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금융 위기를 몰고 온다, 그린 스완: 이미 시작된 대위기의 시대

Story/효성


글. 이정흠(한경비즈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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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과 그린 스완, 무엇이 다를까?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최근 주목받는 용어가 바로 ‘그린 스완’입니다. 경제학자들이 인류의 위기를 설명할 때 자주 소환하는 동물이 ‘백조’입니다.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라는 믿음을 깨고 1967년 호주에서 처음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발견됐죠. 이때부터 ‘블랙 스완’은 기존의 경험치로는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일컫는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금융 위기를 뜻하는 그린 스완은 ‘불확실성’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과 공통점을 지니지만 세 가지 지점이 다릅니다. 먼저 기후변화와 같은 그린 스완의 위기는 적어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징후들을 바탕으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린 스완으로 인한 충격은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셋째, 그린 스완은 블랙 스완보다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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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안정성과 기후변화의 연관성



기후변화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나아가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음을 가리키는 그린 스완.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그 어떤 경제 위기보다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먼저 기후변화는 소비를 약화시키고 그로 인해 기업들의 성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죠. 이는 결국 가계의 부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서 이와 같은 수요 측면의 영향은 글로벌 무역에까지 이를 것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기후변화는 노동시장, 자본시장 등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 생산 능력의 막대한 저하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촉발된다면 이는 글로벌 노동시장과 임금 성장에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가 되죠. 이와 같은 경제적 충격은 결과적으로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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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후 위기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대안


기후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일부 중앙은행과 규제 기관, 감독 당국에서는 기후 위험과 관련한 더욱 엄격한 지침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자체 자금과 연금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위해 ‘책임 투자 헌장’을 채택하고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기준을 자산 관리에 통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될수록 기업의 입장에서도 ESG 활동은 중요해집니다. ESG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의 직접적인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도 가장 최우선 요소로 고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린 스완의 교훈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금융 그리고 정부가 얼마나 협력적으로 ‘가능한 해결책’들을 찾아내고 시행하는지 여부입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ESG 활동은 그린 스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현실적인 대안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