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4부] 홍콩할매귀신 아세요? 아재들은 다 아는데.

Story/효성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봤을 괴담들이 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학생들을 벌벌 떨게 만든 그 이야기들은 어떻게 전국으로 퍼질 수 있었을까요? 지금 들어보면 무섭기 보다는 맥락 없는 이야기가 유치하기만 한데요.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아재들은 다 안다는 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의 공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할머니 얼굴 반, 고양이 얼굴 반, 홍콩할매귀신 괴담

 


홍콩할매귀신은 90년대 초등학생들 사이에 퍼졌던 괴담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던 할머니가 홍콩으로 여행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고양이를 집에 놓아둘 수가 없어서 가방에 몰래 데리고 갔는데 비행기가 추락했고 할머니와 고양이의 영혼이 합쳐져 홍콩할매귀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XTM M16 잡식남들의 히든카드 편


홍콩할매귀신 눈에 띄지 않으려면 손톱과 발톱을 내놓지 말아야한다고 하는데요. 밤이 되면 아이들을 습격하고 자신을 본 아이들은 결국 살해한다는 내용의 괴담이에요. 90년 대 어린이 유괴사건, 인신매매 등 강력범죄가 많았던 시절 방과 후 학생들의 귀가를 일찍 종용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괴담을 지어냈다는 설이 있습니다. 


출처/ DAUM 영화


괴담의 배경이 홍콩인 것은 당시 강시를 소재로 한 홍콩괴기영화가 크게 유행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며, 소재가 비행기사고인 것은 80년대에 빈번했던 대규모 비행기사고의 영향인 것으로 보여요. 괴담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규 시간대 뉴스인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괴소문에 동요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괴담입니다. 홍콩할매귀신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MBC 인형극 《태극아이 505》, 심형래 주연의 코미디 영화 《영구와 홍콩할매귀신》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 예뻐?” 빨간 마스크 괴담

 



빨간 마스크 괴담은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나 예뻐? "라고 물을 때 예쁘다고 대답하면 "그래? 그럼 나랑 똑같이 만들어 줄게!! "라며 가위로 입을 찢어버린다는 괴담입니다. 또한 " 못생겼다"라고 말해도 화가 나서 역시 입을 찢어버린다는데요. 


 

출처/ 교보문고 중고장터


이 고집불통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 나 예뻐? "라고 물으면 거울을 내밀면서 "거울보세요 "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해요. 좀 황당하죠? 하지만 이런 어설프고 황당한 대처법에도 당시 거의 모든 학생들의 가방 안에는 손거울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빨간 마스크 여자 괴담이 등장한 배경은 예쁜 동생을 시샘한 언니가 성형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실패하는 바람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아이들을 똑같이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90년대 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서구의 영향으로 성형이 늘면서 생겨난 괴담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 사장 딸, 김민지 괴담

 



김민지 괴담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딸 김민지가 납치된 뒤 토막 살해당했으나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고, 조폐공사 사장이 죽은 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화폐의 도안에 김민지의 이름과 토막 난 사체를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그려 넣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름 그대로 괴담입니다. 근거 없이 지어낸 이야기랍니다. 



이 소문이 떠돌던 당시에는 이름과 사체를 모두 찾아낼 경우 귀신이 나타나 사지를 찢어 죽인다는 공포스러운 소문까지 동반했는데요. 여러분도 한 번 찾아보실래요? 10원짜리 다보탑의 밑면을 옆으로 보면 ‘김’과 비슷하게 보이고, 50원짜리에 있는 꺾어진 벼가 범행 당시 사용한 도구인 ‘낫’을 상징한다고 해요. 더불어 100원짜리 이순신의 수염을 거꾸로 보면 ‘머리’처럼 보이고, 500원짜리 학의 다리는 꽁꽁 묶인 ‘팔’을 의미합니다. 1000원 권 투호에서 아래로 나온 막대 끝에 ‘min’이라고 쓰여 있고, 5000원 권 뒷면에 한자로 ‘지(知)’ 자가 쓰여 있는 비석이 있으며, 10000원 권 세종대왕이 입은 곤룡포에는 ‘다리’와 비슷한 것이 있다고 해요. 다 찾으셨나요? 


당시 조폐공사 쪽에서 김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조폐공사 사장의 딸이 유괴납치 된 사건은 없으며 유언비어라고 해명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화폐의 도안이라는 것이 사장 한 사람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터무니없는 괴담이겠죠? 90년대에는 인신매매나 납치살해 괴담이 많은데요.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강력범죄가 늘어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어? 여기도 없네~” 콩콩귀신 괴담

 


입시경쟁이 치열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떠돌던 괴담입니다. 항상 1등만 하던 학생과 그 때문에 2등에 머물던 학생이 있는데, 아무리 해도 1등이 될 수 없던 2등 학생은 결국 1등 친구를 학교옥상에서 떠밀어 죽였습니다. 이후 학교에 콩콩콩 소리를 내는 귀신소문이 떠돌게 됐다는데요. 1등 학생은 머리를 찧어 죽은 모습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콩콩 찧으며 2등 학생을 찾아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2등이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콩콩콩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교실로 다가오는 소리 때문에 겁에 질려 있던 2등이 책상 아래로 숨었는데요. 콩콩콩 드르륵 "여기도 없네."  콩콩콩 드르륵 "여기도 없네" 콩콩콩 드르륵 "찾았다!“ 책상 밑에 숨은 2등과 거꾸로 머리를 박고 다가오는 1등의 눈이 딱 마주쳤다는 내용의 괴담이에요. 그 뒷얘기는 없고 이야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답니다. 당시에도 요즘과 다르지 않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같은 영화가 나올 정도로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가 많던 시기였기 때문에 콩콩귀신 괴담은 성적 때문에 학생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겨난 괴담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놀람 주의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출처/ Youtube Cypherzone


그밖에도 흰 종이 위에 빨간볼펜을 수직으로 들고 손을 맞잡아 오른쪽으로 세 번 원을 그리며 주문을 외우면 귀신이 와서 무엇이든 대답해준다는 분신사바 괴담, 엄마가 사준 삐에로인형과 단 둘이 있다가 삐에로인형에게 잡혀 먹혔다는 삐에로인형 괴담 등이 있습니다. 90년대에는 강력범죄가 횡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공포심이 커지고 현대사회처럼 정보가 빠르지 않아 사실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다소 황당무계한 괴담도 널리 퍼졌던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가 우리를 공포에 덜덜 떨게 했다니, 그 때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순수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