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성공 DNA] 기업 기부문화의 선구자, 석유왕 록펠러

Story/효성


기업 기부문화의 선구자 석유왕 록펠러



존 D.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1839~1937) 


존 D. 록펠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19세기 중엽 석유업계에 발을 들인 후 막대한 확장 끝에 미국 내 정유소의 95%를 지배하는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조직해 석유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후 독점 체제에 대한 위법 판결을 받고 재계에서 은퇴해 자선가로 변신했다. 1890~92년 거금을 기부해 시카고대학을 세웠으며, 1913년 록펠러 재단을 설립해 병원, 교회, 학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자선사업을 했다. 교육ㆍ의학 연구 후원 사업에 큰 발자취를 남긴 록펠러 재단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경리 보조를 하며 회계 업무를 배운 록펠러



<포브스>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저, 록펠러입니다. 2위는 앤드류 카네기고요. 카네기와 저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점, 부자가 됐다는 점, 그리고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단 재단을 설립했다는 것이지요.  비록 가난한 집이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은 저에게 돈에 대한 관념을 확실히 심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근검절약을 강조하셨습니다. ‘제멋대로 낭비하면 가난에 울게 된다(Willful waste makes woeful want).’는 속담으로 늘 훈계하셨죠.  


지금은 역사상 최고의 부자라고 불리지만 제가 처음 경리 보조를 한 16세 때에는 하루 50센트를 받아 석 달치 월급을 모은 것이 50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 월급보다 중요한 것을 대가로 받았습니다.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꼼꼼한 습관과 회계 업무가 그것이었죠. 업무에 대한 개념과 원칙을 확실히 세운 저는 이후 31세에 ‘오하이오 스탠더드 오일 회사’를 창립했고 1911년 은퇴할 때까지 이 회사를 미국 최대의 석유 회사로 키웠습니다. 





체계적인 자선 사업을 펼친 록펠러



지금도 저를 악덕 기업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성공하기 위해 취한 방식들 때문이죠.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 95%에 대한 독점권을 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독점 체제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경쟁사를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용돈의 10%는 꼭 교회에 기부하게 하신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은 저는 수입 중 상당 액수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10만 달러라는 꽤 큰돈을 기부했을 때 그것이 ‘더러운 돈’이라고 비난받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깊은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그때 프레데릭 게이츠 목사가 제게 구세주처럼 나타났습니다. 재단을 건립해 좀 더 체계적으로 자선사업을 해보라는 조언이었죠. 그것이 제가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입니다. 재단을 운영하면서 저는 자선사업도 기업 경영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취해야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했기에 지금까지 록펠러 재단이 세계 곳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록펠러 재단은 문화 산업 견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단적으로 이런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에 유치진이라는 작가가 계시지요? 그분이 1962년에 ‘드라마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센터는 100평(330㎡)의 주 무대와 30평(99㎡)의 원형 무대, 그리고 뒤쪽과 옆쪽에 보조 무대를 갖춘 연극 공연장입니다. 이 드라마센터가 록펠러 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건립됐습니다. 부설 기관으로 세워진 ‘한국 연극아카데미’는 오늘날 ‘서울예술대학’의 모태가 됐고요. 지금 서울예술대학은 무수한 배우, 드라마 작가, 감독을 키워내며 오늘날 한국 문화 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문화의 큰 숲을 세우는 데 저희 재단이 작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북받칩니다. 이와 같은 활동들을 이어가며 저희 록펠러 재단은 지금까지 수십 억 달러의 자선기금을 전 세계 곳곳에 퍼뜨렸고 세계 최대의 자선 자문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유층은 저나 카네기를 롤모델 삼아 기부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가진 자가 나눈다는 문화를 만드는 데 제가 일조했다면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진정한 기부는 선한 의지의 실천이다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기부를 장식처럼 걸치는 기업도 있고, 저 또한 그런 비판의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생각하시든지, 자선사업을 하는 기업이 안 하는 기업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약탈적 기업가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가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자선사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philanthropy’입니다. ‘인류(anthropy)를 사랑함(philos)’을 뜻하지요. 록펠러 재단은 단지 미국 사회를 향한 자선사업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눈을 돌렸습니다. 저희가 기업 이미지만을 생각하면서 자선사업을 했다면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됐겠지요. 진정한 기부와 나눔은 기업의 이익에 대해 주판알만 튕기는 전략적 행위가 아닌 ‘선한 의지’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하는 자선사업의 범위를 넘어 활동을 확장한다면 그것은 더욱 응원할 만한 실천이라고 지지받게 될 것입니다.  





기업 차원의 기부는 개인의 기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업 차원의 기부나 사회공헌이 의미 있는 것은 몇몇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성격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개인은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털모자를 떠서 보내는 활동을 한다면, 기업은 더 이상 죽어가는 신생아들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 시설을 개선하거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의 활동을 해낼 수 있는 것이지요. 


효성인이라면 효성의 사회 공헌활동이 더 근원적이고 세계를 두루 살피는 활동이 되도록 자극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기부가 헛되게 느껴지지 않게, 기업이나 사회 전반에 투명한 기류가 흐르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베풀 수 있는 마음과 베풀 것이 있는 삶을 살고자 오늘도 진심을 다하고 계실 효성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