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는 심장(엔진), 상처 받는 발(타이어)’ 여름철 차량 관리법
신라시대 때 ‘약인(烙人)’이라는 관직이 있었습니다. 수레 끄는 말, 즉 거마(車馬)를 돌보는 직책이었죠. 왕의 행차에 동행하여 수시로 마필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당시 말은 주요 교통수단이었으니, 약인은 오늘날의 ‘차량 정비사’ 같은 역할이었던 셈입니다.
자동차는 말과 닮았습니다. 우선, 둘 다 ‘승(乘)’이 붙습니다. ‘승차’와 ‘승마’. 기본적으로 올라타는 대상이죠. 또한, 올라탄 자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자동차와 말의 달림은 모두 ‘주행(走行)’입니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속도 조절도 가능하죠. 장거리 주행 시 말의 몸과 자동차의 몸에선 똑같이 열이 납니다. 쉬지 않고 달리면 말도 자동차도 퍼집니다. 이런 공통점 때문일까요. 무생물인 자가용을 ‘애마’라 부르는 것은 꽤 논리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여름철 승마장에서는 말들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각종 보양식을 챙겨주는데요. 말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동물이라 수박이나 사과처럼 수분 함량과 당분이 많은 과일류를 먹으면 좋다고 해요. 우리의 애마, 자동차 역시 여름을 잘 나려면 적절한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여름휴가를 맞아 자동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사전 점검은 필수죠.
심장은 에너지를 생성하고, 발은 그 에너지를 동력원 삼아 우리 몸을 이동시켜줍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심장은 엔진이고 발은 타이어에 해당하죠. 여름에 더 쉽게 열 받고 상처 받는 엔진과 타이어, 어떻게 관리해줘야 좋아할까요?
심장은 뜨겁게, 엔진은 쿨하게
사람은 더울 때 땀을 흘립니다. 외부 온도 상승으로 체내에 열이 많아지면, 우리 몸이 모세혈관 혈류량을 의도적으로 증가시켜 혈액을 식혀주기 때문이죠. 땀 흘리기로도 부족하다면 냉수 한 모금을 들이키기도 합니다. 자동차 역시 이 같은 ‘체온 유지’가 필요합니다.
엔진은 인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사람은 심장이 뜨거울수록 인생이라는 코스를 진취적으로 달려가겠지만, 자동차는 좀 다릅니다. 엔진은 힘을 많이 쓰는 부위인 만큼, 쉽게 과열됩니다. 특히 여름엔 더더욱 그렇죠. 뜨거우면 제대로 못 달릴 수 있습니다.
엔진의 온도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냉각수인데요. 이름 그대로 ‘열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죠. 이뿐 아니라 라디에이터를 비롯한 주변 부품들의 부식을 방지해주기도 합니다. 차량 후드를 개방했을 때, 초록색 냉각수 수위가 HIGH와 LOW 중간 지점인지 확인합니다. LOW 쪽에 가깝다면 보충해주어야겠죠.
그러면, 보충은 어디에다 할까요. 두 군데입니다. 라디에이터, 냉각수 보조탱크.
라디에이터란, 쉽게 말해 열기를 방출하는 장치입니다. 냉각수가 열을 받게 되면, 라디에이터에 달린 회전 팬(fan)이 작동됩니다. 이 덕분으로 냉각수는 ‘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냉각수 보충 시, 이 라디에이터에 부어주면 되는데요. 라디에이터 캡을 열고 냉각수를 넣습니다.
냉각수 보조탱크 역시, 열 받은 엔진을 식혀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왜 ‘보조’일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뜨거워진 냉각수는 자연스럽게 팽창하게 되는데요. 만약 이 팽창 정도가 라디에이터의 감당 범위를 넘어서면, 그 넘치는 분량이 ‘냉각수 보조탱크’로 흘러들어갑니다. 지금은 너무 뜨거우니까 보조탱크에 들어가서 잠깐 열 좀 식히고 있어, 라는 라디에이터의 배려(?)랄까요. 이 사이, 라디에이터 안의 냉각수는 다시 뜨거워질 텐데요. 이때 보조탱크에서 쉬고 있던 냉각수들이 라디에이터로 합류하여 온도를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절대 주의
라디에이터에 냉각수 보충 시, ‘라디에이터 캡’을 열어야 하는데요. 이것은 단순한 뚜껑이 아니랍니다. 라디에이터 내의 압력을 조절해주는 녀석이죠. 앞서 설명해드렸듯, 냉각수는 온도 상승과 함께 팽창합니다. 즉, 라디에이터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는 뜻이죠. 이때, 라디에이터 캡에 내장된 진공 밸브, 압력 밸브 등에 의해 정상 수준의 내부 압력이 맞춰집니다.
간략히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엔진이 뜨거워진다. → 라디에이터에 담긴 냉각수가 엔진을 식혀준다. → 엔진을 식혀주느라 냉각수도 뜨거워진다. → 냉각수의 열기가 라디에이터 안에 차며 압력이 상승한다. → 라디에이터 캡이 이 압력을 조절해준다.
‘엔진이 열을 받으면 라디에이터의 혈압이 올라간다. 뚜껑 열리면 폭발한다.’ 우스갯소리 같습니만,이 문장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엔진이 뜨거운 상태에서 라디에이터 캡을 열면, 내부 고압에 의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뚜껑이 튀어오르거나, 안에 꽉 들어차 있던 고온의 수증기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죠. 따라서 라디에이터에 냉각수를 보충하실 경우, 반드시 엔진이 완전히 식은 상태에서 캡을 개방하시기 바랍니다.
타이어도 몸짱이 되고 싶다
여름을 맞아 본격적인 몸매 가꾸기에 돌입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군살 쏙 뺀 ‘몸짱’에 대한 열망은 무더위에 더욱 강해지는 듯합니다. 몸매 관리는 몸 관리이기도 합니다. 식습관 조절과 꾸준한 운동은, 몸의 맵시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길러주죠. 한여름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기초 체력이 부족한 상태라면, 땀을 흘리는 동안의 에너지 소모를 견뎌내기 쉽지 않습니다. 5분 거리 걷는 데도 기진맥진해질 수 있죠. 몸매 관리, 아니, 몸 관리를 평소에 해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름엔 타이어도 몸짱이 되고 싶어 합니다. 타이어가 원하는 것은 균형 잡힌 공기압, 스크래치 없이 매끈한 트레드(Tread, 노면과 접촉하는 부분)입니다.
지글지글 끓는 듯한 한낮의 아스팔트 복사열. 도시인들에겐 익숙한 이미지인데요. 우리의 타이어는 그 힘든 길을 군소리 없이 굴러다닙니다. 얼마나 뜨거울까요. 여름철 한껏 달궈진 도로는 타이어의 공기압을 평상시보다 최대 10%까지 상승시킵니다. 차종마다 적정 공기압 수치가 있는데, 여름엔 좀 더 부지런히 확인을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피트니스 센터 이용 시마다 받는 체지방 검사처럼 말이죠. 공기압이 과도하게 높으면 그만큼 빵빵하고 단단해지겠죠. 도로 표면에 접지되는 힘은 헐거워지게 됩니다. 접지면이 빵빵히 튀어나온 중앙 부분에 집중되기 때문이죠. 당연히 타이어 표면의 가운데 부분이 급속도로 마모되죠. 타이어는 농구공이나 배구공처럼 바운드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 구르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적정 공기압에 못 미쳐도 타이어의 위험은 높아집니다. 장마철 빗길을 고속 주행할 때, 공기압이 낮은 타이어는 그야말로 물 위를 달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립니다. 이른바 수막현상입니다.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물의 막이 생기는 것인데요. 도로가 아닌 물 위를 달리는 셈이니,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죠?
보디빌딩에선 체급을 한껏 키우는 ‘벌크업’이라는 운동법이 있죠. 반대로, 극단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극한의 다이어트도 있습니다. 타이어는 이 둘의 딱 중간, 즉 표준 체급일 때 가장 건강합니다. 타이어 표면엔 공기압 최대(MAX) 수치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데요. 이 수치의 70~80% 정도로 공기압을 맞춰주시면 좋습니다.
마모 체크
타이어 표면에 기하학적(?) 모양의 결(그루브)이 파인 이유는 마찰력을 위해서입니다. 노면 접지 시, 마찰력을 크게 하여 공회전을 줄이는 것이죠. 이 결의 무늬와 배열 방식은, 접지력과 마찰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타이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원본이 마모되거나 손상될 경우, 접지력과 마찰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산에 오르기 전, 등산화 밑창을 반드시 확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새 타이어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교체 시기는 주행 거리 5만km, 혹은 제조 후 4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어의 마모 정도는 100원짜리 동전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동전을 타이어 표면 그루브에 끼웠을 때, 충무공 이순신의 갓이 거의 완전히 가려지면 최적의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와 반대로, 교체가 시급한 상태는 갓을 착용한 충무공의 모습이 온전히 보일 때입니다.
그 밖의 안팎 체크 리스트
심장이 에너지를 주고, 발은 그 힘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심장과 발 사이엔 또 다른 기관들이 골고루 에너지를 받아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시켜주죠. 엔진과 타이어 외에 또 어떤 것들을 안팎으로 점검해주어야 할까요?
에어컨
- 가스 충전: 차량 에어컨은 냉매 가스에 의해 작동됩니다. 가스가 부족하면 시원해질 리 없죠. 정비소에서 가스의 잔량 및 누출 여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악취 제거: 에어컨 가동 시 쾨쾨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에어컨 가동 시 발생한 수분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곰팡이를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엔 물기가 완전히 증발하도록 에어컨 버튼을 끈 상태로 3~4분간 송풍 기능만 틀어두세요.
- 에어컨 필터: 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차량 외부로부터 유입된 공기는 탑승자들의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영유아의 경우라면 치명적일 수 있겠죠. 조수석 물품함(글러브박스) 내부에 장착된 에어컨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주세요. 새 필터를 기준으로, 사용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는 교체를 고려하시는 게 좋습니다.
배터리
- 잔량 확인: 여름휴가 때 자동차 여행을 떠나실 분들은 배터리 잔량을 꼭 확인해두세요. 즐거운 여행길에 애마가 노상에 퍼지고 만다면, 자신에게나 일행에게나 힘든 일이 될 테니까요.
- 차 안에서도 절전: 배터리는 소모품입니다. 전조등 점등, 에어컨 가동, 와이퍼 사용, 스마트폰 차내 충전 등등은 배터리의 전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이죠. 과다 전력은 배터리의 과열로 이어지고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특히 한여름 장시간 에어컨 가동은 배터리를 힘들게 합니다.
와이퍼
- 와이퍼 블레이드 관리: 와이퍼는 우천 시 앞유리(윈드실드, Wind Shield)의 빗물을 제거하여 주행 시야를 확보해줍니다. 앞이 안 보일 만큼 폭우가 쏟아질 경우, 와이퍼의 중요성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리와 밀착되는 고무로 된 부분, 즉 ‘와이퍼 블레이드’를 잘 관리해주는 게 중요한데요. 만약, 유리 표면에 와이퍼 자국(선)이 남거나, 소음 혹은 진동이 발생한다면 와이퍼 블레이드를 교체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주차∙세차
- 태양을 피하는 자동차: 여름철 실외 주차의 묘는 ‘그늘 자리’ 선점입니다. 직사광선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죠. 음지 확보에 안타깝게 실패하셨다면, 차량 전용 커버 혹은 신문지나 돗자리 등을 이용해 빛이 투과하는 창문들을 가려주세요. 손수 세차의 경우에도 그늘에서 하시는 게 좋습니다.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물방울들은 한마디로 볼록렌즈라 할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차체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 세차 용품 보관: 무더위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자동차, 과연 그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한여름 한낮 장시간 야외에 주차된 차량의 실내 온도는 최대 100도까지 치솟는다고 해요. 게다가 검은색 계열의 좌석(시트)들은 차체 외부의 열을 한껏 머금죠. 따라서, 차내 대시보드, 트렁크, 앞뒤 좌석 등에 보관된 세차 용품들이 변질될 수 있습니다. 고온에 취약한 화학 제품, 또는 휘발성 제품 들은 팽창하여 터질 위험도 있죠.
기업, 지자체 ‘여름철 무상 점검 서비스’ 이용하세요
하절기 차량 관리가 각별함을 잘 아는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 그리고 전국 지자체에서는 ‘여름철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엔진 및 냉각수, 타이어, 에어컨 및 필터, 와이퍼, 램프 등 기본적인 점검 항목이 포함되는데요. 자신에게 해당하는 차량 제조 기업 홈페이지, 지자체 사이트를 방문하여 서비스 기간, 신청 방법 등을 확인해두셔야겠죠? 아래는 7월 중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자동차 무상 점검 서비스 정보입니다. 서비스 기관(기업), 기간, 장소만 간략히 알려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수원시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자동차 무상 점검’
7월 1일 ~ 9월 30일 / 수원시 소재 41개 정비업체
안양시 ‘안양 시민을 위한 차량 무상 점검’
7월 10일 / 안양시청 민원실 주차장
안양시 ‘사회적 약자 대상 차량 무상 점검’
7월 한 달간 / 전문 정비 조합 소속 관내 25개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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