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터뷰] 혜안이 살아 숨 쉬는 ‘디테일의 힘’

Story/효성

 

혜안이 살아 숨 쉬는 ‘디테일의 힘’


 

대화에서 출발한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파스타’

 

 

세부적인 부분을 빈틈없이 바라보거나 구현할 때 흔히 ‘디테일이 살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심한 사람의 전유물로 치부하던 디테일, 그것이 근래 재조명돼 떠오르는 최고의 경쟁력입니다. 디테일이란 ‘무엇’보다 ‘어떻게’에 방점이 찍힙니다. 연료통 틈새를 메우는 고무 O 링의 오류를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아서 발생한 미국 우주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직관적으로 느낀 궁금증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오감으로 파고들 때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재앙으로 번질 사소한 위험 요소를 피해 갈 수도 있고 세상을 뒤바꿀 창의적인 순간과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파티게임즈의 이은재 PD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파스타’는 바로 그 사소한 시작으로 놀라운 에너지를 품고 마는 ‘디테일의 토양’에서 탄생했습니다.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입니다.

 

 

“2011년에 출시해 2,000만 명의 사용자와 함께 한 ‘아이러브커피’의 후속작이 아이러브파스타입니다. 작년 4월부터 개발에 들어갔으니 1년여 만에 결과를 얻은 셈이죠. 전작 아이러브커피의 디테일한 감성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실성과 드라마 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는 퀘스트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로 감수성을 더했어요. 처음에 큰 그림을 그려놓고, 표현하려는 방향과 맞아떨어질 때 디테일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사용자에게 매혹적인 부분을 구현하려면 더 섬세하고 구체적인 상상력이 필요했습니다. 한마디로 디테일한 접근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한 달여가 소요됐습니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팀원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개발한 아이템 중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뭔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에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수시로 나눴습니다. 이미 흥행한 아이러브커피를 뒷심 삼았다고 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게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것을 공략하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게임이란 게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은 물론 다른 여성 기획자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들과 의견을 충분히 나눈 뒤에야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죠. 빨리 출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재밌는 게임이니까요.” 

 


보지만 말고 유심히 관찰하기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다양한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 펜네 파스타 그리고 와인까지 20~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를 담은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파스타의 무대는 이탈리아 베니스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파스타 재료를 구입하고 만들어 판매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낮과 밤이 변하는 현실적인 영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게임의 첫 구상은 이은재 PD의 관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됐습니다. 


 “파티게임즈에 입사하기 전 잠시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때 어느 카페테리아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그게 기억에 계속 남아 있었나 봐요. 아이러브커피를 확장할 만한 아이템이 바로 떠올랐죠. ‘단일 음식이되 대중성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요리가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니 설렐 정도로 좋더군요.”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요.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를 뛰어넘은 오감으로 경험하기. 그것은 남들과 다른 이은재 PD만의 생각법이기도 했습니다. 예리한 관찰자처럼 그는 모든 종류의 감각 정보를 활용하며 사용자들의 욕구를 감지했습니다. 그는 흔한 먹거리를 낯설게 관찰했고 마침내 새로운 파스타와 마주했습니다.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진 맵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진 맵>

 


여행지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아이러브파스타 게임 속 고객은 운하 선착장에 내려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유럽의 낭만을 만끽하며 여러 아이템을 경험합니다. 이은재 PD에게 각인된 유럽의 정취를 담아내려 낮과 밤을 구분하고 조명과 빛이 어우러진 야경도 구현했습니다. 레스토랑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유럽풍의 거리와 더불어 아이러브파스타만의 풍성한 맵 구조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특장점은 2D 경영 시뮬레이션 SNG 최초의 2층 별관 도입입니다. 

 

“아이러브파스타가 11월에 출시 예정이었는데, 그때는 2층까지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한데 막판에 이대로라면 약하지 않겠냐는 피드백이 들어왔죠. 뭘 더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2층 테라스를 떠올렸어요. 다른 게임들은 로딩을 거쳐 공간 이동을 하는데 사용자들은 그보다는 한눈에 보이는 변화를 원하니까 위로 올리자 싶었죠. 2층은 사실 모험이었는데 팀원들이 좋다고 해서 힘을 냈습니다.”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테라스와 선착장
<아이러브파스타 게임화면, 테라스와 선착장>

 


여행의 추억을 호출하니 테라스가 답이었습니다. 전작 아이러브커피와 차별화되면서 강과 요트에 운치를 더하려면 테라스만 한 게 없었습니다. 출시를 미룰 만큼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다만 한 번도 구현해보지 못한 일이라서 불안하기도 했고, 출시를 미룬다는 것도 편치 않았지만 더 중요한 걸 생각했습니다. 이 게임을 왜 만드는가. 답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라는 것.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한두 달 늦게 내놓는다고 달라질 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은재 PD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 건, 하루 사용자만 2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관계지향적인 게임의 완성

 

 

관계적인 요소 이미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현실성과 관계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디테일이 필요했습니다. 이를테면 레스토랑 밖 의자에선 손님이 기다리고, 종업원들은 서빙을 하고 도구를 사용해 청소하는가 하면, 수많은 파스타와 재료를 구성해 마치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는 듯한 몰입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게임 속 등장 인물의 캐릭터 꾸미기, 길거리 영업, 파스타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도 비슷한 맥락의 디테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소셜숍을 통해 친구와 협력하면 파티가 열리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퍼즐을 얻으면 그걸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건물과 계단, 테라스 등에서 고객과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파스타 면을 생산하고 재료를 구하고 서빙을 구현하기 위해 ‘같은 재료 짝 찾기’, ‘요리 재료로 프라이팬 터치’ 등의 미니 게임을 추가해 역동성을 더했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지루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생기는 감정 이탈을 조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빙고 이미지

 

 

올해 4월 말에 업데이트하려고 계획한 새로운 길거리 영업 도구 ‘빙고게임’의 경우 처음엔 일방향 소통이었습니다. 누군가와 겨루며 쌍방향으로 빙고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시간도 없고 그게 무슨 대수냐 해서 넘어갔습니다.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습니다. 혼자 노는 것보다 서로 소통하며 놀아야 더 재밌는 법. 그게 현실의 놀이이니까요. 두말할 필요 없이 이번에도 업데이트 날짜를 늦췄습니다. 반쪽짜리 빙고게임을 업데이트하느라 서두르기보다는 제대로 된 빙고게임을 구현하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행복나눔장터, 세트 메뉴, 와인셀러 같은 신선한 요소도 곳곳의 단계마다 배치해두었습니다. 가면 가게, 꽃집, 젤라토 가게, 카페 등의 임대사업도 벌일 수 있습니다. 흥미를 돋우는 최고의 요소는 ‘캐릭터 꾸미기’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아바타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구매하는 캐릭터 코스튬이 바로 그것. 그야말로 깨알 같은 가상 세계입니다. 


 

“물론 디테일이라고 눈에 보이고 원하는 것 모두를 무조건 전부 살리는 게 좋은 건 아니에요. 정해진 시간과 예산으로 사소한 걸 챙기다 보면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우선순위대로 해결하는 겁니다.” 

 

 

의미를 지닌 디테일을 추구하라

 


디테일이라는 게 모든 것을 일일이 드러내는 건 아닙니다. 외려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을 찾아내서 부각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중요한 몇몇을 세심하게 드러내야 그것이 진정한 디테일인 셈입니다. 보이는 것보다 그 이면을 꿰뚫어보는 게 중요한 것처럼.

 

 

 

“사용자에게 감정 이탈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게임의 여러 요소가 균일하게 잘 맞아떨어져야 해요. 그러려면 맨 처음에 말했듯 대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함부로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고집을 부리면 다른 의견을 차단하게 되고 그 순간 발전이 멈추니까요. 물론 감정이야 상하겠지만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게임의 질에 방점을 찍는 이은재 PD는 길을 잃을 땐 무엇을 위해 시작했는지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디테일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무수히 작은 것을 헤아리는 게 아닙니다. 어떤 분명한 목적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혜안의 선물입니다. 그때의 디테일은 아무리 사소해도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여길 만큼.

 

 

우승연(자유기고가) 사진 전문식(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