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2002년 월드컵 (feat. 2020년 도쿄 올림픽)

Story/효성

 

시대는 변했어도 세대는 기억합니다. 세월은 지났어도 설렘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면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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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2002년 월드컵 (feat. 2020년 도쿄 올림픽)

 

코로나19로 인해 1년이나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이 많은 우려와 시행착오 속에서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것이 무색하게도 유례없는 무관중 올림픽은 보는 우리도 뛰는 선수들도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잊지 못할 2021년의 여름을 선사해준 선수들의 활약에 더위도 코로나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2년째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보고 있자니, 그해 여름이 생각납니다. 바로 2002년 월드컵. 거의 20년 전이죠. 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둥이가 벌써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하면 세월을 실감하려나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 시절 이야기만 하면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해지는 건 우리 인생에 다시 없을 환희, 감동,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기 때문이겠죠.

 

 

골, 골, 골! 대한민국 4강 신화

 

첫 승의 순간, 기억나시나요? 10년 아니 20년 체증이 쑤욱- 하고 내려가는 듯했던 폴라드전. 황선홍 선수의 첫 골과 유상철 선수의 쐐기골로 화끈한 2:0 승리였죠. 특히 골을 넣고 환히 웃으며 세레머니 하던 유상철 선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네요.

두 번째 미국전도 짜릿했습니다.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넣지 못하고 지는 줄만 알았는데, 안정환 선수의 헤딩골로 동점이 됐죠. 그러고 보니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얻었는데 실축했어요. 그런데도 지지 않고 4강까지 간 것은 한 편의 드라마, 아니 드라마보다도 뻔한 주인공의 결말이었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도 잊을 수가 없어요.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의 화려한 시작을 전 세계에 알렸죠. 박지성 선수가 가슴 트래핑 후 골키퍼 가랑이로 골을 넣었는데요, 월드컵이 끝나고 박지성 선수는 히딩크 감독을 따라 PSV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어요.

사실 16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진짜 대단했기에, 이탈리아를 꺾을 줄을 몰랐어요. 선제골을 먹혀서 지는 줄만 알다가,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에 열광, 연장전 가서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에 또 열광, 전국이 들썩였죠. 당시 이탈리아 골키퍼는 무려 부폰이었습니다.

 

 

골든골도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8강 스페인전 승부차기는 수명이 10년쯤 단축되는 것 같았죠. 마지막 홍명보 선수의 골로 다시 수명이 10년 늘어났지만요.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꺾을 줄은 상상도 못 했잖아요?

 

 

붉게 물든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대한민국은 정말 열광의 도가니였어요. 모두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와 응원했죠. 중고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학교 땡땡이를 치고, 대학교는 월드컵 때문에 일찍 종강하고 방학을 했다고 하죠. 거리는 물론 절에서도, 교회에서도,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모여 경기를 보며 응원했잖아요.

 

이때는 자동차 클락션도 빵빵빵~빵빵 하고 울렸을 만큼 붉은악마의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중독성 있는 응원가랑 카드섹션도 정말 좋았어요. 게다가 거리 응원을 마치고 쓰레기를 치우는 응원문화도 최고였죠. 무엇보다 그땐 모두 한마음이라 인정도 넘쳤던 것 같아요.

 

우리가 2002년을 추억하는 것은 4강 신화 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거리만 나가도 축제였던 분위기와 그 축제를 즐기던 우리가 그리워서인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을 살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 하는 대국민 축제, 언제 다시 이런 응원을 해볼 수 있을까요? 이번 2020년 올림픽이 옆 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직접 가보고 싶으셨던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고, 또 2002년 월드컵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행복한 4등, 2002년 월드컵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2002년 4강 신화를 기적이라고 합니다만, 훌륭한 감독과 투지 넘치는 선수들, 진짜 열심히 뛰었잖아요? 의지도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4강에서 독일에, 3•4위전에서 터키에 패했지만, 우린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한 4등이었죠.

 

이번 올림픽도 정말 감동의 순간이 많았어요. 3관왕에 성공한 안산 선수를 비롯해 양궁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고,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에서 2연패에 성공하고, 체조에서도 신재환 선수의 금메달과 여서정 선수의 동메달은 정말 반가웠죠. 그리고 무엇보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그리고 스스로 행복했던 선수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수영 자유형 100m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4위로 결승에 오른 황선우 선수. 결승에서는 5위를 기록하며 메달 획득은 하지 못했지만, 18살의 아직 고등학생인 그에게서 우린 가능성을 봤어요. 육상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남자 높이뛰기 4위에 오른 우상혁 선수의 플레이도 정말 빛이 났습니다. 매 순간 미소를 잃지 않고, 올림픽을 즐기던 그의 모습에서 행복한 4등이란 무엇인가 느낄 수 있었죠.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도 대한민국 다이빙 최고 기록을 세우며, 다음 올림픽을 기대케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한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졌지만, 너무나도 잘 뛰어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후회 없는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에게도 메달은 결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금은동으로 평가되는 성적이지만, 무려 세계에서 손꼽는 성적을 낸 선수들입니다. 4등이면 어떻고, 5등이면 어때요? 그들도 우리들도 행복한 여름이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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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

 

2002년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fevernova)’ | 출처: wikipedia

 

‘살면서 이런 순간이 다시 올까?’

 

그저 열심히 응원했을 뿐인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모두 함께 붉은 옷을 입고, 이름 모를 낯선 이들과 목청껏 소리치며 얼싸안았습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을 좋아했던 이유는 하루하루가 축제와도 같았고, 모든 순간이 가슴 벅찼기 때문이겠죠. 그 시절 우리는 모두 국가대표였고, 붉은악마였고, 무엇보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런 2002년의 여름이 그리워지는 2021년의 여름,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2020년 도쿄 올림픽 선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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