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싸이월드
시대는 변했어도 세대는 기억합니다. 세월은 지났어도 설렘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면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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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도 아니면서 매일 파도를 탔던 우리 그때 싸이월드
추억이 너무 많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리가 필요할 지경입니다. 그때 우리는 완전 빠져 버렸어요. 그게 SNS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죠. 1999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 줄여서 ‘싸이’라고 불렀던, 우리를 모두 일촌으로 묶어주었던 이 서비스와의 추억을 소환해봅니다.
지금은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타임라인을 확인하지만, 그때는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서 투데이(그날의 방문자 수)와 방명록의 새 글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주말이면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씩 일촌 파도타기를 즐겼죠. 일촌의 일촌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사진첩과 방명록, 다이어리 등을 둘러보며 그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일 말입니다. 운이 좋은 날엔 어릴 때 좋아하던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가기도 했죠. 그렇게 마음에 드는 친구를 발견하면 일촌맺기를 신청했고 상대방에서 수락하면 내 미니홈피 일촌 목록에서 바로 갈 수 있었어요.
싸이월드는 다이어리를 꾸미듯 미니홈피의 스킨, 미니룸과 미니미, 메뉴, 폰트 등을 바꾸는 재미, 일촌들이 적어주는 일촌평 모으는 재미, 그 날의 감성을 다이어리와 사진첩에 남기는 재미, 아무 의미 없는 방명록에 글을 달고 그 글에 덧글을 남기는 재미, 도토리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사 모으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 속 친구들의 관계를 바탕으로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재미가 모여 밀레니엄 세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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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어떤 추억이 남아있나요?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감성 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감성에 젖어 손발이 오그라들어 차마 볼 수 없는 글을 아무렇지 않게 적고는 이런 엄청난 글을 쓴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글을 보고 친구들은 작가를 해보라고 권하기도 했고요. 싸이월드가 재오픈하면 바로 비공개 아니 삭제하겠지만 이런 게 싸이 감성 아니겠어요?
감성 BGM 부자
도토리 5개면 BGM 한 곡을 살 수 있었어요. 무척 심사숙고해 내가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해나갔습니다. 이때에도 싸이 감성이 빠지면 안 되겠지요. 신나는 노래보다 슬픈 노래, 댄스보다 발라드를 골랐던 것은 나는 밝은 아이지만 내면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도 아픔이 있어! 넌 내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런 식이죠.
커플 다이어리를 지우던 날
그 시절 우리는 여자친구를 위해 또는 남자친구를 위해 1년 동안 혼자 썼던 일기장을 기념일에 전해주곤 했어요. 또 함께 다이어리를 돌아가며 쓰기도 했고요. 그 감성 그대로 담아 커플 다이어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사귀기 시작했다면 커플 다이어리를 쓰는 건 당연한 것이었고 서로 그날 있었던 일, 서운했던 일, 그때의 기분을 다이어리에 적어 사랑하는 사람이 알게 했어요. 하지만 끝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한순간에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헤어진 날 일단 비공개로 돌려놓고는 몇 달을 물끄러미 보다가 몇 번의 실패 후 새로운 이성친구가 생기고 나서야 삭제를 했었어요.
580px짜리 추억이 담긴 사진첩
스마트폰도 아니고 피처폰으로 찍은 낮은 화소의 사진을 매일 컴퓨터로 옮겨 정리하고, 그중에 가장 잘 나온 것만 골라 사진첩에 올리곤 했죠. 사진의 가로 사이즈는 겨우 580px이었지만, 자동으로 사이즈 조절도 되고 인스타그램처럼 필터도 입힐 수 있었어요. 덕분에 ‘뽀샵’된 580px짜리 추억을 쌓을 수 있었죠.
00년생 OOO ‘사람 찾기’
관심 있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친구, 첫사랑, 고등학교 동창 등을 찾는 게 붐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간단히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우리는 출생연도와 이름만을 가지고 찾아야 했거든요. 동명이인이 몇 페이지나 계속되기도 했으니까 몇 시간 동안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어요.
미니미와 미니룸, 그리고 스킨
미니미와 미니룸, 그리고 스킨 화면을 꾸미는 데 얼마나 많은 도토리를 쏟아부었는지 모릅니다. 관심받기에 이것만큼 좋은 건 없었으니까요. 인기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새로 산 미니룸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어요. 이미 이때부터 언택트와 메타버스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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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다시 시작하는 싸이월드
싸이월드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회사가 바뀌기도 하고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하고 새롭게 개편을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메타버스를 품은 싸이월드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부활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오픈이 두 번이나 미뤄진 싸이월드가 드디어 문을 연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이디 찾기와 도토리 환불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말이죠. 어떤 모습으로 오픈이 될지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는 건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이 전에 재오픈했을 당시 2000년대 초반의 싸이월드가 가진 강점을 잘 담아내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기대하는 건 그때의 서비스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주길 원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에 오픈하는 싸이월드는 메타버스에 싸이월드만의 감성을 잘 녹여낼 수 있을까요?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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