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까지 학습한 AI의 예술세계

스토리/효성

 

더 이상 AI의 활약에 놀라는 사람이 있을까요?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AI가 조절해주는 스마트홈, AI로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AI가 추천하는 맞춤 콘텐츠, AI가 대신하는 자산관리, 심지어 고객센터 대신 상담해주는 챗봇까지.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 모든 곳에서 이미 많은 AI를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 분야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AI의 활약을 보면 아마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이 피부 위로 올라올지 모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인간을 긴장하게 할 정도의 창조성을 학습한 AI의 현주소를 확인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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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이는 영역은 미술입니다

 

미술계에서 주목해볼 만한 사건이 두 건 있어요.

 

지난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세계 최초로 AI 화가 ‘오비어스(Obvious)’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경매에 나왔는데요, 이 작품은 43만 2,000달러, 한화 약 5억 원의 높은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오비어스는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화 1만 5천여 작품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초상화 구성요소를 학습한 뒤 작품을 창작했다고 합니다.

 

AI 화가 ‘오비어스(Obvious)’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또 다른 사건은 올해 8월에 있었는데요,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게임 기획자 제이슨 앨런(Jason Allen)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위를 차지했어요. 그런데 이 그림은 제이슨 앨런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텍스트로 된 설명문을 입력하면 곧바로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었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도 미드저니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사용해본 분도 있겠지만, 미드저니는 디스코드란 채팅 서버에 접속해 채팅방에 몇 개의 단어를 입력하면 몇 초 후에 그림을 만들어 보여줍니다. 그중에서 어떤 그림을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그림의 디테일을 결정할 수 있어요.

 

제이슨 앨런(Jason Allen)이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

 

여기서 끝은 아니고요, 렘브란트 반 레인의 작품을 학습해 그의 전 작품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할 뿐 아니라 붓질 방향, 물감의 높이까지 계산해 그림을 완성하는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dt)’,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해 추상적 이미지를 만드는 구글의 ‘딥드림(Deep Dream)’, 기존 화가들의 작품을 학습한 후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내는 페이스북의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s)’도 있습니다.

 

지난해엔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어요. 국내 AI 딥러닝 스타트업인 ‘펄스나인(Pulse9)’은 자체 개발한 AI 예술가 ‘이메진 AI’와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이 ‘독도’를 주제로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 ‘Commune with…’를 공개했습니다. AI와 인간 예술가가 합작을 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합니다.

 

두민×이메진 AI의 ‘Commune with…’ / 출처: 아이아갤러리(aia-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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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에도 소질을 보이고 있어요

 

음악 분야에서의 AI의 활약은 미술보다 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어요. 미국 UC 산타크루즈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인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은 2009년부터 스스로 작곡한 음반 여러 장을 발매하기도 했던 엄연한 프로 작곡가입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여러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학습했고, 작곡가의 스타일대로 화음, 박자 등 수많은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2016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국내 최초로 AI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모차르트 이후의 교향곡(음악적 지능의 실험) 1악장'을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AI 작곡가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에이바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에이바(Aiva)’입니다. 지난 2018년 12월 글로벌 영화 제작사 소니 픽처스에서는 에이바가 작곡한 곡을 영화 OST로 사용한 바 있는데, 이를 위해 에이바는 3만 개가 넘는 곡들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현재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음악저작권협회(SACEM)에서 ‘작곡가’로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고 있어요.

 

에이바(Aiva)가 작곡한 ‘I am AI’

 

이 외에도 구글 마젠타 그룹의 ‘딥 바흐(Deep Bach)’, 소니 플로머신 프로젝트의 ‘AI 듀엣(AI Duet)’, 오픈AI(OpenAI)의 ‘뮤즈넷(MuseNet)’ 등도 자동 작곡 알고리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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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기도 합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AI가 쓴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표지에는 AI 소설가 비람풍과 작가 김태연이 공동 저자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주제 설정과 구상처럼 좀 더 높은 차원의 일은 김태연 작가가 맡았고, 단순 작업에 해당하는 실제 글쓰기는 AI 비람풍이 맡았습니다. AI 비람풍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단행본 1천 권 정도의 자료를 학습했다고 합니다.

 

출처: 교보문고(kyobobook.co.kr)

 

이전에도 AI가 소설을 쓴 사례는 있었어요. 2008년 러시아에서 AI에 기반한 단행본 소설 <True Love>가 나왔고, 2016년엔 일본에서 AI 단편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서사를 제대로 갖춘 장편소설은 <지금부터의 세계>가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편소설까지는 아니어도 뉴스 기사, 블로그 게시물, 리뷰, 회사 소개와 같이 좀 더 실용적인 글쓰기를 도와주는 AI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오픈AI가 2020년에 공개한 ‘GPT-3’가 있는데요, 2019년에 공개한 GPT-2보다 최대 1,000배나 큰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GPT-2와 다르지 않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수준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참고로 GPT-2는 약 800만 건의 웹페이지 데이터와 약 1,000만 건의 텍스트 데이터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언어생성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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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진짜 인간만의 영역일까요?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AI의 사례를 보고 나면 당연히 드는 생각일 거예요. AI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면 예술은 인간만의 특권이 아닌 것도 같고, 아직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봐서는 인간만의 영역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죠. 수많은 모방 속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 창작을 시작하고요. AI는 지금 모방이라는 학습 방식을 충실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모방이 끝나고 나면, 언젠가는 인간이 뭔가를 제시해주지 않더라도 기존과 완벽히 다른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겠지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은 붓, 물감, 악기와 같은 창작의 도구로써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단어 하나만으로, 제시문을 만드는 것만으로, 또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창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 잠재력을 표출해 화가, 뮤지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때가 되면 검색 잘하는 법을 익히듯 AI에게 최적화된 표현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AI의 창작 능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한겨례 <인공지능 그림 “악마의 영감을 받은 느낌”…미술전 1위 논란>

윕뉴스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부활>

시사위크 <AI, ‘예술’의 영역을 정복할 수 있을까>

Ai타임즈 <[AI로 만드는 컬처] ③인공지능과 미래의 음악>

매일경제 <AI가 작곡한 교향곡, 경기필이 국내 첫 연주>

Ai타임즈 <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한겨례 <“세계 최초” 서사 갖춘 AI 장편소설 나왔다>

DBR <AI, 너를 예술가로 인정해야 할까?>

LETR <[우리 곁의 AI]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꿈을 꾸는가 (3)>

조선일보 <너무 글 잘쓰는 AI… 깜짝 놀란 개발자들, 비공개 결정>

Ai타임즈 <AI가 작성한 글 구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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