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편] 영화로 보는 6・25전쟁(한국전쟁)

인사이트/라이프

출처: Flickr @USAG- Humphreys


우리는 전쟁을 모릅니다. 그리고 곧잘 잊어버립니다.


‘참혹하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표현하는 전쟁의 참상을 우리는 글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필름으로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당시 상황을 잘 재연했다 해도 필터로 한 번 걸러진 간접 경험입니다. 전쟁을 겪은 생존자들의 눈을 통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참혹함을 고스란히 공감하기 힘듭니다.


다행인 건 누군가는 끊임없이 그 전쟁의 속 이야기를 꺼내 우리를 상기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다큐, 영화 등은 잊혀진 전쟁, 알려지지 않은 영웅, 숨겨진 이웃에게 관심을 두게 합니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하는 6・25전쟁, 3년이나 지속되었던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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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2004>


출처: 네이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시작은 평화롭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바로 직전의 서울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순식간에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폭발음,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중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북한은 6・25전쟁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서울을 함락시키고, 한 달여 만에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온 것이죠. 피난 중 징집이 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이 강제로 군용열차에 실려 이동하게 되는데요. 그들이 도착한 곳이 바로 국군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입니다. 진태는 동생 진석의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수합니다. 북한군과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진태는 영웅이 되지만, 진석은 형이 훈장에 눈이 멀었다고 오해를 하게 되죠.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전쟁의 시작,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난 상황,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 15일), 서울 수복(1950년 9월 28일), 평양 탈환(1950년 10월 19일), 중공군의 개입, 그리고 그 이후 38선 부근에서 교착상태에 놓이게 되는 상황(1951년 7월)까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치열했던 1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가진 긴 서사를 따라가다 현재로 돌아왔을 때, 만년필 한 자루가 주는 감동은 가슴을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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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으로, 2010>

 

출처: 네이버 영화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김승우)의 부대는 낙동강 사수를 위해 집결하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전선의 최전방이 된 포항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총알 한 발씩 쏴보는 것으로 사격 훈련을 마친 학도병 71명을 포항여중에 남겨 놓고 떠납니다. 그들 중에는 전투 경력이 유일한 장범(최승현)과 소년원에 가는 대신 전쟁터에 자원한 갑조(권상우)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제대로 된 군사 훈련조차 받지 못했던 그들을 향해 북한군 진격대장 박무랑(차승원)이 이끄는 인민군 766유격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학도병도 군인이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장범(최승현)은 박무랑(차승원)의 가슴에 총을 쏘며 전투는 끝이 납니다.


<포화 속으로>는 북한군의 파죽지세에 밀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어느 날(1950년 8월 11일), 낙동강 전선에서 있었던 포항여중 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포항여중에 남겨진 학도병 71명의 임무는 인민군의 포항 진입 지연이었어요. 실제로 영화는 포항여중 전투를 모티브로 삼았을 뿐 상당 부분은 각색되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학도병 중 소년원이 싫어서 지원한 소년범들은 없었어요. 학도병은 각지에서 자원한 엘리트들이었죠. 또 당시 포항에 주둔해있던 3사단은 포항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3사단은 포항여중 전투가 벌어지던 때 해안에 포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도병을 지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전투는 북한군의 승리였고, 생존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학도병이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군과 전투를 벌여 끝까지 싸웠다는 사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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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2016>

 

출처: 네이버 영화


1950년 9월,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리암 니슨) 장군은 모두의 반대 속에서 낙동강에 상륙하는 대신 인천에 상륙할 계획을 세웁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이었지만 성공하게 되면 북한군의 보급 경로를 차단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기 위해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를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시킵니다. 하지만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는 위기를 겪게 되는데요. 작전을 성공시키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누구나 6・25전쟁을 이야기하면,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크로마이트(Chromite)라고 불리던 인천상륙작전에 성공시키기 위해 선행된 첩보 작전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월미도가 단지 놀이공원이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의 격전지였던 것도 말이죠. 1950년 9월 15일에 있었던 인천상륙작전은 단순히 연합군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작전이 아니라 사전 첩보작전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작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증거는 다음에 소개할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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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2019>

 

출처: 네이버 영화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1950년 9월 14일, 이명준(김명민) 대위가 이끄는 유격대와 전투 경험이 없는 771명의 학도병이 장사리에 상륙을 시도합니다. 낡은 장총과 부족한 탄약, 최소한의 식량만을 보급받은 그들은 문산호를 타고 장사 해변에 상륙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상자를 내며 북한군의 고지를 탈환한 것도 잠시뿐이었어요. 북한군의 전차가 진입할 터널을 폭파해 최대한 시간을 벌지만, 막강한 화력으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장사리는 포항에서 해안을 따라 30km 정도 떨어진 경북 영덕군에 있습니다. 포항을 최전선으로 하던 낙동강 방어선보다 위쪽에 상륙해 북한군을 교란하려는 것이 이 작전의 목적이었어요.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기 위한 양동작전, 장사리에 투입된 학도병 771명은 그야말로 총알받이였던 것이죠. 작전명 제174호, 장사리상륙작전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졌으며, 기밀에 부쳐진 탓에 기억하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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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 2005>


출처: 네이버 영화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입니다.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동막골에 미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하게 됩니다. 추락한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가 있었어요.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강혜정)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어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옵니다. 바로 그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장교 표현철(신하균) 소위와 위생병 문상상(서재경) 일병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오게 되면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긴장감은 고조됩니다.


<웰컴 투 동막골>의 시대적 배경은 인천상륙작전 2개월 후, 국군과 연합군의 북진으로 물자 수급이 어려워진 인민군이 패퇴하던 때입니다. 실제로 1950년 11월은 북으로 퇴각하던 인민군이 강원도 후평에서 부대를 재편성한 ‘남반부인민유격대’를 조직한 때이기도 합니다. 이 조직은 이후에 세를 확충하여 ‘조선인민유격대’가 되어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되죠.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남부군, 1990>을 추천합니다) 어찌 되었든, <웰컴 투 동막골>은 당시 시대 상황에 일어날 만한 사건을 웃음과 감동으로 표현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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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2018>

 

출처: 네이버 영화


1951년 국제연합군 측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 실력을 갖춘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을 우여곡절 끝에 한자리에 모으게 되죠. 드디어 그들의 첫 데뷔 무대가 다가옵니다. 


한국전쟁 당시 사로잡은 인민군, 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 2월부터 1953년 7월까지 거제시 고현동과 수양동을 중심으로 한 거제도 일대에 포로수용소를 운영했습니다. <스윙키즈>는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재창조한 영화예요. 영화상에서는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댄스단 결성을 결정하지만, 포로들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더 어울렸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실제로 1952년에는 포로들이 미국 육군 준장을 납치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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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2011>

 

출처: 네이버 영화


휴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됩니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리는데요.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됩니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 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 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습니다.


휴전을 5개월 앞둔 1953년 2월, 뺏고 뺏기기를 반복하던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는 강원도 철원에 있는 백마고지를 실제 모델로 하고 있어요. 백마고지는 철원평야 일대와 서울로 통하는 국군의 주요보급로를 장악할 수 있는 군사 지정학상 요지가 되어 중공군과 국군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의 실제 전투는 휴전을 5개월 앞둔 영화 속 상황보다 4개월이나 더 이른,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 새벽까지 12차례 전투가 오고 갔으며, 10월 15일 새벽 중공군을 몰아내고 백마고지를 완전히 탈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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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2015>

 

출처: 네이버 영화


휴전 3일 전,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지만, 인민군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문서까지 모두 잃게 됩니다. 반면, 탱크를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여진구)’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혼자 남게 됩니다. 탱크를 끌고 홀로 북으로 돌아가려던 ‘영광’은 우연히 남복의 비밀문서를 손에 쥐게 되고 서부전선에서 단둘이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처음엔 유쾌한 웃음을, 뒷부분에는 전쟁을 넘어선 본질적인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어요.


서부전선은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에서 강원도 경계선까지의 휴전선을 말합니다. 이 서부전선 위에 놓여있는 남복과 영광은 결국 같은 상황에 있어요. 고향에 홀어머니를 두고 전쟁터로 온 열아홉 살 소년병과 아내와 얼굴도 보지 못한 아기를 두고 온 마흔 살 가장, 사연은 다르지만 둘 다 집에 돌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쟁의 목적이 어찌 되었든, 전쟁 속에 있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집에 가는 것이었다고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6・25전쟁과 관련된 영화들을 시간순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전쟁 영화가 나오면 ‘이런 전투가 있었구나’ 또는 ‘이런 희생 덕분에 우리가 현재를 누릴 수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아주 단순했죠. 하지만 이렇게 모아보니, 우리는 참 한정된 전투 또는 일화만을 보고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총 3년간의 전쟁 기간 중 우리가 다루었던 시기는 고작 1년 남짓, 나머지 2년이란 시간 안에는 알려지지 않은 전투와 희생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이토록 참혹했던 6・25전쟁이 영원히 잊히지 않길 바라며,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땅속에 묻혀있을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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