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osung Blogger] asiastar의 자전거이야기(8) 청춘과 도전, 그리고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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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의 주제는 청춘, 그리고 도전입니다.
(청춘과 도전, 그리고 자전거죠^^)

10월 3일이 2011년 마지막 3일 연속 휴일이었던 것은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저는 그 마지막 3일 연휴에 30대에 들어선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자전거로…
(요즘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소위 얘기하는 ‘시즌’(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 9~10월)이라 장거리 자전거 여행 번개모임이 많이 올라옵니다. 여기서 장거리라 함은 기본이 서울~속초간 (150~300km 정도), 길게는 서울~부산(400km 이상)입니다.)

저는 서울~부산 24시간 극한 라이딩엔 참가할 체력이 안되어서 포기하고 자출사에 올라온 서울~속초간 250km 라이딩 번개 모임 공지에 댓글로 참가의사를 밝혔는데, 번짱(번개모임을 주관하는 사람)님이 말리시더군요. 제 자전거(10만원대 생활로드)도 그렇고 체력(100키로 이상 주행경험 단 1번)도 그렇고 매우 힘들거라고…뒤쳐지면 버리고 가셔도 된다는 비장한(?) 댓글을 남기고는 도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그럴까 하는 마음에 해당 번짱님이 속해있는 소모임에 관련된 글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보통 200km, 길게는 300km까지 7~10시간만에 주파하는 모임이더군요. 그 때부터 왠지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 모임에 잠깐 참가했던 분들이 ‘죽을뻔했다’, ‘인간의 속도가 아니다’는 등의 평을 남겨주셔서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그래서, 10월 2일 새벽 6시에 무 자르러 성수대교 남단으로 자전거를 끌고 갔습니다. 성수대교 남단의 일출을 보며 오늘의 도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를 하고 있는데…







뭔가가 부웅~하고 지나갑니다…
속초가는 분들인지 여쭈어보니 맞답니다. 겨우 따라잡고 속도계를 보니 40km/h를 넘나듭니다…
이대로 가면 난 죽는다고 생각할 무렵, 새벽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구간으로 접어들었고 속도는 25~30으로 떨어지더군요. ‘어? 이정도면 할만한데? 다들 죽겠다더니…’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잠실 선착장에서 잠시 쉬는데, 번짱님에게 참가자분 중 고수 한 분이 이래서는 속초에 오늘 내로 도착하기 힘들다고 하십니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5분 후에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팔당대교 건너기까지 30~35km/h를 찍습니다. 제가 사람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차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잠깐! 그룹 라이딩 시에는 뒤로 쳐져서 앞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맞바람을 본인의 힘만으로 이겨내야하기 때문에 더 힘이 들게 됩니다. Tour De France 같은 투어경기를 보시면 펠로톤(=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뭉친 선수들의 무리)의 위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팔당대교 도착..







잠깐의 휴식이후... 샤방 라이딩(=속도 20 근처의 나들이성 라이딩)의 경우 자기소개도 좀 하고 시간도 10분 이상 쉬는데 이 휴식은 그냥… 군에서 말하는 5분간 휴식... 입니다...) 용문역까지 이번엔 2열 종대 라이딩입니다... 여기서 진정한 펠로톤(자전거 경주시 생기는 자전거 무리)의 위력을 확인했습니다.

풀아우터(=자전거 크랭크(=앞기어) 중 가장 큰 기어를 지칭)에 14T(=뒷기어의 스프라켓 이빨수 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힘은 많이 들고 속도는 빨라집니다)는 제가 거의 쓰지 않던(힘이 딸려서 쓰지 못하던) 기어비인데도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시고 뒤에서 채찍질(?)해주시니 따라붙어지더군요... 용문역까지 평속(=평균속도, 평균속도가 30이면 보통 평지에선 35부근으로 달려야 나오는 속도입니다. 오르막으로 인한 감속 구간이 있기 때문에…)이 30이었다는 전설이...ㅜ.ㅜ



 




(널부러진 자전거 사이에 당당히 서있는게 제 자전거 RC1000입니다. 고가의 자전거나 로드에는 보통 퀵스탠드라고 불리는 받침대를 달지 않는데, 제 경우는 자출에 쓰기 때문에 없으면 매우 불편하여 달았습니다. 하지만 장거리 뛰실땐 역시 떼시는걸 권장합니다. 무게 1g이라도 줄여야 생존이 가능하겠더라구요…ㅜ.ㅜ)
이후에도 계속 갑니다. 이건 뭐 언덕도 30으로 올라가고 다운힐에선 35~40으로 내리꽂고...그러다 화천근방에서 갑자기 페달링이 엄청 무거워집니다. 아 이게 내 한계구나...

근데 뒤에서 달리시던 회원님이 펑크나신거 같다고... 헐... 펑크... 순간 만감이 교차합니다. 가장 큰 감정은 역시 안도감...^^ 이 광속 열차에서 벗어나겠구나!!!
시간이 지연되는게 미안하기도 해서 멈추려고 하시는 회원님들에게 펑크수리도구 있으니 쭉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식당 근처에서 펑크가 나서 물도 채우고 에너지바도 먹고 셀카도 찍고 지나가는 자전거도 구경하고...(빨리 수리했어야 했죠... 기다리실 줄이야... 댓글에 버리고 가시라는 말을 해서...ㅜ.ㅜ)



 




(펑크났을 때 사진입니다. 노출값 설정을 잘못해서 뽀사시하게 나왔어요^^)

혼자 남게 되자 제 페이스로 달렸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처음엔 했지만 갈수록 희망이 멀어져갔죠... 수리에 시간이 너무 지체된데다가 나중에야 알았지만 수리한 바퀴의 공기압이 부족해서 속도가 제대로 안붙었거든요... (공기압 중요합니다. 매우!!!) 달리다 쉬다 달리다 쉬다... 인제쯤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인제에 진입해서 음식점 몇 개를 딴생각하다 놓치고 난 후, 인제를 통과해버렸고 그렇다고 돌아가기는 죽기보다 싫어서 쭈욱 갔습니다. 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서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짜잔~~~

제가 자출사에서 알게 된 다른 팀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어찌나 반갑던지...속초로 당일에 가셔서 1박 2일~!! 찍고 오신다고 하셨어요.. 여기서 소중한 정보(이 휴게소엔 only 라면뿐...)와 소중한 음식(캣님이 주신 에너지바와 마이쭈~ 이미 이때쯤엔 제 에너지바는 다먹었지요...)을 들고....아쉬움을 남기고 전 밥을 찾아 떠났습니다.

한참 달리는데 앞에 정차해 있던 라이더 3분이 저를 보고는 화이팅~해주십니다. 저도 화이팅~~ 하고 가는데 누가 제 닉을 부르더군요... 알고보니 절 기다려주신 번짱님...ㅜ.ㅜ 식사도 안하시고 기다려주셨습니다...ㅜ.ㅜ
거긴 원통이었고, 원통하지 않게 푸짐한 오리고기가~!!!(아 재미없는 농담…^^;;)





밥을 맛나게 먹고 한계령으로 고고씽~~ 바람같이 달려가는 회원분들을 보고 제가 한마디 합니다.  "아 진짜 이분들 또 치고 나가시네..." 물론 전 못따라갑니다...ㅜ.ㅜ 한계령은 정말 체력이 한계까지 왔을 때 만나는 기분좋은(?) 아아아주 높은 언덕이랄까요... (특히나 이번 저희 팀 같이 JS(=짐승, 자전거계에서는 체력이 아주 좋은 라이더를 가리킵니다)가 다수인 팀을 따라오면...) 지옥이었습니다. 결국 한계령을 1.5km 남기고 끌바(=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행위).. 처음엔 무정차해보자~!! 란 마음이었으나... 갈수록...사는게 우선이다란 생각이...ㅋㅋㅋ

물론, 정상엔 도착했습니다. 결국, B조!!! 여러 악조건 덕에 뒤에 처진 사람들이지요... 전 오직 엔진 부실로 인한 처짐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전날 밤샘을 하셨거나, 무거운 자전거였거나 하는 이유가 있으셔서…^^ (덕분에 마음이 편했습니다^^;;) 인증샷 들어갑니다..







업힐 이후엔 길고 구불구불하여 매우 위험한 다운힐...
온도가 엄청나게 내려갔습니다. 바람막이를 들고올까말까 하다가 어머니의 충고로 막판에 챙긴 바람막이...오는 내내 허리에서 무거운 짐이었는데 막판에 들고온 보람이~^^ 커브가 죽여주더군요. 아차 잘못하면 정말 죽여주는... 저는 보통 평지커브에선 자전거만 기울여서 원심력을 이겨내는데 이 커브는 브레이크를 잡아서 50은 안넘기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머리까지 온몸을 기울여야 원심력이 겨우 이겨내집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오싹한 경험이었습니다(온도도 그렇고 공포감도 그렇고...).

내려오니 A조 JS님들은 이미 양양까지 도착한 상태... 또 번짱님이 기다려 주셔서 함께 달립니다.. 이 때 번짱님께서 해가 져서 위험하니 양양에서 복귀하자는 희망찬(?) 말씀을 하십니다. 더욱 힘내서 달렸습니다. (물론 업힐 나올때마다 투덜댔지만...ㅎㅎ) 양양에서 A조 님들을 만나 회의결과 속초까지 그냥 가기로 합니다. 여기까지와서 포기하긴 아깝다고…

또 달립니다.

양양~속초간 도로는 차들이 왜이리 많은지... 꽉꽉막힙니다. 덕분에 조심조심 가느라 속도는 더욱 안났고... 저는 속도가 느려서 좋았습니다만(^^;;) JS님들은 답답하셨을 듯… 속초 시내에 도착하니 해가 집니다... 드디어 도착!! 속초 터미널!!! 당시, 워낙 속초로 간 팀이 많아 표가 거의 없었는데 B모 회원님과 형수님께서 연락을 하셔서 미리 표를 구해주셨습니다^^ 터미널에서 다시 속초 맛집이라는 물회집으로 갔습니다. 맛난 (추위에 떨며... 안에 자리가 없어서...) 물회를 먹고는 터미널로 고고씽~~ 차량에 탑승하고 출발~~ 근데 서울~춘천 고속도로 접어들자마자 정체...

스맛폰 어플로 확인해보니 속도가 자전거만큼도 안나옵니다... 회원님과 농담으로 내려서 달리자고 했지만...
제 엔진은 이미 출력 초과... 새벽 1시 25분쯤 도착하여 자전거 하차후 조립 중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3시더군요… 청춘이라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한 것이지만, 모인 회원님들의 나이와 실력을 보면서 점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0대인 분들이 저보다 더 빠르게 더 오래 타시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구요, 그분들 역시 처음에는실력이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도전을 통해 실력을 쌓았고, 결국 그렇게 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도전에는 나이가 없고, 도전을 통해 인간은 성숙한다^^
인연은 소중하다^^
(당연한 말들이지만 이번 도전을 통해 온몸으로 느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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