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같은 책, 책 같은 굿즈!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리커버 에디션’

Story/효성

 

어느덧 12월,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야 할 시기예요. 굿즈 같은 책 선물은 어떨까요? 읽기도 좋고 소장하기도 좋을 뿐더러,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리커버 에디션’ 책 말예요. 독서를 즐기지는 않더라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늘 두게 되고, 그러다 언젠가 펼쳐보게 되는 세런디피티(serendipity) 같은 선물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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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클래식, 감성은 모던! 세계문학 리커버 에디션

 

출판계의 리커버 에디션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아마도 고전 문학일 거예요. 수 세기 전의 명작들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장정한 결과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미 구입도 했고 읽었던 작품인데도 리커버 에디션으로 재출간되면 왠지 새로운 책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요.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을유문화사) / 출처: 알라딘

 

특히 젊은 북 디자이너들과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세계문학 리커버 에디션은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예쁩니다. 고전 명작들은 어쩐지 따분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인식보다 ‘예쁜 디자인’에 대한 시각 반응이 앞서는 셈인데요. 그만큼 고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듯합니다. 아마도 이런 까닭에 많은 출판사들이 리커버 에디션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이겠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리커버 에디션’(민음사) /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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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에디션이 시즌 마케팅과 만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겨냥한 기획 상품으로서 리커버 에디션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일종의 시즌 마케팅인 셈인데요. 특정 연도의 특정 계절 한정판 리커버 디자인은 구매욕과 수집·소장 욕구를 자극합니다. 최근의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소설가 구병모의 2009년작 『위저드 베이커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일반판이 이미 50만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인데, 2017년 ‘크리스마스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이 출간되면서 또 한 번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왼쪽부터]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2009년 초판, 2017년 크리스마스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창비) / 출처: 알라딘

 

비단 문학 분야뿐 아니라 에세이, 자기계발, 아동문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서 계절별 리커버 에디션이 등장했습니다. 표지 디자인의 심미성 외에도 ‘한정판’이라는 특수성이야말로 큰 셀링 포인트 아닐까 싶네요.

 

최은영 소설 2022 한정 여름 에디션(문학동네) / 출처: 알라딘

 

『곰돌이 푸』 크리스마스 에디션(피카) /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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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장난감인가 책인가?! 아트토이북 에디션

 

단지 표지 디자인과 판형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책의 물성 자체를 새로이 탈바꿈하는 시도들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트토이북(Art Toy Book)’이라는 것인데요. 누군가가 책이라고 설명을 안 해주면 장난감이나 장식용 피규어로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책과 굿즈의 경계가 흐려진 가장 첨단의 사례라고 할까요.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마침내 상품화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보문고 아트토이북 프로젝트 - [시계방향]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허블),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문학동네), 『열두 발자국』(정재승, 어크로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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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는 없는 책의 물성과 감성

 

지금까지 리커버 에디션 마케팅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왠지 책의 고군분투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디지털 콘텐츠에 밀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제 모습을 변화시키는 듯해서요. 책(종이책)이 사라진 세상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지만,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을 대체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워졌죠.

 

 

다만, 책의 질감과 무게감, 책장을 넘길 때의 촉감과 종이 냄새, 맨 마지막 장을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느끼는 뿌듯함 같은 물성과 감성은 디지털에서 구현될 수 없죠.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사귀는 데 우리는 꽤 많은 감각신경을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마치 사람을 대할 때처럼요.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돌아보게 되는 연말연시. ‘그 사람’과 꼭 닮은 책 한 권을 손에 쥐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