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도 환절기가 있다? 전력망 전압을 지키는 효성중공업 스태콤(STATCOM)

Story/효성

환절기에 감기 걸리는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달라지는 환절기에는 우리 몸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느라 컨디션이 흔들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도 공급과 수요의 변화에 따라 전력망의 컨디션이 달라지는데요. 그리고 이때 전력망의 안정적인 상태를 지켜주는 기술이 있습니다.

 

 

구름 한 점이 도시의 불을 흔들 때

우리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며 기대하는 것은 언제나 전기지만, 그 전기를 만들어 보내는 환경은 언제나 한결같지 않습니다. 무더위에 에어컨이 일제히 켜지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소비가 큰 시설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날씨에 따른 발전량의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함께 요동치면 전력망의 전압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송전선로 고장이나 발전소 탈락 등으로 전압이 크게 떨어지면 전력계통 전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전력망이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력망의 전압을 지키는 숨은 힘, 무효전력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한 '무효전력(無效電力)'입니다. 무효전력은 전력계통의 전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류 전력계통에서는 전압과 전류의 위상 차이로 인해 무효전력이 발생하는데, 이를 적절하게 공급하거나 흡수해야 전력망의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절기에 우리 몸의 컨디션을 세심하게 살피듯, 전력망에도 변화에 맞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가 필요한 셈인데요. 이 역할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설비가 바로 스태콤(STATCOM)입니다.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

스태콤은 'STATic synchronous COMpensato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라고 부릅니다. 필요할 때는 무효전력을 공급하고 남을 때는 흡수하면서, 흔들리려는 전압을 매 순간 제자리로 붙들어 두는 설비입니다. 

특히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존 계통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거리 송전이 이루어지는 약한 계통에서는 무효전력을 보상해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고장이 발생했을 때는 빠른 전압 제어로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단지에서도 전력망 접속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고속 전압 보상 장치로 활용되는데요. 효성중공업이 인도의 첫 번째 스태콤 프로젝트인 NP KUNTA 태양광 연계 사업에 설비를 공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손에 넣은 MMC STATCOM 기술

효성중공업이 스태콤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90년대 말입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스태콤 상용화 기술을 확보했고, 2015년에는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스태콤 개발에 성공하며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기술을 손에 넣었습니다.

 

MMC는 다수의 전력변환 모듈을 조합해 고전압·대용량 전력을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효성중공업은 핵심 설비인 MMC 컨버터부터 제어, 보호 시스템과 전체 시스템 설계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했습니다.

 

STATCOM은 용량이 커질수록 더 많은 전력변환 모듈을 안정적으로 운전해야 하며, 시스템 설계와 제어·보호, 냉각 및 절연 분야의 기술적 난도도 크게 높아집니다. 효성중공업은 2018년 신영주, 신충주 변전소에 당시 세계 최대 용량인 400Mvar급 STATCOM을 각각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신옥천 변전소에 설치될 단일 변전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1Gvar급 MMC STATCOM을 수주하며 대용량 STATCOM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스태콤에서 시작해 더 넓은 전력망으로

스태콤을 통해 축적한 기술은 또 다른 전력기술로 이어졌습니다. 스태콤과 전압형 HVDC(초고압 직류송전 시스템)는 전력 변환의 핵심 기술로 MMC를 공유하는데요. 효성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 기반 200MW 전압형 HVDC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스태콤을 개발하며 쌓아온 전력변환 기술과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효성중공업은 지난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IGRE 파리 세션 2026’에 참가해 장거리·대용량 송전 기술부터 차세대 전력망 솔루션까지 선보였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효성중공업의 전력망 기술 경쟁력을 소개했는데요. 스태콤에서 시작해 HVDC 등으로 확장된 전력변환 기술이 미래 전력망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 계절은 이미 준비되고 있습니다

환절기를 잘 넘긴 몸이 겨울을 버티듯 전력망도 다르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고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전력망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역시 기존 스태콤 기술을 넘어 변화하는 전력 환경에 대응할 다음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이 준비하는 다음 기술 중 하나는 차세대 전력안정화 솔루션 'e-STATCOM'입니다. 기존 스태콤에 슈퍼커패시터(초고속 충·방전 장치)를 결합해 계통이 필요로 할 때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을 빠르게 제어하는 차세대 전력안정화 솔루션인데요. 독일 스켈레톤, 일본 마루베니와 손잡고 2027년 국내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2026년 7월 브라질 안드리츠 하이드로와 업무협약을 맺고 '하이브리드 스태콤' 개발에도 나섰습니다. 스태콤의 빠른 전압 제어와 동기조상기의 관성 및 계통강도 보강 기능을 결합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약화될 수 있는 전력계통에서 특히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스위치를 누르고 전등은 당연하다는 듯 켜지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전압이 흔들리지 않도록 매 순간 균형을 잡아주는 기술이 있습니다. 환절기, 우리 몸의 컨디션을 챙기는 것처럼 전력망에도 변화에 대응하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위해, 전력망도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