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된 장면, 밥 딜런의 명곡 삽입된 영화 5편
아시다시피 올해 노벨문학상은 ‘가수’에게로 돌아갔죠. 포크록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밥 딜런(Bob Dylan)이 주인공입니다. ‘딜런’이라는 예명은 그가 좋아하는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하죠. 시인의 이름까지 탐할 만큼 시를 적잖게 읽고 썼던 밥 딜런은 가사로 대중과 호흡했습니다. 특히 1965년 발매된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 앨범은 딜런 가사의 빼어난 시적 정수가 집약된 명반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의 대표곡 ‘라이크 어 롤링스톤(Like a Rolling Stone)’이 수록된 앨범이기도 하죠.
밥 딜런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앨범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 커버
출처: Amazon(https://goo.gl/saEYbJ)
75세 현역 가수 밥 딜런은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for 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한 ‘시인’으로 인정받으며 노벨문학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밥 딜런의 노래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도 들을 수 있는데요. 딜런과 그의 곡이 아직 생소한 분들이라도, 어쩌면 이미 영화 OST로는 한 번쯤 들어보셨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딜런의 노래가 쓰인 할리우드 영화 다섯 편을 모아봤습니다.
<웜바디스(Warm Bodies)>, 2013
‘미녀와 야수’ 좀비 버전이랄까요. 인간미 넘치는 좀비 청년 ‘R’이 인간 미녀와 사랑에 빠지며 결국 인간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가 아닌, 인간이 되고 싶은 (꽃미남) 좀비’라는 역발상 기획으로 적잖은 관객들을 불러모았죠.
출처: IMDB(https://goo.gl/6h21b)
좀비 청년의 은신처엔 턴테이블과 각종 LP들이 쌓여 있습니다. 밥 딜런의 앨범도 보이는군요. 인간들의 좀비 사냥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R의 신세와 잘 어울리는 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Vimeo(https://vimeo.com/149992621)
영화 속에 흐르던 노래
‘셸터 프롬 더 스톰(Shelter from the Storm)’
노래 속에 흐르던 가사
형체 없는 짐승처럼 나는 황무지에서 왔다네
“들어와요” 그녀가 말했지
“폭풍을 피할 곳을 마련해줄게요”
I came in from the wilderness a creature void of form
"Come in," she said,
"I'll give you shelter from the storm."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2011
교통사고로 잘생긴 얼굴을 잃고, 급기야 자기 자신마저 잃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삶의 진정한 의미와 ‘나’를 되찾는 과정을 몽환적으로 그린 작품이죠.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등 미남 미녀 배우 셋의 ‘리즈’ 시절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출처: IMDB(https://goo.gl/8a9Tn3)
개봉 당시 실제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는 영화 속에서도 연인 사이로 나오는데요. 둘의 행복한 한때를 담은 씬은 1963년 발매된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 앨범 커버를 재현한 것입니다. 젊은 밥 딜런이 자신의 여자친구이자 뮤즈였던 수즈 로톨로(Suze Rotolo)와 뉴욕 웨스트 빌리지의 눈 덮인 길을 걷던 모습 말입니다.
영화 속 장면 / 출처: RogerEbert.com(https://goo.gl/YRIKlg)
‘프리휠링 밥 딜런’ 앨범 앞뒤 커버 / 출처: Amazon(https://goo.gl/s0xZOw)
출처: Vimeo(https://vimeo.com/180655137)
영화 속에 흐르던 노래
‘포스 타임 어라운드(4th Time Around)’
노래 속에 흐르던 가사
당신의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마요. 전부 거짓들이니까
그녀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그녀에게 귀머거리라고 소리쳤지
그러자 그녀는 내 얼굴까지 다가와 날 뚫어져라 쳐다보더군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어. 당신에게 남아 있는 건 뭔가요
그때 나는 떠나버리려던 참이었어
하지만 그녀는 계속 말했지
잊지 마요. 뭔가를 얻으려면 자신에게 남은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걸
When she said “Don’t waste your words, they’re just lies”
I cried she was deaf
And she worked on my face until breaking my eyes
Then said, “What else you got left?”
It was then that I got up to leave
But she said, “Don’t forget Everybody must give something back
For something they get”
<왓치맨(Watchmen)>, 2009
DC코믹스 그래픽노블 원작인 아주 어두운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대공황 시기 창단된 ‘왓치맨’이라는 자경단 1세대가 미국 정부와 결탁하며 성공과 몰락을 겪고, 그들의 자손들은 현재 시점에서 고독하게 자경단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세계관입니다.
출처: IMDB(https://goo.gl/i0RtrG)
특히 오프닝이 매우 강렬한데요. 베트남 전쟁, 닉슨 대통령의 핵 전쟁 선포,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 미국 현대사의 주요한 장면들이 밥 딜런의 노래와 함께 재현됩니다.
출처: Youtube(https://youtu.be/e7qQ6_RV4VQ)
영화 속에 흐르던 노래
'더 타임즈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노래 속에 흐르던 가사
군중이여 이리 모여보시오
그대들이 어디를 떠돌고 있든지
그대들이 자라난 물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 거요
그리고 곧 그 물에 뼛속까지 흠뻑 젖으리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 거요
그대들의 시대가 구원받을 만한 것이라면
헤엄을 시작하는 게 좋을 거요
안 그러면 돌멩이처럼 가라앉을 테니
변하기 마련인 시대를 위하여
Come gather 'round people
Wherever you roam
And admit that the waters
Around you have grown
And accept it that soon
You'll be drenched to the bone.
If your time to you
Is worth savin'
Then you better start swimmin'
Or you'll sink like a stone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 1999
안젤리나 졸리를 지금의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위노나 라이더, 우피 골드버그, 엘리자베스 모스 등 주조연급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안젤리나 졸리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출처: IMDB(https://goo.gl/I2pUY6)
이 영화는 저마다 사연을 지닌 소녀들이 정신 요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터놓으며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밥 딜런의 노래는, 가까운 이의 죽음과 자살 미수를 겪어낸 등장인물들의 아픈 청춘을 위로하고, 그들의 새 삶을 격려해주는 듯합니다.
출처: Vimeo(https://vimeo.com/88997031)
영화 속에 흐르던 노래
‘잇츠 올 오버 나우 베이비 블루(It’s All Over Now Baby Blue)’
노래 속에 흐르던 가사
디딤돌은 이제 네 뒤에 남겨두렴
뭔가가 널 부르고 있잖아
네가 떠나왔던 죽음도 이제 잊어버려
뭔가가 널 부르고 있잖아
지금 네 문을 두드리고 있는 저 방랑자
한때 네 것이었던 옷을 입고 서 있구나
또 다른 성냥에 불을 붙이고, 이제 새롭게 시작해보렴
힘든 시간은 이제 지나갔어, 베이비 블루
Leave your stepping stones behind, something calls for you
Forget the dead you’ve left, they will not follow you
The vagabond who’s rapping at your door
Is standing in the clothes that you once wore
Strike another match, go start anew
And it’s all over now, Baby Blue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
휴머니즘 영화의 교과서처럼 회자되는 작품이죠. 올해 9월 국내에 재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모자란 지능으로 오로지 앞만 보며 달리는 ‘포레스트 검프’. 그의 전력질주를 통해 이 영화는 격동의 미국 현대사를 가로지릅니다. 검프의 달리기, 즉 그가 살아내는 세월과 그 속에서 마주치는 인연들, 얻게 되는 깨달음은 우리 인생의 메타포처럼 다가오죠.
출처: IMDB(https://goo.gl/KjKmc6)
이 영화에서도 밥 딜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요. 검프의 첫사랑이자,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던 제니가 스트립 바에서 부르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입니다. 전쟁 반대와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죠. 이런 노래가 욕망과 자본이 결탁된 스트립쇼 무대에 울려퍼지는 모습이 역설적입니다. ‘꿈을 이루고 돈을 벌려면 이렇듯 남들 앞에 발가벗겨진 채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네요.
출처: Youtube(https://youtu.be/vWwgrjjIMXA)
영화 속에 흐르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노래 속에 흐르던 가사
얼마나 많이 올려다봐야
비로소 하늘이 보이려나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사람들의 절규가 들리려나
얼마나 많은 죽음이 계속돼야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었음이 알려질까
친구여,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답은 불어 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Before he can see the sky ?
Yes,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
Yes,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he knows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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