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싶은 흑역사, ‘잊힐 권리’로 지울 수 있을까
‘쏟아놓은 쌀은 주워 담을 수 있어도, 쏟아놓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사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주워담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여기저기 써놓은 글이 아닐까 합니다. SNS에 올린 사진 한 장, 커뮤니티에 올린 글 한 줄, 친구들과 공유한 한 편의 영상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평생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지요. 혹시 우연히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자신의 이름이나 글이 꽤 많은 페이지에 걸쳐 노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해본 적은 없으신지요. 생각 없이 올린 한 줄의 글이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잊힐 권리’를 주장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잊힐 권리’로 숨기고 싶은 과거를 지울 수 있을까요?
나를 잊지 말아요? 아니, ‘나를 제발 잊어주세요’
잊힐 권리(잊혀질 권리)란, 원하지 않는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을 때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잊힐 권리를 처음 주장한 것은 스페인의 한 변호사인데요, 숨기고 싶은 과거 사실을 담은 기록을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제외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유럽사법재판소가 이를 승인하면서 ‘권리’로 인정되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도 ‘잊힐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이에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잊힐 권리’의 내용을 보장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고 6월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신이 온라인에 작성한 글을 회원 탈퇴 등으로 직접 삭제하기 어려울 경우 포털사이트 사업자 등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되는데요, 미처 지우지 못한 기록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평판 관리가 중요한 취업준비생이나 승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의 게시물 삭제 요청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잊힐 권리’vs’알 권리’ 충돌, 실효성은
한편, ‘잊힐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용자의 게시물 삭제 요청, 검색 배제 요구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정치인이나 유명인, 혹은 범죄자가 잊힐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죠. 잊힐 권리로 인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탈퇴한 ID만으로는 게시물 작성자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본인 확인을 위한 입증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게시물에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은 경우 잊힐 권리를 쉽게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잊혀져야 할 것들, ‘디지털 장의사’가 돕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힐 권리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기고 싶지 않은 게시물을 찾아서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도 각광을 받고 있지요. 이들은 고객의 의뢰를 받아 온라인 상의 기록을 삭제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예인과 정치인 등 평판에 민감한 사람들부터 최근에는 수험생, 취준생 등으로 고객이 대중화되고 있는데, 이는 잊힐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부 쟁점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잊힐 권리’.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권리를 강화하되 다른 사람의 ‘기억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다 신중한 기록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온라인에서 ‘잊혀지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 흔적을 어떻게 지워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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