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기업들 ⑫ ABB중공업탄소 제로를 위한 그린 셀 시핑

Story/효성

글. 홍하상(전국경제인연합회 교수, 작가)

 

스위스 최대 기업인 ABB중공업은 1898년에 설립됐습니다. 지난 2019년 매출은 우리 돈 33조 원에 이르며 직원은 14만 4,400명이죠. 이 회사는 최근 상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4%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그린 셀’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상선은 경유를 연료로 엔진을 가동했습니다. 30만 톤에 달하는 대형 화물선은 30층짜리 빌딩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인데, 그런 배가 오대양의 바다 위에 수도 없이 운항 중이죠. 이들이 내뿜는 매연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서 무공해 에너지를 생산해 거대 상선의 동력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대양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태양광이 쏟아지므로 이를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1차 개념을 수립했고, 두 번째는 모든 바다에는 바람이 거세게 분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이로써 태양광인 태양에너지와 바람을 이용한 풍력에너지를 생산해 저장하면 대형 상선도 기름 한 방울 넣지 않고 운항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죠.

 

그린 셀은 이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에 ABB중공업은 2009년 3월, 그린 셀 배터리 연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야코 아호, 유카 바리스, 클라우스 벤스카 등 3명의 전기 기술자 팀을 구성, 30만 톤에 달하는 거대 상선을 태양열과 풍력에너지로 움직이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한지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우선 상선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야 합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표면 전체를 태양광에너지 집열판 패널로 덮을 수 있죠. 그린 셀 배터리의 전력 합계는 태양 전지판의 면적과 태양 전지판•풍력 시스템의 효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10만 톤 이상의 상선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린 셀 배터리가 개당 93㎡를 움직일 수 있는 태양 전력을 생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린 셀 배터리 100개는 1.2㎿를 생산해내야 하고 이러한 시스템은 전지판이 ㎡당 500W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엠마 머스크는 덴마크 머스크해운의 대표적인 상선입니다. 길이 397m, 폭 56m이며 배의 무게는 16만 톤 정도 되죠. 표면적은 약 2만㎡(6,000평). 상선에 태양광 집열판을 덮으면 약 10㎿의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린 셀 배터리의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배터리가 아니고 최적화된 리튬 이온 전지, 또는 나트륨 황전지여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그린 셀 배터리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 유효합니다. 변동성이 큰 바다의 날씨로 인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비축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이 필수인 만큼 이를 높이는 게 어쩌면 최대 난제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연구가 성공하면 앞으로 항구에는 수많은 원유 탱크들이 사라지죠.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의 ABB중공업은 바로 이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냈습니다. 한국이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린 셀 배터리 시스템 같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길입니다.