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시선은 깊게, 시야는 넓게 <융합 인문학> 북리뷰

2016.09.01 15:18

 



책 속에 길이 있다면 그 길은 우리의 일상과 연결돼 있겠죠.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듯 음악을 재생하듯, 무심히 책장을 만지는 데에서부터 책은 천천히 일상 속으로 스며듭니다.

 

효성그룹 블로그의 '한 달에 한 권' 코너는 이름 그대로입니다. 한 달에 책 한 권씩을 소개해드리는데요. 필독, 다독보다는 내 생활 페이스에 맞춰 편안히 일독하는 책 읽기를 지향하고 있죠. 첫 책이었던 <아이디어 생각하지 마라>에 이은 두 번째 책, <융합 인문학>을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출처: 알라딘(http://goo.gl/wdB0qC)

 

 


 융합적 사고란 무엇일까?

 

먼저융합(融合)’이라는 단어를 짚어봐야겠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뜻이 이렇습니다. 



1.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또는 그런 .

2. <심리 이상의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통일된 감각을 일으키는 정신 분석에서는 () 본능과 죽음의 본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충동을 이른다. 



그렇다면 <융합 인문학>이라는 제목은, 여러 갈래의 학문들을 함께 다루어 인문학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으로 읽힐 있을 텐데요. 책은 2015 영남대학교에서 진행된 동명의 교양 강좌 내용을 엮은 결과물입니다. 사진작가부터 철학과 교수, 미학미술사학과 교수, 북디자이너, 건축가에 이르기까지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전하는 융합적 사고와 지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챕터는 강의 내용과, 당시 진행됐던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엮은이 최재목 교수(영남대학교 철학과)삶은 어차피 융합이다라는 머리말에서 책은융합 주제로깨어 있는 발상법을 다각도로 노크한다 소개합니다. 그는깊이 파고들려면 넓게 시작해야 한다 조언도 보태는데요. 학문 하는 필요한 방향성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의 업무와 자기 계발에도 적용 가능한 통찰이 아닐는지요. 


흔히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을 해댄다.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깊이 파고 들려면 넓게 시작해야 한다. 입구가 좁으면 깊어질 수가 없다. (...)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되돌아 나올 길과 시야를 확보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우물 그 자체를 통찰하고, 나아가서 다른 우물들과 통하는 물길을 명확히 알 수 있다. _8쪽



 시선은 깊게, 시야는 넓게


앞서 간략히 언급했듯 <융합 인문학> 강의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사진, 철학, 미술, 과학, 디자인, 건축 전문가 10명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리말삶은 어차피 융합이다

최재목(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융합이란 무엇인가?: 광활한 시선의 회복 

김상환(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국 고건축에서 보는 미와 생명조선집에 담긴 철학

함성호(시인건축가)


근대 세계의 과거와 미래문명화와 야만화

주경철(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한글의 새로운 세계한글 문자학

정병규(정병규학교 대표북디자이너)


분류 사고와 정의성과학과 인문앎의 원리로서 분류와 분류의 한계

이용주(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사진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사진의 기록성과 효용

강운구(사진작가)


뫼비우스의 우주 속의 인간인간 속의 우주

장회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다빈치와 융합적 시야창조적 태도로 살아가기

박홍규(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의학과 인문의 융합허준의 『동의보감』

신동원(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소장)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외양과 느낌의 시대 즐기기

민주식(영남대학교 미술학부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교수)






본문 내용의 테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시선은 깊게, 시야는 넓게입니다. 목차마다 하나의 분야를 깊숙이 해설하면서, 다른 분야들과의 접점을 통해 사고의 유연한 확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챕터인뫼비우스의 : 우주 속의 인간, 인간 속의 우주 물리학 관련 전문 용어들과 개념 설명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독해 속도를 조금은 줄이셔야 거예요. 공부하듯 넘기다 보면 자유에너지, 정교성, 절대온도 어려워 보이기만 하던 물리학 개념이 어떻게 삶과 연결되는지 알게 되실 거예요. 



이제 9월이니 어느덧 다음 달이면 한글날을 맞게 됩니다. <융합 인문학>에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문자학적 관점으로 풀이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북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 출판디자이너 정병규의 글인데요. 번째 챕터한글의 새로운 세계: 한글 문자학한글은 위대하고 독창적이다라는 피상적인 접근을 넘어, 언어학과 구분되는 문자학적 시선에서 『훈민정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모아쓰기는 한글 문자학의 바탕입니다. (∙∙∙)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의 낱자가 낱글자가 되려면, 모아지려면 바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바탕은 사각형이며 이는 동양적 문자의 원형이기도 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세종은 28자의 낱자들을 따로 창조했기 때문에 사실 낱자들 자체가 이미 시각적으로 바탕과 모양의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 모아쓰기, 이것은 건축적입니다. 한글의 이러한 문자 형상적 특성을한글의 건축성이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한글의 건축적 배열은 알파벳의 수학적 선형성과는 다릅니다. 알파벳의 선형적 공간에는 양방향의 시각적 힘이 작용한다면 한글의 모아쓰기 공간, 건축성의 공간은 다방향 힘의 공간, 한글만의 역동적 공간입니다. _ 123



한글의 문자적 특징, 즉 모아쓰기에 대해 ‘건축성’이라 해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초∙중∙종성이 모여 하나의 낱자를 이루는 한글이 건축적 공간성을 가진다면, 알파벳은 수학적 선형성을 취하고 있다는 비교 설명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글 한글이 시각적, 구조학적으로 얼마나 짜임새 있게 설계된 것인지 알게 되는 대목이죠.




 직장인의 인문학, ‘인력에서인간으로 회귀하는 통로


기업마다 인사 담당 , HR 부서가 있습니다. HR이란 ‘Human Resource’인데요. 인적 자산을 뜻합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인력, 인재, 재원으로 분류되죠. 기업이 전진하고 성장해가는 필요한 소중한 인적 자산이 바로 우리, 직장인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회사의 중요한 인력이면서, 가정의 식구, 사회의 인간이기도 하죠. 때때로 지나친 성과 경쟁에 집중하다 보면, 삶과 일상의 소박한 가치를 놓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럴 인문학은 우리를 다시인간으로 회귀하는 통로 역할을 해주죠.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당신께, 인문학적 힐링과 융합적 직무 능력을 길러줄 <융합 인문학>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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