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 물건을 사고파는 새로운 방식, SNS 시대에 부상하는 1인 마켓

Story/효성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초 2019년 트렌드가 될 10대 키워드 중의 하나로 ‘1인 마켓’을 꼽으며 ‘세포 마켓’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판매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뜻이지요. 작은 세포들이 자기 분열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1인 마켓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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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개인이 모인 SNS에서 탄생한 시장


SNS 속 1인 마켓의 부상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시대를 반영합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십니다. 혼자가 편한 개인들은 타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이렇게 파편화된 개인들이 소통하는 공간이 바로 SNS인데요. 각자의 자리에서 적당한 거리의 타인을 넘겨보는 SNS는 개인들의 터전이고 놀이터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시장이 생기는 법! 얼마 전부터 SNS에 엄청난 마켓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SNS 속 마켓의 특징은 1인 마켓이라는 점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이 추천하거나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기존 거대 공급자가 수많은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철저히 개인입니다. 수없이 다양한 개인의 취향을 하나의 상점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법. SNS에서는 20%가 80%를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먹혀들지 않습니다. 무수히 많은 공급자가 무수히 많은 소비자를 상대하는 ‘롱테일(긴 꼬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 바로 1인 마켓입니다.


현재 1인 마켓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4월 14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 ‘마켓’이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숫자는 174만 개에 달합니다. ‘판매’라는 해시태그는 31만 개입니다. 합치면 200만 개가 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욱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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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마켓의 강자,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다양성이 핵심인 1인 마켓 시장에서도 강자는 있습니다. 바로 ‘인플루언서’입니다. 인플루언서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SNS 스타를 말합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버 수는 1,275명. 2015년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배가량 늘었습니다. 지금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겁니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플루언서의 말과 글은 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곧바로 판매로 이어집니다. 만약 팔로어가 10만 명이라면, 그중에서 1%만 구매해도 1,000명. 인플루언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기업들은 마케팅을 위해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느라 바쁩니다. 백화점은 SNS에서 유행하는 브랜드만 모아놓는 편집 매장을 꾸미는가 하면, 유튜브 스타의 이름을 내건 냉동 만두를 출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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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오픈 마켓


1인 마켓의 미덕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SNS에서는 차별이 없습니다. 가게 임대료를 걱정할 필요도 없죠. 그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와 성실함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직장을 다니면서 1인 마켓을 여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랍니다.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집필한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1인 마켓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개인의 취미이자 제2의 직업이고, 생존을 위한 플랜 B이고,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말입니다. 세포 분열이 시작된 1인 마켓은 직장인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글. 안승찬(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