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부탁해] 아이에게 약 먹이려는데 남편이 가져온 것은?

People




어느덧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남편을 이해하는 방법’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네요. 오늘은 ‘알아서 못 하는 자, 그 이름 남표니’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둘째가 돌 조금 지났을 때 이야기입니다. 둘째 귀지를 파주고 있었는데 첫째가 장난치다 그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귀이개가 둘째 귀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었어요 ㅠㅠ 당황한 저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큰 애를 신랑더러 집에서 보라고 하고 작은 애를 안고 정신 없이 병원 응급실로 뛰어갔어요. 꽤 늦은 저녁이라 병원의 정규진료시간은 끝났던 상태였거든요.





 “아기 약 좀 먹일 수 있게 해줘요~”


다행히 진료받고 외이도 쪽만 긁히고 고막 등은 이상이 없다는 얘길 듣고 약을 받아 집에 돌아와 보니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요, 큰 애는 자고 있었고, 작은 애도 울다가 지쳐서 어느새 제 품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저는 아기가 깰까 봐 조심조심 약봉지에서 빈 약병과 가루약을 내려놓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이것 좀 (먹일 수 있게) 해줘” 라고 말했죠. 아기가 자고 있었지만, 병원에서 약을 꼭 먹이고 재우라고 했기 때문에 잠깐 깨워서 후다닥 먹이고 잠 기운을 몰아 다시 재우려고 했습니다.


전 아기를 안고 있었고 받아온 약은 물약이 따로 없이 가루약만 있는 경우였고, 그럴 때는 빈 약병에 물을 먼저 조금 넣고 가루약을 타서 잘 흔들어 녹여줘야 하는데, 말해주기 전엔 남편이 절대로 알 리 없었죠.

 

(저희 신랑은 저를 '액이'라고, 저는 신랑을 '쟉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도 진료를 거부하며(?) 우는 아기를 잡고 있었던 터라 기진맥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짧게 핵심만 전달했습니다.


“빈 병에 물 먼저 담고 가루약 넣으면 돼”



 신랑이 가져온 약은, 뚜둔!


그렇게 잠시 둘째를 안고 쇼파에 앉아있었는데, 신랑이 가져온 약은 뚜둔!


물 반 고기 반도 아니고 빈 병에 물을 가득~ 채워서 약을 타온 거에요. 저는 온갖 손짓발짓을 해가면서 조용하지만 격렬하게 화를 냈죠. 원래 애가 아프면 엄마는 예민해지니까요.



“아니, 애가 자고 있는데 잠깐 깨워서 먹이는 건데 이렇게 물을 많게 해오면 재빨리 먹이기가 힘들잖아욧!”

“그럼… 물을 좀 버릴까?”

“이미 약을 탔는데 물을 버리면 약도 같이 버리는 거잖아!! 됐어! 그냥 먹일게”


남편한테 온간 썽이란 썽은 다 내고 겨우 우는 애 달래가면서 먹였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단 사실이 저를 더욱 슬프게 했습니다. 식탁으로 눈길을 돌린 순간! 신랑이 뜯지 않은 또 다른 가루약 봉지가…


가루약 봉지는 2개였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같은 색도 아니고 하얀 가루약과 분홍 가루약 2개였는데 왜 하얀 것만 보고 분홍색을 보질 못했는지. 왜 가루약을 하나만 탄 걸까요? 약을 먹이려면 애를 또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뭐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진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 때 전 진정 폭발을 했고,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 착한 남편(생각해보니 고마워 남표니)도 화를 내며 그 날은 애도 아프고 우리 부부 사이도 아팠던 날로 기억이 남네요. 그래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고 살이 되고… (그래서 내가 계속 살이 찌나…)


아무튼, 그간 남편을 이해하는 방법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웹툰으로 그렸으면 더 재미있었을건데 제 못난 손재주를 아쉬워하며, 여러분 모두 서로 사랑하며 이해하며 삽시다. 남편들이 일부러 아내들 화내라고 그러는 건 아닐 거예요~~ 아니…겠죠?



오늘의 한 마디: 그래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고 살이 되고… (그래서 내가 계속 살이 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