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유쾌한 르네 마그리트 씨: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글. 이동섭(예술인문학자,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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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 아니어서 더 재미있는 전시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르네 마그리트가 캔버스에 그린 유화 전시가 아니다. 그것을 디지털 시대의 관람객들에 맞게 재가공한 ‘디지털 복제화’ 전시다. 10여 년 전 이런 형태의 전시가 처음 등장했을 때 관람객들은 평소 어렵게 느끼던 유명 작품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방식이라며 환영했다. 스마트폰 세대들은 ‘미술 놀이공원’에 온 듯 관람과 ‘셀카’, 각종 체험에 참여하며 전시를 100% 즐겼다.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도 르네 마그리트의 주요 작품들과 풍부한 사진 자료, 독특한 참여 코너 등을 쾌적한 환경에서 누릴 수 있었다. 특히 몇 해 전 어느 백화점의 가림막으로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던 그의 대표작 <골콩드>(<겨울비>)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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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 80.7cm × 100.6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붉은 지붕에 네모난 창이 난 평범한 주택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검정 코트에 중절모를 쓴 남자가 비처럼 내려온다. 현실의 눈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그림은 그가 바라본 세상의 감춰진 모습이다. 그러니 수수께끼를 풀 듯이 유심히 살펴보고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가 그림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모두 사실적인데, 그것들을 모아놓으니 환상 혹은 동화가 되었다.
“조금만 현실을 다르게 바라봐도 현실은 신비롭게 다가올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기대어 해석해보자.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남자는 비를 맞지 않으려 중절모를 쓰는 현실을 비틀어 ‘중절모 쓴 남자가 비로 내린다면?’ 이렇듯 비와 남자의 관계를 다르게 보는 순간 그의 의도대로 작품은 보여지는 것을 넘어서 신비로움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그림으로 한 편의 시를 쓰려고 했다면 그 시의 주제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굳어진 우리의 생각을 부수는 유쾌한 수수께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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