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셀러 도서 “원작 소설 속 상상력이 영화로 옮겨지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그 원작을 다시 찾는 독자들이 증가합니다. 이미 출간된 소설이 영화화되어 개봉된 후 다시 주목받게 될 때, 영화(screen)와 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합성어인 스크린셀러(screen seller)라고 일컫죠. 출판계와 영화계 모두 스크린셀러 도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어,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등 소설 원작의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얼마나 충실하게 옮겼는가 혹은 소설을 어떻게 재해석했는가 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 될 텐데요. 오늘은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스크린셀러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소설의 힘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강동원, 이나영 주연의 영화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소설의 높은 인기로 인해 영화제작을 하게 되었고, 역으로 영화가 흥행하면서 소설이 다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등 소설과 영화는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는데요.
영화는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원작소설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오긴 했지만, 사형수 정윤수(강동원)와 교화원 문유정(이나영)의 변화 과정에 더욱 초점을 맞춰 연출되었습니다. 당시 영화가 흥행하면서 원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무려 120쇄를 찍게 되었고, 개봉 전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 속도를 보이며 10주 이상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고전의 재해석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의 꿈과 사랑 그리고 욕망을 그린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고전인데요. 지난 2013년 다시 한번 화려하게 스크린에서 부활했습니다. <물랑루즈>의 바즈 루어만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나 이전 작품들을 뛰어넘는 매혹적인 영화를 탄생시켜 많은 호평을 얻었죠. 다다를 수 없는 꿈을 원했던 개츠비의 쓸쓸한 초상을 아찔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려 원작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흥행과 더불어 많은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위대한 개츠비>는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을 맡았던 휴 잭맨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러셀 크로우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쟁쟁한 헐리웃 스타들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던 영화 ‘레미제라블’은 2012년 개봉 당시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화의 인기는 원작 소설의 관심으로 이어졌는데요.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이야기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원작을 모두 읽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이 늘면서 판매 부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고 하는데요. 원작 소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상상 속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재현
앤디 위어 <마션>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은 화성에서 조난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앤디 위어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영화의 흥행은 원작의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영화 개봉 전후를 비교한 결과, 개봉 이후 동명 원작 소설의 판매가 개봉 전보다 237.9%나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X 됐다’라는 유쾌한 첫 문장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소설 <마션>은 영화보다 10배는 재미있다는 평을 얻으며 개봉 후 더욱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2017년 스크린셀러 기대작
김영하 <살인자의기억법>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곧 개봉을 앞둔 ‘살인자의 기억법’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는 ‘용의자’, ‘세븐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유명한 원작을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인해 원작 소설의 판매 부수가 급증했는데요. 이미 지난 2013년 출간 첫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살인자의 기억법>이 또다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죠. 출간 당시부터 영화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은 화제의 소설이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겨졌을지 기대됩니다.
김훈 <남한산성>
영화 ‘남한산성’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한산성’은 인조 14년 병자호란 당시, 청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임금과 조정 신하들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뒤 벌어지는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70만 부의 판매량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2007년 발행 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남한산성>은 올해 출판된 지 10년을 맞은 동시에 100쇄를 찍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한데요.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첫 사극 도전 작으로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더욱더 기대되는 가운데,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천만 관객을 이끄는 사극 영화가 탄생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유정 <7년의밤>
정유정 작가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 <7년의 밤>도 영화로 개봉됩니다. 한국문단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스케일과 디테일한 묘사가 매력적인 이 소설은 우발적으로 한 소녀를 차로 치어 죽인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그 사내에게 사적 복수를 감행하려는 소녀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인기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 돌풍을 일으켰던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장동건과 류승룡이 캐스팅되면서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만큼 영화 또한 그럴 수 있을까요?
소설을 각색하여 만들어지는 영화는 원작의 감동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작품의 본래 의도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낳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비롯하여 웹툰, 만화 등 기존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요. 마침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니 재미있게 본 영화의 원작을 찾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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