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osung Blogger] 모모리의 여행이야기(10) WARMTH

2011. 12. 14. 14:06

 

얼마 전 안철수 원장이 15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고도의 정치 행위’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 진위여부를 떠나서 ‘1500억이나 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면만 놓고 본다면 분명 훈훈한 소식임이 틀림 없습니다. 또한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들려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수십 년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기부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인데요. 김밥, 떡볶이, 채소, 나아가 젓갈 할머니도 있습니다. 한푼 두푼 어렵사리 모은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내놓는 모습에 우리는 감동을 느끼면서도 나와는 차원이 다른, 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려버리고 말죠. 큰 액수의 돈 또는 내가 가진 전부를 내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내가 아닌 남을 돌아보는 행위는 여행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의료 봉사나 미용 봉사, 재난 지역의 구호 활동 등의 목적을 가지고 손길이 필요한 지역으로 단체로 길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사실 이런 경우에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진 않지만요) 꼭 그런 전문적인 기술이 없더라도 여행 중 이웃 사랑 실천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인도의 꼴까따로 날아간 다음날 아침, 제가 찾아간 곳은 마더 하우스입니다. 마더 하우스는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가난한 자들의 보금자리로 일구었던 곳을 자원 봉사자들의 손을 빌어 운영하고 있는 <사랑의 선교회>예요. 무슨 특별한 헌신의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시티 오브 조이’(1992)가 생각난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젊은 시절의 패트릭 스웨이지는 멋있었고, 영상을 통해 접하는 인도 꼴까따는 이국적이었지요.

 



     <‘시티 오브 조이’ – 인도 꼴까따에서 살아가는 빈민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감동 영화>




그렇게 해서 찾아간 마더 하우스. 많은 사람들이 자원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병들거나 늙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과 장애 아이들을 돌보아주고 먹이고, 빨래와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봉사 첫날 하나의 잔잔한 파동이 저의 내부에 퍼져나갔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국적에서 온 많은 이들이 있다니요. 반복되는 고된 육체적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그곳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곳엔 넘치는 것, 그래서 저에게로 전달되는 파동의 정체는 바로 WARMTH였지요. 어떤 이는 신혼 여행으로 얻은 2주간의 휴가를 이곳에서 봉사하며 보내는 중이었고, 또 어떤 이는 회사에서 해고 당한 억울함을 도리어 맘껏 봉사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로 여기고 있었지요. 그 때 저는 생각했어요. 세상은 강대국이나 정치인이나 부자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어서 봉사하는 이와 같은 이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마더 하우스로 들어가는 문,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실내에 흐르는 WARMTH를 담아올 수가 없었다>




저의 봉사 기간은 길지는 않았습니다. 허나 그 기간은 여행길의 어느 때보다 더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술이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여행 중이라 해도 남을 향한 손을 내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지요.



 

  <이른 아침, 마더 하우스 가는 길에 만난 인도 아이들, 가난도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아 가지는 못했다>




우리 중에 1500억원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몇십 년간 모든 전 재산을 기부할 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도 흔치 않죠. 그러나 우리의 작은 손을 보태는 일은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우동 한 그릇]의 감동을 알고 있고 우리 중에 우동 한 그릇 대접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다만 마음의 크기가 우동 한 그릇보다도 작을 뿐이지요.



 

         <가난도 뺏지 못한 웃음을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가는 이유는 뭘까?>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삶의 무게는 더 크게만 느껴지겠지요. 이럴 때 이웃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 방법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많은 길들이 있다는 겁니다. 다른 이의 무게를 덜어줄 때 어쩌면 우리 각자의 삶의 무게도 한층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 인도 꼴까따 마더 하우스, 그 안에 넘쳤던 WARMTH가 바람을 타고 인도양을 건너,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으로 상륙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당신의 작은 손을 보태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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