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직장인을 위한 '퇴근 후 생산적인 딴 짓' 매뉴얼, 윤정은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My Friend 효성입니다. 다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화창한 봄날,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화창한 분위기의 윤정은 작가를 만났습니다. 『퇴근 후 이기적인 반란』이라는 책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저녁 시간을 컨설팅해 준 바 있는 그녀에게, 퇴근 후 저녁을 마법의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윤정은 작가님.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현재 한국독서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윤정은 이라고 합니다. (주)유니영 컨설팅 책임연구원, 병무청 사회복무요원 소양교육도 담당하고 있어요. 2012년에는 소설 『갑을의 시간』으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언니도 그때는 모든 게 두려웠어』, 『퇴근 후 이기적인 반란』 등의 책을 펴내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NS란 작가님께 어떤 존재인가요?
A. 저는 주로 강의하고 책 쓰고 두 가지 일을 하잖아요. 강의는 제가 말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인 소통이고, 책 쓰기는 그야말로 혼자만의 작업이죠. SNS란 저를 사람들 사이로 꺼내어 주는 통로라고 할 수 있어요. 그 통로를 통해서 ‘내가 이 세상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외로워서 떠들고 있구나’라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
트위터는 ‘오늘 서점에서 작가님 책을 읽었는데 좋았어요’ 같은 독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개인 쪽지로 고민 상담도 많이 오는 편이에요.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굉장히 무거운 상담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상담도 있고. 실제로 제 책을 읽고 헤어 디자이너라는 꿈을 이룬 분과 상담을 하다가 인연이 되어서 가게에 들러서 만난 적도 있고요.
Q.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격무로 내몰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크게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불안감과 의무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히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과 사회 풍토는 정공법을 강조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혔을 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안되지?’,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생각에 당황하고 좌절하게 되죠.
SNS와 발달한 매스미디어도 이 현상에 한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명사들의 인터뷰를 너무나 쉽게, 클릭 몇 번이면 접할 수 있잖아요. 쉽게 접하는 만큼 성공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란 사실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거든요. 짧은 인터뷰와 기사가 몇 십 년 동안의 노력과 실패까지는 담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성공이란 이면만 보고 자신과 비교하며 우울해 지기 쉽죠.
Q. 『퇴근 후 이기적인 반란』 이라는 책을 통해 생산적인 저녁 사용법을 강조하셨는데요. 사실 낮 동안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와 또다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A. 저도 사회 생활을 꽤 오래 했어요. 지금도 석사 과정 마지막 학기를 보내면서 일도 같이 하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 글을 써 보고, 혹은 주말에 친구들과의 만남도 마다하고 혼자서 글을 써 보기도 했어요. 저는 원래 꿈이 작가였는데, 스물다섯 까지만 해도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작가가 못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열 네살 부터 글을 써 왔음에도 말이에요.
그런데 회사 생활을 계속 하다 보니 제가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느끼게 되더라고요. 퇴근 후에 틈틈이 글을 써서 책 한 권을 냈죠. 책을 쓰고 나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이 나왔어요. 저는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걸로 돈을 벌어서 살기를 힘들다, 그러니 평생 행복하게 글 쓰기와 책 읽기를 할 수 있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돈을 버는 것도 즐거워 졌죠. 이런 생각이 힘든 일이 많을 때 참아 낼 수 있는 버팀목도 됐고요.
회사에서 돌아와 쉬는 일과를 반복하는 생활이 마음에 든다면 굳이 생산적인 ‘딴 짓’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 인생이 불만스럽고, 못 다 이룬 꿈이 있다면 ‘딴 짓’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돈 버는 일이 좀 더 견딜 만 해지고,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거죠.
Q. 일찍 퇴근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야근, 회식 등 직장인의 발목을 붙잡는 환경 때문에 저녁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회사 특성상 야근을 일삼는 분도 계시고, 진짜 일이 너무 심각하게 많아서 야근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분들은 주말을 활용 하셔야겠죠. 하지만 이런 분들 말고, 단지 회사 분위기가 야근하는 분위기라는 이유 때문에 ‘야근 쇼’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차피 정시에 퇴근하기는 어려우니 습관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오후부터 일을 시작해 야근하는 티를 내는 경우가 바로 그런데요. 야근을 통해 일하는 티를 내셨던 분들은 이제 업무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혹은 친구들과의 메신저 수다, 인터넷 쇼핑, 그리고 직장인들의 활력소이긴 하지만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커피 타임을 줄이고 업무에 집중한다면 업무를 좀 더 빨리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업무 시간에 하는 딴 짓은 15분 이하로 줄이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업무 부탁 같은 건 과감하게 거절할 필요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미팅도 자칫하면 필요 이상으로 길어 질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의 알람 기능을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월,수,금은 자기계발을 위해 칼퇴하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도 중요해요. 처음에는 조금 눈치가 보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인식이 박히면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거든요. 대신 업무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겠죠.
Q. 이미 저녁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 취미 활동에 힘쓰고 있는 직장인들도 있습니다. 퇴근 후 시간을 더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한 소소한 팁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이미 가치 있게 쓰는 직장인들이 더 가치 있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 너무 피곤하고 불쌍한 일 아닐까요? 이런 분들께는 좀 게으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은 기니까 너무 힘 뺄 필요 없이 가끔은 쉬었다 가라고.
힐링이 한창 유행했잖아요? 저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힐링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남들하고 똑 같은 속도로 가지 않아도 괜찮아’, ‘가끔은 퇴근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게을러도 괜찮아’ 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잘 쉬는 것도 능력이고 가치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Q. 이미 스마트 기기는 직장인들과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인데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스마트 기기란 어떤 존재일까요?
A. 외로움을 달래 주는 친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로울 수 있도록, 고립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기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퇴근 후 스마트 기기를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겠죠.
한 번은 지인들끼리 모임을 가졌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나랑 카카오톡 하는 사람들이 전부 여기 있으니까 너무 심심해’라고 하더라구요. 물론 농담이었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일상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은 스마트 기기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어요.
큰언니가 워킹맘인데, 블로그 활동을 해요. 블로그를 통해서 주말에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공연 티켓을 얻기도 하고, 각종 책이나 교재를 얻기도 하더라고요. 제 신간이 나오면 서평 이벤트를 진행해 주기도 하고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스마트 기기로 이런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 독자 중 한 분은 아이를 키우는 데, 밤에 아기를 재울 때 이북을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스마트 기기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죠.
Q. 작가님은 행복한 자신의 삶을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알려 주시면 행복한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A. 저에 대한 공부, 성찰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이 행복의 비결이에요. 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너 지금 괜찮아?’, ‘너 지금 행복해?’ 라고요.
또 실제로는 일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강의를 하는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출강해요. 칼럼 쓰고, 대학원도 가고, 작년에는 책도 두 권 내고. 결혼했으니 주부 생활도 해야겠죠?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차라리 직장에 다니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도 나중에 더 많은 역할이 주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일하는 것도 행복한 자신의 삶을 위해 하는 노력이죠.
하지만 계속해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제 감정이 바닥을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들어오는 일들을 잠시 미뤄 두고 여행을 떠나요. 고립된 상황을 만들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윤정은 작가가 여행 중 찍은 사진, 제주 협제바다에서>
<윤정은 작가가 여행 중 찍은 사진, 베니스에서>
<윤정은 작가가 여행 중 찍은 사진, 이탈리아 나보나 광장에서>
<윤정은 작가가 여행 중 찍은 사진, 부산 감천마을에서>
Q. 신간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소개 부탁 드릴께요.
A. 남편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직장인이 많다 보니까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어떻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요.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다람쥐 챗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이 『출근만 하면 다 될 줄 알았어』라는 책이에요.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이미 서점에 배포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인터넷 서점에는 나왔구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출근하기 너~무 싫은 분들, 직장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에요.
책 소개
삼성, LG, 포스코 등 대기업 인사담당자들과 중소기업 대표 등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급여, 적성 등의 고민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생생한 노하우를 담았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담도 담아 직장인이 고민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나가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해준다.
Q.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위해 ‘이것만은 꼭 필요하다’는 작가님의 팁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A.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이지?’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분석이 가장 중요해요. 이것들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저녁 시간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지가 결정되지 않을까요?
스마트폰도 배터리를 충전해 주어야 하고, 밥도 하루 삼시 세끼 먹어야 하잖아요. 직장인들도 직장 생활을 더 오래 하기 위해서, 내가 충전될 방법은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깊이 있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벌고 일을 하는 ‘나’를 아끼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 퇴근’도 꼭 필요해요. 몸은 퇴근했지만 정신이 퇴근하지 않았다면 생산적인 저녁 시간은커녕 휴식도 제대로 안되겠죠. 저는 늘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려고 노력해요.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니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직장인 여러분도 후회 없이 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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