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챌린저 베트남편] 블루챌린저 우리들의 다이어리 - 원진혁 대원

Story/효성






전날의 긴 여정 때문에 쌓인 피로가 채 풀리지도 않았지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른 아침 기상했습니다. 호텔에서 처음 먹는 베트남 음식들은 매우 맛있어서 입맛이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제 걱정을 말끔히 없애주었습니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기 10분 전에 내려온 탓에 식당에는 호텔 직원들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한명이 제게 장난을 걸어오면서 조금 친해지게 됐고, 그 후 몇 일 동안 우리는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베트남과 조금씩 맞닿기 시작했습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이동 끝에 타이응웬성의 빙타인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학교 바로 옆에는 인민위원회의 건물도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인민위원회 관계자들과 마을 사람들,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환영식을 열어 한국에서 온 저희들을 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저희를 쳐다보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보였고, 아이들은 저희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친해지고 싶었고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선 일단 제 마음부터 열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제게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날은 일단 솔라셀 설치를 위한 구상을 했습니다. 어디에 어떤 식으로 설치할지를 계획하고 땅을 파는 등의 기초 준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솔라셀이 설치될 텃밭에 심어져있던 콩을 몇그루 뽑아야 했는데 그 때문에 몇몇 마을 사람들이 안타까워해서 조금은 미안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솔라셀보다 그 콩들이 소중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봉사를 통해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주게 된다면 오히려 더 기뻐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남은 일정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첫날을 보냈습니다.








이틀만의 고생 끝에 드디어 솔라셀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배선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장치들의 설치를 끝마치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 속 웃음 뒤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솔라셀 지지대를 땅에 파묻는 형태였는데 태양빛을 잘 받으면서 땅에 묻을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저희 조의 멘토님도 이곳에 리서치를 와보지 못했었고, 저희 조원들도 당연히 땅을 파 묻을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솔라셀이 파묻는 방식이라면 땅을 팔 지형이 되는가라는 의문부터 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장소를 고민하던 끝에 텃밭 쪽에 솔라셀을 설치하게 된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솔라셀 설치는 완료했지만 저희 조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바로 전구보다 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용하게 해주는게 어떨까 하는 것이였습니다. 이 지역이 정전이 되더라도 낮에는 밝고, 전구를 켜야 하는 저녁에는 학교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구는 크게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전구 외에 그들에게 더 필요한게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우물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 펌프에 전력을 공급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저녁에 필요한 부품들을 구입해서 내일 작업을 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베트남으로 오기 전 현지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가 부족했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현지 리서치와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주변 환경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솔라셀 설치가 계획했던 것보다 오래 걸린 탓에 주민들의 집에 방문할 기회가 없었던 저희 조는 멘토형이 하노이로 다른 필요한 부품들을 구입하러 갔다오는 동안 마을에 솔라랜턴을 보급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촬영 담당인 과장님, 경민이형 그리고 정원이를 캄보디아로 떠나보내야했습니다. 일정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캄보디아에 가서도 별 일 없이 열심히 활동해주길 바라며 떠난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방문할 가정은 가는 길이 매우 좁고 논 사이를 가야하는 곳이 많아서 오토바이를 9대를 빌려서 조원들 모두가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야했습니다. 베트남 아저씨들의 오토바이 운전 실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인간의 편리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켜버린 대도시와는 달리 매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있는 타이응웬을 마음껏 느끼면서 요즘 기술의 발달이 정말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솔라셀을 받은 마을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매우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보급해야할 가정 수에 비해 부족한 시간 탓에 한 가정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서 금방 나와야했던게 매우 아쉬웠습니다. 짧은 만남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을 반겨주고 조금이라도 더 대접해주고 싶어하는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들의 미소를 뒤로 한 채 떠나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더 좋은 적정기술을 만들어서 꼭 이번 겨울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 때는 지금보다 더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빙타인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저희 조는 일단 추가적으로 사온 부품으로 양수기 펌프를 돌리기 위한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양수기 펌프를 돌리기에는 저희가 설치한 솔라셀의 전력이 부족해서 펌프를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전구 설치와 모니터나 휴대폰 충전 등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콘센트를 설치하고 저희 조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작업은 마무리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저는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벽화 그리기, 컴퓨터실 설치와 교육, 솔라랜턴과 정수기의 보급이 모두 완료되는 동안 학교 앞에서는 마을잔치 준비가 한참 진행 중 이였습니다. 노력봉사로 저희조는 원더걸스의 노바디 공연, 2조는 난타 공연, 3조는 베트남어로 만든 카드섹션을 했습니다. 리허설 때 베트남팀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저희조의 공연보다는 3조의 카드섹션이 타이응웬 주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박수를 아껴주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저희를 낯설어하며 조금씩 경계 하던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저희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며 저 또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솔라셀을 통해 그들에게 큰 것을 주진 못했지만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돕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전달된 것만으로도 매우 많은 것을 그들에게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구의 빛, 솔라랜턴, 정수기보다 그들이 더 많이 받은 것은 그들을 생각하는 우리들의 마음이고, 국경 너머에도 그들을 생각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였습니다.








마을 잔치의 감동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우리는 아쉬운 이별을 맞이해야했습니다. 바로 4일동안 저희와 함께 하며 통역을 해주고, 같이 일해 준 베트남 친구들 4명과 작별인사를 해야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함께 동고동락 하며 장난도 치고 농담도 던지며 이제야 조금씩 친해지려고 했는데 헤어져야 한다는 게 매우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준비한 선물과 롤링페이퍼를 받으며 많은 눈물을 흘리던 그들을 보며 저 또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국경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것 같은 그들에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또 좋은 모습으로 만날 날이 있길 바라며 그들을 뒤로 한 채 저희는 녹차공정을 체험하기 위해 녹차공장과 타이응웬 대학교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한국에 돌아와 그 곳으 녹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견학을 마친 후에는 하롱베이로 이동했습니다. 그 곳의 야시장을 돌면서 간단한 간식거리도 사고, 조그마한 기념품들도 샀습니다. 베트남에서 느낀 감동들 때문인지 사소한 베트남 물건에도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갔습니다.
 하롱베이에서 묵은 호텔은 4성급 호텔이였는데 봉사활동을 하러 와서 너무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4일을 돌이켜봐도 정말 너무 편안하고 배부르게 활동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좋은 적정기술을 개발하여 베트남인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고 그들 또한 언젠가는 이처럼 나아진 생활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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