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갑니다] 좋아서, 음악이 정말 좋아서

2015. 5. 15. 09:00







2006년 KBS <인간극장>에 나온 한 소녀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본인의 의지로 학교를 자퇴하고 들어선 피아니스트의 길, 본격적인 재즈 입문 3개월 만에 재즈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등을 하고 이후 서울 예술의 전당, 부산문화회관 등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 매년 10회 이상 단독 공연해온 이력은 18세 소녀로서 무척 대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 ‘보라표 재즈’란 개성이,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이, 진보라에게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당연스러웠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음악 열정은 변한 게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더 깊고 넓어졌을 뿐입니다.





“어릴 땐 저만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보라표 재즈라는 말을 썼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정의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진심이니까요.”





그녀의 음악은 여전히 보라표 재즈로 회자되지만 ‘진실되게’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의 농도는 스스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진해졌다고 합니다. 음악을 시작할 당시에도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습니다. 밥 먹으러 가는 시간도 아까우리만치 그저 피아노가 좋았습니다. 음악은 그녀의 손끝을 따라 과거의 순간을 되살리기도, 현재를 멈추기도, 미래로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그 열정과 순수함, 정직한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진보라의 천재성에 버클리음악대학교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국내 수많은 기획사는 탐날 만한 제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버클리음악대학교 앞에서 발길을 돌렸고, 지금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할 따름입니다.




 

“죄송하게도 여러 제의를 모두 거절했던 건 제 음악이 정형화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음악은 살아 있어야 해요. 관객과 연주자, 소리와 순간이 맞물려야 비로소 완성되죠. 라이브를 고집해온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그녀의 공연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진짜진짜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로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이게 진짜 진보라’라는 생각 외엔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녀를 움직이는 건 오직 감정입니다. 행복한 경험을 하거나 절절한 일을 겪었을 때 그녀의 몸과 마음은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녀의 대표곡 ‘사망의 폭풍’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열다섯 살 어린 나이, TV에 방영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보곤 온몸이 떨려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곡이 울리면 사람들은 문득 가슴이 아리기도, 희망에 벅차기도 합니다.


“정말 진실되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세상을 연결하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 순수함도 잃고 싶지 않고요. 얼마 전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봤는데, 저 빼고 다 초등학생들인 거예요. 제가 ‘저건 좀 유치한데’ 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즐겁게 웃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이렇게만 순수하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진보라는 지금도 몰입과 소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입니다. 피아노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과 그 피아노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 세상과 소통하려면 알아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까지. 그래서 겁이 나도 부러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밀회>에 출연하고 KBS <2TV 아침>의 진행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2TV 아침>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에요. 출근, 직장 동료, 매일같이 쏟아지는 소식들. 모두 놀라운 것 투성이죠. ‘더 많이 알아야겠다. 더 잘해야겠다’ 싶은 생각에 제 자신을 더 단단히 조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그 모든 감정과 경험이 제 음악에 자연스레 스미겠죠.”





얼마 전 난민촌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은 진보라의 또 다른 면모에 주목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모습은 그녀가 말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절로 이해될 만큼 인상 깊었습니다. 애써 웃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울어도 괜찮다”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은 그녀의 고운 심성을 그대로 대변합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세상에 나누고 싶다는 진보라. 깊고 맑은 그녀의 삶은 음악으로 꽃핍니다. 진보라의 삶은 곧 그녀의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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