이론을 이해하기 시작하는데요. 체력이 약해 자꾸만 뒤처지는 한 아이에게 비난이 쏟아집니다. 차라리 이 아이를 대열 후미로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 주인공. 이내 이것이 오판임을 깨닫죠. 단체 하이킹의 목표는 대원 전원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므로, 병목 자원인 아이가 어디에 서든 대열 전체의 속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이킹 대원 각자는 서로의 보폭과 체력에 ‘종속’돼 있는 ‘종속적(dependent) 관계’이며, 지금은 잘 걷는 대원, 즉 비병목 자원(non-bottleneck resource)이라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등의 변수인 ‘통계적 변동(statistical fluctuations)’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주인공의 솔루션은 이렇습니다. 병목 자원인 아이를 선두로 보냅니다. 이 아이가 짊어졌던 짐은 몇몇의 대원에게 나눠 들게 합니다. 그리고 대원 전원이 손을 맞잡도록 합니다. 앞사람, 뒷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게 시킴으로써 종속적 관계에 의한 일정한 생산성(하이킹)을 확보한 것이죠. 통계적 변동을 최소화 하기 위한 알맞은 휴식과 속도 조절도 잊지 않습니다. 


<더 골>은 기본적으로 경영서입니다만, 저자인 엘리 골드렛이 경영컨설턴트이면서 물리학자이자 철학가이며 교육가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꿈, 그 목표를 주시하면서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제약이론에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바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이 직장인 여러분의 직장생활뿐 아니라 인생경영에도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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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효성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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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표는요 2017.06.28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표는 건물주가 되는 건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