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독립출판물 ‘소소하지만, 쏠쏠합니다’

인사이트/라이프


유명 작가도 출판사도 아니고, 화려한 마케팅도 없지만, 길모퉁이 작은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 의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독립출판물.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온 독립출판은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 제본하여 책을 출판하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작가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주제를 다루며, 작가의 성향과 개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출판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또한, 다양하고 독특한 크기와 형태, 디자인도 기존의 출판물과 차별화되고, 제목이 없거나 작가를 밝히지 않은 것, 손으로 직접 만들어 세상에 한 권뿐인 것도 만들어지곤 합니다.


참으로 무궁무진한 독립출판의 세계에는 소소하지만 쏠쏠한 독립출판물과 이를 만날 수 있는 독립서점, 그리고 이 매력적인 세계에 흠뻑 빠진(혹은 빠질) 독자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말이죠. 그런 여러분께 지금부터 매력적인 독립출판물을 몇 권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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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봉철비전>


   저자: 김봉철 | 구매: 커넥티드북스토어


옛 서적을 닮은 디자인이 다소 촌스러운, 달리 말하면 레트로 분위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독립출판 가이드북을 표방합니다. 저자가 처음으로 독립출판에 나서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독립출판을 위한 정보를 전하는데요.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며 사전조사를 하고, 을지로 인쇄소를 돌아다니며 견적을 내고, 직접 글을 쓰고 프로그램으로 책형을 만들어 편집하고, 독립서점에 입고시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이 이제는 누구나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기에, 그 의미 있는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5가지 컬러로 구성되었지만 내용은 동일하고, 컬러는 랜덤 배송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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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거나 뜯지 않거나 <택1>


저자: atopos(아토포스) | 구매: 커넥티드북스토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베이지냐 그레이냐, 뜯냐 뜯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택1>은 누구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하게 되는 선택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가 경험했던 선택의 순간을 각 페이지가 접지되어있는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바깥쪽에는 선택지가, 안쪽에는 저자의 선택이 나와있기에 모든 내용을 온전히 보려면 접지된 부분을 뜯어야 합니다.


책을 뜯어 보거나 뜯지 않고 보거나, 그 또한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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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글을 엮어 펴낸 <그대는 꼭 나를 사랑하였고 나는 그대를 사랑하였어>

 저자: 할아버지 김윤영 지음, 손녀 김민영 엮음 | 구매: 책방비엥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고향 진도를 떠나 춘천에서 군생활을 하셨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머님과 형님에 대한 그리움, 아내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 등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군 생활을 하면서 쓴 시를 손녀가 엮어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저 낡고 헤져갈 원고를 책으로 펴내 더욱 단단한 추억을 남겼다는 것으로 독립출판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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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사는 우리의 <공동주택 28-16>

   

저자: 보삭, 예찬, 적도 | 구매: 책방비엥


서울시 마포구 상수역 근처의 한 공동주택을 배경으로 3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여러 사람이 입주하여 살아가는 공동주택처럼 여러 작가가 한 공간을 배경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1인가구에 대한 감정과 상상력을 그려냈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2030세대 1인가구의 자유롭지만 불완전한 삶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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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소설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봉별기>

저자: 정아리 | 구매: 스토리지북앤필름


천재 소설가 이상의 단편 ‘봉별기’를 저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일러스트가 더해져 만들어진 <봉별기>입니다. 해경과 금홍, 두 남녀의 만남에서 이별까지의 짧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서정적인 일러스트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도 같습니다. 이상 작가의 작품은 저작권이 만료되어 전문 게재가 가능하기에, 이러한 독립출판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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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책이 있다 <Books in Animation>


저자: SUPERSALADSTUFF | 구매: 유어마인드


저자는 2D, 3D, 스톱모션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책을 읽는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읽는지는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죠. 혹은 그렇지 않거나요. 책과 책장, 책이 놓인 배경이나 책을 든 모습, 책의 내용이나 책 제목 패러디 등을 살펴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수집한 자료 중 일부를 모아 150여종의 책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엮어 소개했습니다. 책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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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노트 그대로 <스몰 컬렌팅북1>

   

저자: 영민 | 구매: 유어마인드


저자가 포르투갈의 어느 가게에서 작은 노트를 사면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의 길에서, 슈퍼마켓에서, 미술관에서, 숲과 바다에서 만난 것들을 수집해서 붙여나갔고, 그 노트를 그대로 스캔해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 소소하지만 쏠쏠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독립출판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가볍게 책을 들여다보며 일상에서 마주한 작은 즐거움과 영감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인디 음악이 하나의 장르를 넘어 주류 음악과의 경계를 허물었듯이, ‘출판계의 인디’ 독립출판물도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세상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으로 처음 나왔지만, 유명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책을 출판하여 대형 서점에 유통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거든요. 소소하지만 결코 쏘쏘(so so, 그저 그러)하지 않고, 제대로 쏠쏠합니다. 독립출판물, 나만 알고 싶고,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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