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들의 놀이터, 세계관 전성시대
글. 정덕현(문화평론가)
이미지 출처. MBC <놀면 뭐하니?> 캡처 화면, 영화 <조커>•<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컷, 넥슨 <신석기녀>, 와이랩 <블루스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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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무한한 세계관의 결정판
최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세계관’. 그 의미는 하나의 콘텐츠에서 일정하게 공유되는 ‘가상으로 설정된 세계’를 뜻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그 세계관을 이해하는 팬덤에 의해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배트맨의 세계관이다. 범죄가 창궐하는 고담시에서 억만장자인 브루스 웨인이 박쥐 코스튬을 입고 범죄자들을 소탕한다. 1939년 DC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배트맨의 세계관으로부터 그 유명한 <조커>, 빌런 베인과의 대결을 다룬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의 여러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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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부터 방탄소년단까지, K-팝 속 세계관
한편 K-팝 아이돌은 일찍이 팬덤들의 놀이터로서 세계관 개념을 시도했다. 2011년 데뷔한 엑소가 그 첫 번째 사례다. 태양계 외행성 엑소플래닛에서 날아온 멤버들이 염동력, 시간, 공간, 불, 물 같은 다양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세계관이었다. 그 후 B.A.P, 드림캐쳐, 여자친구 등 많은 아이돌이 저마다의 세계관으로 팬덤들을 열광케 했다. 방탄소년단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모티프로 아프지만 껍데기를 깨고 나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세계관으로 삼으면서 실제 자신들도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는 이러한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국가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공화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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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스며든 캐릭터 세계관
세계관은 이제 미디어 속 각종 콘텐츠의 다양한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처음으로 팬덤을 갖게 된 <무한도전>의 힘은 바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 같은 세계관에서 시작됐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여성 보컬 그룹 멤버를 뽑는 ‘WSG워너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부캐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유재석은 안테나 뮤직 대표 ‘유팔봉’이라는 캐릭터로, 김숙 역시 프로듀서인 ‘엘레나 킴’으로 설정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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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바꾸는 강력한 판타지
가상과 허구일수록 더더욱 팬들만이 소비할 수 있는 세계가 구축되기도 한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 저마다 의미와 해석을 덧붙이며 더욱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관은 이른바 ‘팬덤 소비’로 넘어가는 시대와 관련이 있다. 끈끈한 팬덤이 모여들어 놀 수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 상징, 은유들이 내적 체계를 갖고 제시되는 것. 그래서 ‘아는 이들만 아는’ 즐거움이 제공되는 장이 바로 세계관이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아미들이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하나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가진 세계관은 가상이지만 현실을 바꾸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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