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인문학] 당신의 ‘아우라’는 무엇인가요

Story/효성


「방탄소년단, ‘넘사벽 아우라’」

「방탄소년단, 내추럴 사복 패션…“감출 수 없는 아우라”」

「방탄소년단 진, 빛나는 아우라

「방탄소년단 RM, 흑백도 뚫고 나오는 아우라

「방탄소년단(BTS) 지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스타” 1위 등극」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관련한 연예기사 제목들입니다. ‘아우라’라는 말들이 참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BTS 멤버들의 ‘아우라’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인들까지 매료시켰죠.


그런데 이 ‘아우라’라는 말,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팀장님, 왠지 아우라가 느껴져”, “확실히 핫플레이스라 그런지 여긴 뭔가 아우라가 달라”, ······ 같은 표현들, 여러분도 흔히들 쓰시지요?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비범해 보이는’, 위 기사 제목처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때, 우리는 ‘아우라가 있다’, ‘아우라가 느껴진다’, ‘아우라가 다르다’라고 말하거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만의 아우라는 무엇인가요? 혹시, ‘BTS 같은 월드스타도 아닌데 나한테 무슨 아우라가 있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BTS의 ‘아우라’는 역시 뭔가 다르죠?
출처: Big Hit Label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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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이유


누구에게나 고유한 아우라가 있습니다. 그 이유/원리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할게요.


아우라(aura)는 본래 ‘분위기’를 뜻하는 단어였어요. 그런데 이 말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라는 독일의 미학자가 철학적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개념어로 바뀌게 된 거죠.


벤야민은 자신의 책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5)을 통해 처음으로 ‘아우라’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그는 훌륭한 예술작품 앞에서 사람들이 갖는 경이로움 또는 신비감을 ‘아우라’라고 칭했습니다. 즉, BTS 멤버들의 ‘넘사벽 아우라’, ‘감출 수 없는 아우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표현의 기원은 1930년대로 거슬러올라가는 거죠.


이분이 바로 발터 벤야민.
현재 통용되는 ‘아우라’라는 말의 지분(?)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출처: Wikipedia


그런데 벤야민에 따르면, 모든 예술작품에서 아우라가 느껴지는 건 아니라고 해요. 오로지 ‘원본(original)’만이 아우라를 발산한다는 겁니다. 달리 말해, 복제된 예술작품에선 결코 아우라가 나올 수 없다는 뜻이죠. 이것이 바로 ‘아우라’의 핵심입니다. 이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시지요?


BTS 멤버들이 ‘넘사벽 아우라’, ‘감출 수 없는 아우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닐 수 있는 이유, 간단하죠. BTS는 ‘찐’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BTS라는 그룹은 오직 하나뿐이죠. 또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 속에서도 BTS는 개성과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유일무이한 오리지널리티! 이 고유성을 벤야민은 ‘비복제성’이라 표현하는데요. 유일무이함-오리지널리티-비복제성! 이것이야말로 아우라의 성립 근거입니다.


아우라가 없을 때 / 있을 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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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아우라 찾기/만들기


시인 백석 연구로 유명한 국문학자 소래섭 교수는 아우라를 음식과 연관지어 설명하는데요.


음식이 상품이 되면서 음식의 유일무이한 현존성은 상실됐다. 그래서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과 맥도널드 햄버거에는 아우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도 끊이지 않는 ‘원조’ 논쟁은 음식에 남은 아우라의 흔적이다.

_ 소래섭 저 『백석의 맛』 중


이를테면, 설렁탕집은 많지만 ‘원조’ 설렁탕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골목골목 맛집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죠. (발터 벤야민의 표현대로라면) ‘복제된 설렁탕’들 속에서 ‘유일무이함-오리지널리티-비복제성’을 지닌 설렁탕 찾기!

진짜 ‘원조’ 설렁탕에선 아우라가 느껴지는 법!


‘집밥’은 또 어떤가요. 많은 식당들이 ‘집밥’을 표방하지만, 우리 모두의 ‘원조’ 집밥이란 ‘우리 집에서 먹는 밥’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너무나 흔하고 일상적이라 생각했던 ‘우리 집에서 먹는 밥’에도 아우라가 있었던 겁니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_ 정현종 시 「방문객」 중


이 시처럼 우리 각자는 “실은 어마어마한” 존재입니다. 우리 각자의 일생(과거-현재-미래)은 누가 뭐래도 ‘원조’이기 때문이죠. 즉, BTS뿐 아니라 ‘나’ 역시 아우라를 가진 겁니다. 다만, 그 아우라는 스스로 찾고 정의해야만 빛날 수 있겠지요.


서두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반복하며 끝맺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만의 아우라는 무엇인가요? 수많은 타인들 속에서 당신을 당신이게 해주는 ‘유일무이함-오리지널리티-비복제성’은 무엇인가요? 이 답을 구하여 자신만의 ‘넘사벽 아우라’, ‘감출 수 없는 아우라’,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장착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