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건진 맛] 영화 <헬프> 속 프라이드치킨, 노릇노릇 바삭한 행복 한 입

Story/효성




분주하게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 조건반사처럼 치킨에 맥주 한 잔이 생각납니다. 노릇노릇 잘 구운 치킨 한 조각. 그 바삭한 맛에 고단했던 하루의 시름을 잊어버리곤 하지요. ‘아, 살맛난다’ 하면서 말입니다.




 모두의 힐링 푸드, 치킨  


 

사진: 다음 영화



영화 <헬프(The Help)>는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입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당시 사회에서 흑인 가정부의 삶은 참으로 고달팠는데요. 자신의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백인 주인의 아이를 돌보며 요리, 청소, 빨래를 도맡아 하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시간당 1달러도 채 안 되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흑인 가정부들에게 작가 지망생 스키터가 손을 내밉니다.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당찬 백인 여성에게 자신들의 부당한 처우를 털어놓는 에이블린과 미니. 그 비밀스러운 만남에서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바로 치킨입니다.  


피자, 햄버거와 함께 미국 백인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치킨. 하지만 사실 치킨은 흑인의 솔(Soul)푸드로 불렸던 음식인데요. 미국 노예제 시절, 백인 농장주가 버린 닭의 목뼈, 날개 등을 흑인 노예들이 가져다가 기름에 바싹 튀겨 부드럽게 만들어 먹은 것이 프라이드치킨의 시초입니다. 하지만 이 튀긴 닭은 어느새 백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어 점차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치킨을 튀길 땐 좀 살맛이 나요. 적어도 나는요. 난 튀긴 닭이 정말 좋아요.” 


백인 부부가 쓰는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흑인 가정부 미니가 치킨을 만들며 셀리아에게 하는 말입니다. 미니가 새롭게 들어간 가정집의 안주인 셀리아는 이웃집 백인 여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거듭 아이를 유산하는 고통으로 눈물을 쏟습니다. 하지만 인종에 대한 편견 없이 미니에게 따뜻한 태도를 보이며 스스럼없이 다가서죠. 무지방 오일인 크리스코를 사용해 제대로 닭을 튀기는 법을 알려준 미니에게 셀리아는 진심을 담아 말합니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요.”  


가정부 외에는 다른 삶을 꿈꾸지 못했던 흑인 여성과 부잣집 안주인 외에는 다른 인생을 생각하지 못했던 백인 여성이 치킨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의 마음을 터놓습니다. 고달픈 일상을 잊게 해주는 고소한 풍미에 ‘바사삭’ 맛있는 소리까지, 그때나 지금이나 프라이드치킨은 소소한 위로를 건네는 우리 모두의 행복한 힐링 푸드입니다.



홈메이드 치킨 레시피 


재료┃닭볶음탕용 닭 1마리, 치킨 튀김가루 200g, 물 340㎖, 우유 500㎖, 콩기름 튀김유 적당량

❶ 닭볶음탕용 닭은 30분간 우유에 담가 물기를 뺀다. (닭을 우유에 담가두면 잡내가 없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❷ 치킨 튀김가루와 물을 적당히 배합해 튀김 반죽을 만든다. 치킨 튀김가루가 없을 경우 밀가루와 물을 1:1.5 비율로 섞고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튀김 반죽을 만든다. 

❸ ①의 닭에 ②의 반죽을 묻힌 후 170℃의 기름에 8~10분간 노릇하게 튀겨 완성한다. 


홈메이드 치킨 소스 


재료┃고추장·간장 1큰술씩, 고춧가루·다진마늘 1작은술씩, 케첩·물 2큰술씩, 올리고당 4큰술 

❶ 모든 재료를 넣고 조린다.

❷ 보글보글 끓으면 1~2분 후 불을 끄고 식혀 완성한다.




글 | 안신혜

사진 | 박해주(Day40 Studio)

요리·스타일링 | 황규정(101reci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