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싶은 당신께

Story/효성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은커녕 외출조차 자유롭지 않아지면서 세상이, 정확히는 사람들이 잠시 멈춘 적이 있었죠. 그때 자연에서는 반가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어요. 물과 공기가 맑아지고 그곳에 살던 동식물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죠. 사람들에게 밀려 잃어버렸던 자신들의 터전을 바로 되찾은 거였습니다. 특히 아름답기로 소문난 여행지에서 그 놀라운 변화가 눈에 띄었어요.

 

여행은 결국 지구를 해치는 일일까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물론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고 자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여행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이 아름다운 지구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고 잠시 살아보고 싶은 건 우리의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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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작은 가이드

 

도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홀리 터펜 지음, 한스미디어)를 살펴보며 지속가능한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또 지구 반대편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 여행합니다. 관광 인프라를 만들면서 동식물의 서식지는 훼손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비행기가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며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기차,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지요.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편하려고 쓰는 일회용품은 또 어떻고요.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2%가 관광산업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적은 양이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2021년 세계 탄소 배출량은 36.4Gt(기가톤, 1Gt=10억t)이라는데, 낯선 수치와 단위에 감히 감도 오지 않으니, 탄소 문제를 실감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린 조금이라도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만 보다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많잖아요. 지속가능한 여행은 곧 지속가능한 미래를 뜻하지 않을까요?

 

비영리 환경보호단체 ‘롱런’에서는 환경 보존, 지역 공동체, 문화, 상업이라는 4C(Conservation, Community, Culture and Commerce) 기준을 바탕으로 관광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롱런의 4C를 고려하면 조금 더 지속가능한 여행이 가능해진다고 얘기해요.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덜 미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역 공동체를 지지하고, 문화를 보존하고 상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며, 덜 자주 그리고 조심스럽게 여행하는 것 말이에요.

 

 

어떻게 짐을 쌀까?

 

포장재와 소비를 줄이고(Reduce), 물건과 포장재를 재사용(Reuse)하고, 여정을 떠나기 전 쓰레기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참고해 짐을 싸보세요. 여행을 위해 무언가 산다면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물건이 좋겠고, 사후 보증이나 수리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면 더 좋겠죠. 짐을 가볍게 싸는 것도 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돼요.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목적지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가서 사도 좋아요. 필요한 옷이 있다면 재활용 섬유로 만든 것을 사도 좋고, 친구에게 빌리거나 중고 물품을 사보세요.

 

여행지에서 물이나 음료를 많이 사 마시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수많은 페트병이 쓰고 버려지겠죠. 그러니 재사용 가능한 물병이나 텀블러를 챙겨가고, 비닐봉지를 대신할 수 있는 가방, 음식을 담을 수 있는 밀폐용기와 재사용 가능한 식기도 챙기면 좋을 거예요. 세면도구도 대나무 칫솔이나 고체 치약,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비누와 친환경 화장품이면 좋겠죠.

 

 

무엇을 타고 출발할까?

 

자, 그럼 떠나봅시다. 먼저 항공편을 덜 이용하는 것이 있어요. 사실 항공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2.5%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성장 속도라고 해요. 지난 5년간 항공산업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은 32%나 증가했거든요. 기후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높은 고도로 비행할 때 배출하는 질소 산화물 같은 독성 가스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어요. 천천히 이동해도 된다면 기차나 배, 자전거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더 새롭고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고, 여행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어요. 그리고 짧게 여러 번 여행하는 것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이 탄소를 더 줄일 수 있죠. 그래도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면, 최대한 덜 경유하고, 낮 시간 비행기와 이코노미 좌석을 선택하면 좋아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항공사를 선택하는 것도요.

 

 

어디에 도착해 여행할까?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은 환경복원을 이유로 한때 폐쇄된 적이 있었습니다. 6개월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여행객을 맞이했는데, 환경 규제를 따르지 않던 호텔들은 문을 닫았고, 수상 레포츠가 금지되고, 카지노도 없어졌어요. 태국에서도 산호초 재생을 위해 마야 베이를 폐쇄하기도 했죠.

 

이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유명한 곳보다 덜 알려진 곳을 탐험하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로울 뿐만 아니라, 호기심과 모험심을 채워주고 키워줄 거예요. 북적거리는 곳보다 더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낯선 이가 오히려 반가운 현지인들로부터 더 환영받을 테고, 그들과 어우러지며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기에도 좋겠죠.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은 이런 게 아닐까요?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이 마련된 지역으로 가거나, 자연보호를 기반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곳도 찾아볼 수 있어요. 부탄은 높은 입국세를 부과해 자연스럽게 관광객을 줄여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언투어리스트 가이드’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했고요.

 

 

어디에 묵을까?

 

여행지를 골라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며 도착했다면 이제 어디에 묵어야 할까요? 자연에서 캠핑하거나 오두막 또는 산장에서 묵으면 친환경적이면서 돈도 훨씬 덜 들어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된 숙소가 더 낫고, 시간의 멋스러운 흔적을 느낄 수도 있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비샌즈 야생 동물 보호구역에서는 땅속에 숙소를 꾸몄고, 객실 천장 위로 코끼리와 사자가 다니기도 해요. 인도네시아 니코이섬엔 지역에서 나는 알랑알랑 풀을 사용해 지어진 숙소가 있죠.

 

꼭 특별한 숙소가 아니더라도 소규모 숙소가 에너지 효율적일 수 있어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는지, 단열재를 충분히 써서 지어졌거나 LED 전등을 사용하는지 체크해보세요. 리조트와 호텔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력셔리 리조트 ‘브랜도(Brando)’는 세계 최초로 해수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영국의 ‘와틀리 매너 호텔 앤 스파(Whatley Manor Hotel & Spa)’에서는 세계 최초로 쓰레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계를 시험할 예정이고, ‘카비스 베이 호텔(Carbis Bay Hotel & Estate)’는 에너지 센터를 설치해 태양열로 전력을 생산하고 온수도 공급해요.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 일회용 어메니티 등을 적게 사용하는 숙소를 찾아봐도 좋아요. 호텔 뷔페도 매력적이지만, 1인분의 적정량을 제공하는 곳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요. 지역 농산물과 계절 식자재를 활용한 음식이라면 더 좋고요. 호텔에서 마음껏 틀어놓고 샤워하거나,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 하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겠죠.

 

 

어떻게 여행할까?

 

현지인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로컬 식당, 로컬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여행이에요. 게다가 진짜 그곳에 사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죠. 지역의 풍습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전통의상을 하나 사서 입고 다니거나, 지역 풍습에 따라 먹고 행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 스며들 수 있겠죠. 또한,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하거나, 동식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곳의 자연을 함께 보호할 수 있고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지역을 방문한다면, 길거리 아이들에게 돈이나 간식거리를 주기보다는 현지의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사회적 기업, 현지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활용해 봉사하는 것도 최고의 여행 경험이 될 겁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고 했잖아요. 지속가능한 여행은 결국 지속가능한 삶인 것 같아요. 여행이 우리의 삶과는 이어지지 않은 별도의 순간이라고 여겨 편한 대로만 즐긴다면, 앞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를 여행할 수 있는 자격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이자,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 하늘길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여행할 수 있는 지금, 언제나 여행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