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미래의 거울,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 여행
2017년의 공휴일 수는 총 69일로 다른 해보다 좀 더 깁니다. 휴일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 데이로 인해 최장 10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도 두 번이나 있습니다. 다가오는 광복절 또한 화요일이라, 그 전날인 월요일을 지정 휴무일로 정한 회사가 많다고 하는데요. 저희 효성을 비롯해서요. 이렇게 되면 토, 일, 월, 화 총 4일간의 휴가가 주어집니다. 다들 연휴 계획은 세우셨나요? 만약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면, 좀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요?
아직 우리나라 곳곳에는 일제 강점기 때의 흔적들이 문화유적의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이번 광복절. 우리 민족의 ‘한’이 담겨있는 현장을 찾아가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경술국치 이후부터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을 때까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행 지금 떠나보겠습니다.
화려했던 경성의 어두운 이면, 서울
독립운동가의 한이 깃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일본이 조선을 강제 침략할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항이 점점 더 거세지자 그들을 탄압할 수용 시설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1908년 경성감옥이 만들어집니다. 이 경성감옥이 서대문형무소의 시초인데요. 이후 제도의 변경에 따라 지금 알고 있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때 당시의 수감 시설, 역사적 유물과 자료 등을 전시해 놓은 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는 광복 이후, 1987년까지 서울구치소로 이용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 외에도 민주화를 위해 민주열사 역시 이곳에 수감되었죠. 그런 만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곳이라고 봐야 합니다. 역사관 홈페이지에 가시면 전시 설명뿐만 아니라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관람 동선까지 상세히 안내하고 있으니 한번 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곳 서대문형무소 주위에는 독립문이 있는데요. 덧붙이자면 독립문은 조선 말기 청나라로부터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위해 독립협회의 주도하에 세워진 건축물입니다. 일제하에서 벗어남을 뜻하는 광복과는 거리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관람시간 여름철(3월 ~ 10월): 09:30 ~ 18:00 겨울철(11월 ~ 2월): 09:30 ~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매년 1월 1일, 설∙추석 당일 요금 일반인 개인: 3,000원/단체: 2,400원 청소년, 군인 개인: 1,500원/단체: 1,200원 어린이 개인: 1,000원/단체: 800원 ※6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무료 입장 예약문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홈페이지: http://www.sscmc.or.kr/newhistory/index_culture.asp |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큰 줄기, 백범김구기념관
백범 김구 선생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양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죠. 따라서 이번에는 백범김구기념관을 가보았습니다. 백범김구기념관은 총 2개의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에는 중앙홀에 우뚝 서 있는 좌상을 중심으로 백범 선생의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둘려 있고요. 2층으로 오르면 상해임시정부와 광복군 시절 그리고 서거하기까지,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 전시관 한쪽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그곳에 서면 선생의 묘소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하는 데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분이니만큼 한 번쯤 들러보면 좋겠습니다.
백범김구기념관 관람시간 여름철(3월 ~ 10월): 10:00 ~ 18:00 겨울철(11월 ~ 2월): 10:00 ~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
하늘과 바람과 별을 남긴 시인, 윤동주문학관
이번에는 유려한 시로 나라의 독립에 이바지한 인물을 위한 공간으로 가보겠습니다. 바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 중 한 명인 윤동주의 작품을 기념하는 문학관입니다.
윤동주문학관은 그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하숙집이 있던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있습니다. 그때 당시 윤동주는 매일 아침 하숙집 뒤에 있는 인왕산 자락을 오르며 당시의 현실에 슬퍼함과 동시에 문학도로서 바른길을 걷겠다고 다짐하였다고 하는데요. <별 헤는 밤>, <자화상>, <서시>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들이 이때 지어졌습니다.
윤동주가 수학하던 그 당시에는 일제의 문화통치로 인해 문인들은 사회 비판적인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품 속에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를 담으며 독립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이 같은 부분이 시인 윤동주에게서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는 점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로 옥사했지만, 그의 시만큼은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되어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올해 그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된 만큼,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하여 다시 한번 그의 작품들을 곱씹어보면 좋을 듯싶습니다.
윤동주문학관 관람시간 10: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무료 예약문의 02-2148-4175 ※ 단체 방문 및 해설 요청을 원하시면 사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홈페이지 |
일재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는 부산
부산의 근대사가 소상히 기록된 부산근대역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구한말, 일제가 조선을 경제적으로 침략하기 위해 세운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목포, 대전, 부산 등 우리나라 각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데요. 그중 과거 부산지점으로 사용된 건물이 부산근대역사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어두웠던 그 시절의 역사를 올바로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요.
2003년 문을 연 부산근대역사관은 총 2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876년 개항 이후부터 일제의 수탈사, 광복 이후 그리고 현재와 미래까지 부산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왜관의 영향으로 인해 부산은 조선 시대부터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살았던 곳입니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때, 부산에서 벌어진 악행의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인데요. 만약 올여름 부산에 가시게 되거든 해운대와 광안리뿐만 아니라 일제 침략의 산 증거인 ‘부산근대역사관’을 둘러보면 어떨까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니까요.
부산근대역사관 관람시간 09:00~18:00 ※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관람시간 연장(09:00 ~ 20: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
이제는 밝혀져야 할 진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하시마섬’은 일본의 미쓰비시사가 우리나라 사람을 노역에 강제 동원한 곳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2015년<MBC 무한도전>을 통해서 알려진 후, 영화로도 개봉하면서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실제 강제징용은 규슈, 홋카이도, 쿠릴 열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위안부를 비롯해 때론 탄광의 광부로, 때론 전쟁에 나설 군사로요. 그리고는 기밀유지라는 명분 하에 대학살을 벌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으며 숨기려고만 하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법입니다. 부산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가보면 당시 일제의 만행들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역사관’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미션입니다. 이 미션처럼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집된 피해자와 그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를 기원합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람시간 10:00~18:00 ※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관람시간 연장(09:00 ~ 20:00) ※ 단체 10인 이상 사전예약 시 전시해설 신청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관람료 무료 사전예약 051-629-8600 홈페이지 |
앞서 살펴본 두 곳 외에도 부산에는 일제강점기 철도청장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수정동 일본식 가옥을 비롯해 용두산 194계단 등 일제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동광동’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당시의 건물 또한 남아있죠. 수정동과 동광동 모두 나름 관광지로 이름있는 ‘남포동 일대’와 그리 멀지 않습니다. 만약 이곳을 지나거든 마음속으로나마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광주항일학생운동의 불씨를 지핀 나주
뜨거운 청춘의,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3.1운동과 6.10만세 운동 이후, 항일 투쟁은 날이 갈수록 거세집니다. 그리고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또 한 번의 독립운동이 펼쳐지는데요. 바로 3대 독립운동 중 하나인 ‘광주학생항일운동’입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은 광주에서 발생해서 전국으로 퍼지지만 그 시발점은 ‘나주’입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은 당시 이 지역의 청년층이 주도했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숭고하고 그 역사를 일깨우기 위해서 설립되었습니다. 총 2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진 기념관은 일제강점기 시절 나주의 모습, 나주 학생의 만세 사건, 나주 출신의 학생 독립운동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당시 청소년이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법, 사회 참여 의식, 역사의식 등을 엿볼 수 있을 텐데요. 일제강점기 시절 일어났던 가장 큰 독립운동을 다루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전라도 지역에 가게 된다면 꼭 들려야 할 곳으로 등록해두시기를 바랍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관람시간 여름철(3월 ~ 10월): 09:00 ~ 18:00 겨울철(11월 ~ 2월): 09:00 ~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국가공휴일 ※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은 개관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시발점, 광주학생독립운동진원지 나주역사(구 나주역)
구 나주역은 앞서 언급했던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곳입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1929년 광주에서 나주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 학생들이 우리나라 여학생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희롱하는데요. 이를 본 그 여학생의 사촌 동생은 일본 학생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그렇게 열차 안에서 시작된 싸움이 나주역사에서는 패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당연히 경찰은 우리나라 학생들을 모두 구치소로 끌고 갑니다. 일본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고요. 이 소식이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시위를 벌이고 전국으로 퍼집니다.
이곳 구 나주역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1913년 호남선이 개통한 이래로 2001년까지 계속 운영을 해왔던 곳입니다. 그만큼 보존 상태가 잘 되어 있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도 가까이 있으니 같이 둘러보면 좋을 듯싶습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진원지 나주역사(구 나주역) 주소 전라남도 나주시 죽림길 26 문의 061-333-5891 |
영산나루(구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서고)
그 밖에도 나주시 영산동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서고로 쓰였던 건물이 비교적 보존이 잘 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지는 ‘영산나루’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문서고의 경우, 주인 부부가 내부를 개조해서 거주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영산나루를 방문하는 사람에 따르면 분위기 좋은 맛집으로 호평이 끊이질 않으니 나주 여행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영산나루(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운영시간 10:00~21:00 주소 전남 나주시 주면2길 28 홈페이지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번 광복절 역사여행을 통해 이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에겐 한편으론 잊고 싶은 어두운 역사일지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되며,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 됩니다. 광복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꼭 기억하며, ‘올바른 역사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고대하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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